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더 공감티브가 보도하고 있는 한장관, 대통령, 김앤장 심야 술자리 폭로에 대해 김행이라는 국힘당의 여성당직자가 이 보도를 성폭력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심야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을 국정감사에서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을 향해 "데이트 폭력의 공범이자 2차 가해자"라고 공격하고 있어서 사태는 점입가경이다. 사실이라면 만남의 구성 자체만으로도 국정농단을 넘어설 정도 충격적이어서 사실관계에 기반한 시시비비가 반드시 가려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공익이라는 이름으로라도 당사자의 동의없이 사적인 대화내용을 보도에 이용한 것은 분명 더 공감티브가 당사자인 첼로연주자에게 사과해야 할 내용임이 분명해보인다. 아무리 공익이라는 공공재를 위한 일이라해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사생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건강한 민주사회가 바라는 바는 아니다. 특히 희생당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소시민이자 약자일 경우 윤리적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신독재 시대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수도 없이 많은 무고한 개인의 생명을 희생시킨 전제주의 지배방식을 공익으로 이름만 세련되게 바꿔서 똑같이 카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란 어떤 이유로든 어떤 상황에서도 소수이자 약자인 특정 개인의 인권이 희생되지 않는 튼튼한 울타리를 가진 사회를 의미한다.

김행 당직자 발언도 문제다. 이분이 정치적 의도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한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이런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행 당직자가 여성으로서 여성의 인권을 위해 발언대에 나섰다면 다음과 같은 맥락과 전제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성찰한 후 발언했어야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왜 굳이 이런 야심한 파티에 남성이 아닌 여성 첼로 연주자가 동원되었는지를 먼저 물었어야 했다. 여성은 여전히 밤 파티를 위한 수단인가? 둘째는 국가의 가장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이해충돌을 조정해가며 사적 이득을 챙기는 내밀한 비밀 파티에 한 사람의 여성이라도 여성이 포함되었는지를 물었어야 했다. 아마도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 공식석장에서나 비밀석상에서나 국정운영자로서의 파트너가 아니라 대문자 남성들의 이득을 챙기는 정치적 숫자로 취급받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 빠진 것이다. 김행 당직자는 대한민국이 남성들끼리 모여 내밀하게 밤파티를 열고 여기서 핵심사항을 조율하는 남성천하 세상(Old Boy World)이 정당한 세상인지를 물었어야 했다. 이런 더 큰 맥락에 대한 성찰이 거세된 질문은 자신을 포함한 여성을 남성들을 위한 부역자로 내모는 사회를 정당화하는 발언일 뿐이다. 스스로도 국힘당에 무늬만 여성인 당직자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진위의 사실관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겠지만 사실이 아님을 전제해도 김행 당직자의 발언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성은 여전히 표를 얻기 위한 정치공학의 수단이지 남성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 인간적 주체는 아니라는 현실을 여성이 나서서 인정한 것이다.

정치나, 경제, 종교, 과학, 등등에서 인간을 넘어 여성 남성임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 세상을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