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감(Compassion)은 사랑에 대한 가장 지고지순한 도덕적 감정을 의미한다. 긍휼감은 유전자 복권으로 취득한 자신의 재능과 머리와 외모에 대한 편애 속에 감춰진 자신과 타인의 아픔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 잘난 자신의 모습에 대한 나아르시스적 편애를 극복하고 이 편애에 대한 열망 때문에 성인아이로 아파 쓰러져 있는 자신의 고통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쓰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 다윗으로 키워내는 아픈 자신에 대한 사랑이 긍휼이다.
Compassion은 기독교에서는 긍휼로, 불교에서는 자비로, 유교에서는 측은지심으로 번역하는 모든 종교의 보편적 감정이기도 하다. 용어는 달라도 보편 종교는 compassion을 실현하기 위한 형제이고 동료이다. Compassion을 어떤 문자로 읽는지를 놓고 문자주의 혈전을 벌이는 동안 종교에서 아픈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는 사랑을 위한 협업이 사라진 것이다.
진성리더가 다른 일반리더와 보이는 차별성은 이 도덕적 감정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근원적 수준에서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이 해결이 지속되게 하기 위해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영자나 지속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정치가들의 공통점은 긍휼감이라는 도덕적 정서의 잔고가 고갈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긍휼감은 자신과 타인의 아픔과 고통까지 숨기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으로 사랑하고 이 사랑을 통해 고통을 해결해서 이들을 다윗으로 일으켜 세우는 힘이다. 자신과 타인의 고통조차도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는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왜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존재목적에 대한 각성 때문이다. 긍휼은 일반적 사랑과 달리 고통이 존재목적을 통해 일으켜졌을 때 생기는 지고지순하지만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랑의 감정이다.
긍휼감(compassion)은 공감(empathy)이나 동정(sympathy)과는 차원이 다른 최고의 도덕적 감정이다. 공감(empathy)은 상대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재미있는 코메디를 보면 웃고 또 채널이 바뀌어 슬픈 드라마가 나오는 울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세상에 비타민이 되어주지만 이 능력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일은 없다. 동정(sympathy)은 상대 고통에 대해 손을 잡고 위로해 줄 수 있는 능력이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이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진통제나 반창고를 붙여주는 행동이다. 응급처치의 수준에서는 필요하지만 진통제나 반창고를 주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에 대한 접근이 동정으로 끝날 때 더 큰 문제가 발행한다. 섣부른 동정심은 상대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 아니라 동정을 그냥 받아들이면 삶의 의존성이 심화된다.
긍휼감은 상대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내재화해서 같이 손을 잡고 그 고통의 밖으로 빠져나오게 주체화할 수 있는 행동의 능력이다. 단순히 죄책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 죄에 대해 사함을 받을 수 있는 주체적 변화행동을 하는 것이 긍휼감이다. 세상의 근원적 변화는 오직 긍휼감을 가진 사람의 주체적 혁신에서 시작된다.
긍휼감이라는 단어 Compassion을 해부해보면 사랑의 근원적 감정에 대한 의미가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
Compassion는 Passion과 Com이 결합된 용어다. Passion이라는 용어의 원래 뜻은 고통이 주체적으로 해결되었을 때 주체가 느끼는 희열이란 뜻이다. Passion에는 고통이라는 의미가 더 근원적 어원으로 들어가 있지만 결과중심적인 사람들이 고통을 빼고 희열만 강조하는 어휘로 변질시켰다. 결과중심주의에 경도된 기성세대들은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청년들에게 열정(Passion)이 없다고 비난하지만 자신의 고통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주체적 해결만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이 성장이 바로 열정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비난이다. Passion에 붙어 있는 Com은 공동의 아픔을 인지하고 이 아픔을 덮거나 고식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근원적 수준에서의 해결을 위해 협업으로 나서는 행동을 의미한다.
Compassion 속에는 Compass라는 단어도 포함되어 있다. 콤파스는 원을 그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나침반이라는 단어이기도 하다. 나침반은 사람들이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의 존재목적을 찾아주는 북극성의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 아픔을 근원적 수준에서 혁신적으로 해결해서 도달해야 할 방향은 나침반이 가르치는 방향이다. 고통의 해결이 가르쳐주는 방향이 자신의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이다. 고통을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해야하는 이유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 즉 나침반을 가지고 세상에 귀감이 되었던 삶을 산 사람이라는 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긍휼감이란 단지 아픔에 대한 고통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 고통으로 쓰러져 있는 자신의 존재목적을 일으켜 세우는 도덕적 감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을 그려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Compass가 긍휼감에 의미하는 바도 심각하다. 공정성과 의에 대한 오해는 이런 콤파스가 원을 그려내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함이다. 원이란 제한된 각 인간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보편적 정의와 공평함을 상징한다.
Compass의 중심은 자신의 존재목적이고 이 존재목적을 중심으로 자신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공평한 원을 그려낸다. 이 원으로 그려낸 범위에 긍휼감으로 환대하고 치유받아야 할 사람들의 범위에 대한 가장 공명정대한 사명의 울타리가 둘러진다. 이 둘러진 사명의 울타리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고통을 치유하거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실험실을 운용한다. 심리적 울타리를 만들고 이 안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은 Compass의 동사형인 Encompass의 뜻이기도 하다. 공정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은 신과 달리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가며 대상을 모두 치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환대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가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특수한 기준이 아니라 원처럼 자신의 진북에서 지칭하는 보편적 가치의 기준에 따라서 선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환대와 치유의 역량이 늘어날수록 원의 크기도 확대되고 더 높은 곳에 더 크고 평평한 원으로 만들어진 운동장이 건설될 것이다. 더 높은 곳에 만들어진 더 평평한 운동장은 의로움이 실현된 세상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리더로서 긍휼감이 없다는 것은 리더가 스스로 자신이 답이 없는 사람이라는 곳을 공표한 것이다. 답이 없는 사람임에도 이 사람의 겉포장인 연기, 머리, 말재주, 재능, 혈연, 지연, 학연 등등에 속아 리더로 만들어 준 것이다.
국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김은혜 수석과 강승규 수석이 "웃기고 있네"라는 필담을 나누고 있는 장면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긍휼감 잔고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자신들의 자식이 포함되어 있었거나 이 사고로 희생당한 젊은이들도 자신의 아이들일 수 있다는 젊은이들이 느끼는 아픔에 대한 일말의 긍휼이 있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고 희화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취임 초부터 지난 6개월간 대통령실은 긍휼감의 부재 때문에 발생한 집단사고의 폭탄을 서로 돌려막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 더 큰 폭탄이 터질지 조마조마할 뿐이다.
기업의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가진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이를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 속에 녹여 혁신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반창고와 진통제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로 돈 벌이에 급급해 있다면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물건너간 일이다. 고객과 사회와 자연에 가한 아픔에 대한 혁신적 해결은 경영자가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총체적으로 길을 잃고 점점 미궁의 싱크홀로 빠져들고 있는 이유는 리더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긍휼감의 부재가 불러온 사회적 참사다. 긍휼감을 가진 리더들만 문제의 근원을 찾아서 혁신적으로 가야할 방향성 있는 제대로 된 답을 찾아낸다. 긍휼감이 있는 리더만 창의적, 건설적, 미래지향적 문제해결력을 가진 리더이다. 리더에게 긍휼감이 없다면 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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