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다윗 #이중몰입 #주체의_분열

#유전자_복권 #능력주의

인지하던 인지하지 못하던 우리 몸 속에는 골리앗에 해당되는 나와 다윗으로 커가기를 열망하는 내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우리의 주체성을 분열구도로 내몰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힘이 주체성과 주인됨을 분열시키는 현상을 이중몰입(Competing Commitment)라고 부른다. 이중몰입이 극복되지 못한다면 온전한 주체성을 발휘할 방법이 없다. 분열된 주체로는 자신의 삶의 온전한 주인됨을 살려낼 수 없고 자신이 약속한 변화를 실현하지 못해 진성리더로 삶이 종결된다.

나에게 골리앗은 유전자 복권(Premium of Biological Inheritance)을 타서 만들어낸 나다. 인생의 초반기에는 누구나 부모가 물려준 생물학적 유전자를 복권당첨금으로 의지해가며 생존을 구가한다. 부모가 유전적으로 물려준 좋은 머리, 수려한 외모, 재능, 건강 등등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이 나를 대신해서 뽑아준 유전자 복권이다. 유전자로 물려받은 재능과 머리는 복권당첨금이다. 부모의 부모의 부모 조상 중 어느 한쪽이 서로 데이트 하는 스케쥴이 하루만 어굿났어도 지금의 부모 밑에서 태어날 수 없었고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복권 당첨자의 운명을 향유할 수 없었다.

유전자 복권을 탄 사람들은 유전자 복권에서 제외된 사람들보다 쉽게 성과를 얻어낸다. 이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의 노력이 가미되었다는 것을 빌미로 여기서 얻어낸 모든 성과를 자기가 순수하게 만들어낸 것으로 챙긴다. 유전자 복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당첨금을 나눠달라는 요구에 대비해서 유전자 복권을 많이 탄 사람들끼리 성골, 진골, 육두품으로 분류해서 자신만의 리그를 형성해가며 다시 자신의 자식들게 복권당첨금을 물려주려고 혈안이 된 삶을 산다. 문제는 이런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불운한 사람들도 유전자 복권이라는 원리를 깨달지 못하고 모든 문제를 자신의 노력부족으로 귀인시켜가며 이들 진골 성골이 세워놓은 이기적 질서에 순응해 살아간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은 똑같은 능력을 달성하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경기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불공정한 세상에서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부족으로 돌려가며 순응하는 불운의 삶을 산다.

유전자 복권당첨자들이 세워놓은 질서를 추앙하는 경도된 자아는 골리앗으로 발현된 자아다. 골리앗으로 발현된 자아는 세상의 변해가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욱 힘을 얻고 기승을 부리지만 결국 어느 일정 시점이 지나면 자신의 갑옷 무게 때문에 스스로 쓰러지는 운명이다. 몰락의 순간에도 상대적으로 유전자 복권을 타지 못한 사람이 제일 먼저 쓰러지는 불운을 경험한다.

외부환경에 초점을 맞춰 생존을 구가하는 삶에 빠지게 되면 쉽게 역량으로 바꿀 수 있는 유전자 복권으로 탄 머리, 재능에 의존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여 골리앗을 삶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내면을 잃어버리는 치매걸린 골리앗으로 변해 쓰러진다. 쓰러진 골리앗을 해부해보면 적응과 관련한 모든 역량, 기법, 지식, 노하우로 중무장하고 있다.

유전자 복권 당첨자이던 불운을 타고난 사람이든 자아를 골리앗으로 만들어 쓰러트리는 역설적인 현상을 실력의 독재(Tyranny of competence)라고 부른다. 유전자 복권으로 얻은 재능과 머리에 기반한 역량이란 한번 여기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바꿔타기가 힘들다. 마치 자건거를 타고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앞만보고 달려 왔는데 잘못된 길로 달려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상황을 바꾸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방향을 바꾸기 위해 자전거를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달려왔던 길을 다 포기해야 한다는 엄중함과 자전거가 멈춰서는 순간 자전거가 쓰러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력의 독재는 능력우선주의가 만든 비극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리더십의 부재로 고통을 겪는 이유도 극단적 유전자 복권 당첨자들인 골리앗들을 줄세워가며 최고의 골리앗을 리더로 내세운 결과다.

실력의 독재에 걸려든 순간 더 무서운 일이 다가온다. 필요없는 역량의 옷을 벗어버리기보다는 죽은 역량을 살려구해내기 의해 역량을 갑옷으로 만들어 입는다. 결국 자신을 골리앗으로 변모시킨다. 역설적으로 이런 자신을 보호해주는 골리앗의 갑옷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어느 순간 이 갑옷의 무게가 스스로가 지탱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갑옷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가 된다. 변화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 무장한 것들이 오히려 변화에 대한 민첩성을 떨어트려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다. 자신을 움직일 수 없는 골리앗은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지독한 근시 환자가 된다. 먼시야를 볼수없는 골리앗은 순간 순간 엄습하는 불안을 지울 수 없다. 불안을 느끼는 순간 골리앗은 다시 근시적으로 중무장한다. 스스로를 움직일 수 없는 골리앗은 적들에게 가까이와서 한 판 겨루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지만 스스로 죽어가는 골리앗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을 골리앗으로 무장하는 동안 벌어진 일은 세상은 변화해서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으로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점점 더 쌓여간다. 유전자 복권은 문제해결을 부모가 간접적으로 도와준 것이지 자신이 주체적으로 해결한 것은 아니다. 문제를 유전자 복권 당첨금에 의해서 전적으로 해결해가며 편하게 사는 동안 세상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해가며 해결할 수 있는 근력을 잃었다.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아는 성인아이로 쪼그라들어 숨겨지고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가 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복권의 물이 빠진다.

유전자 복권의 물이 빠짐과 겹쳐서 찾아오는 현상이 치매현상이다.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밖으로 돌며 역량으로 중무장하는 골리앗이 결정적으로 죽음을 맞게하는 것도 치매 때문이다. 많은 외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적응하고 골리앗으로 역량을 쌓다보면 어느 순간 내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한다. 자신은 엄청난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어도 내면적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불안감이 수시로 엄습한다. 이런 불안감은 치매환자들이 경험하는 불안감과 비슷하다. 약한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경험을 반복한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자신이 어느 순간 다시 치매상태로 돌아갈 것란 것을 안다. 길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을 안다. 정상적인 상태에 돌아왔을 때 이 환자가 느낄 불안과 고통이 바로 밖으로만 돌며 갑옷으로 중무장한 골리앗 현대인이 겪는 고통이다. 치매는 나이와 상관없이 유전자 복권에 대한 믿음이 강한 순으로 먼저 찾아온다.

치매환자로 전락하기 전에 외면 받고 숨겨져 있던 자신의 고유한 모습인 성인아이를 다윗으로 키우는 작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가 자신의 마지막인 죽는 순간까지 번성을 구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준다. 성인아이를 일으켜 세워 다윗으로 근력을 세우고 이 다윗을 통해 미래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문제해결을 위해 다른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골리앗의 갑옷을 벗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획득하는 일이 본질이다. 이런 각성은 자신이 어느 순간까지 편한 삶을 살았던 이유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라는 행운을 겸손하게 인정할 때 찾아온다. 이런 각성된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유전자 복권을 타지 못해 맨땅에 헤딩해가며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들에게 빚을 지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에 대한 각성이다.

마테복음에서 예수도 달란트의 비유를 통해 한 달란트를 받아서 한 달란트로 갚는 유전자 복권 당첨금에 충실한 삶을 경고했다. 적어도 한 달란트를 받았다면 이것을 종잣돈으로 두 달란트로 키우거나 다섯달란트로 만들어 원금과 이자를 세상에 돌려주는 삶이 빚을 제대로 청산하는 삶이라고 규정했다. 자신이 세상에 다녀감에 의해 부모의 유전자를 빌려 쓴 원금을 상환할 뿐 아니라 세상(공기, 자연, 도움)을 공짜로 빌려 쓴 댓가를 갚고 떠나는 삶을 진실된 기독교인의 삶으로 규정했다.

성인아이가 다윗의 근력을 회복했다는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길을 잃었을 때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말해주는 존재목적이라는 나침반을 찾아내는지의 문제다. 다윗은 골리앗과 달리 극성이 있어서 떨리는 나침반을 가진 자아를 의미한다.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이 길 잃은 지점이 어느 지점인지 좌표를 찍어줄 수 있는 나침반이 없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나침반으로 자신의 좌표를 다시 찍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이 지점을 중심으로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낸다. 삶이 애자일하다는 것은 이런 나침반이 있어서 길을 잃어도 언제던지 다시 지도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침반은 내면의 다윗을 상징한다. 나침반의 세상이 변화에 따라 떨림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칠 수 있는 근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윗이 나침반의 극성을 살려냈을 때 다섯개의 풀무돌과 새총만 가지고 갑옷과 무기로 중무장한 골리앗을 넘어트렸다. 온전한 주인되기 경쟁에서 다윗이 동원한 나침반은 존재목적이고 풀무돌은 우리에게 목숨과도 같은 소중한 가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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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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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