출간된 <초뷰카 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에서 다루고 있는 공의기업(Company of Shared Purpose)은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구가하는 기업에 대한 사례다. 21세기 초뷰카 시대 새로운 지평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의기업들이다.

공의기업은 반 진화론자들이다. 이들은 부모가 생물학적으로 물려준 유전자 복권에 기반해서 쉽게 성공을 누리는 기득권이 지금까지 써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만들어질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득권자들이 추종하는 신자유주의는 진화론의 사회과학 버전이다.

공의기업은 진화론이나 신자유주의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인류에 근원적 변화를 기여한 기업들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재능, 머리, 외모 등에 기반한 혈연, 학연, 지연 등을 넘어설 수 있는 가치를 울타리로 삼아 다양한 인재들을 불러 모은 기업이라고 본다.

공의기업이 가치의 울타리를 통해 다양성과 포용을 극대화하는 HR 정책을 펴는 것도 가치에 의해서만 혈연, 지연, 학연이 달라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같은 지향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이어도, 전라도 사람이어도, 학벌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여성, 남성, 젊은이 나이듬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되지 않는 보편성을 가진 것만이 가치이다. 혈연, 지연, 학연 등을 넘어 가치의 울타리가 튼튼하게 작동하는 기업만 조직정치로 조직이 파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의기업(Company of Shared Purpose)에서는 가치에 몰입하는 정도가 핵심인재의 기준이다. 공의기업에서는 가치에 몰입하지 않는다면 설립자의 혈연이어도 핵심인재는 아니다. 설립자의 가족이어도 가치에 몰입하면 혈연과 무관하게 중요한 구성원으로 대접받는다.

둘째, 이들은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인 목적을 설정하고 이 목적을 실현해서 백년기업을 후세에게 물려줄 것을 약속한다. 이 약속을 실행하는 사람들을 추동하는 것은 약속한 목적이다. 목적이 구성원 마음 속에 씨앗으로 뿌려지고 이 씨앗이 뿌리내려 이 목적을 중심으로 구성원의 마음과 마음의 뿌리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목적의 리좀 생태계가 이들 기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셋째,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모든 구성원들이 협업으로 참여해 회사의 비즈니스 모형이라는 회전그네를 합심해서 돌린다.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가며 지속적으로 회전그네를 꾸준히 돌리는 근력을 형성하면 회전그네는 그네의 무게 때문에 가속도가 붙는다.

이 가속도가 붙는 시점이 바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공의기업들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시점이다. 성과는 결과여서 성과를 잡기 위해 그레이하운드 경기하듯 따라 달린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가치의 울타리를 세우고 다양성과 포용으로 인재들을 영입하고, 이들에게 목적을 마음에 심어 목적의 리좀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협업을 통해 따라 오는 것이 성과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성과는 운이 좋아서 한번 뛰었다가 더 깊이 주저않는 널뛰는 주가와 비슷한 성과다.

회사의 경영진이 갑자기 단기적 성과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지속가능한 성과는 이미 물건너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