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ydia R&C OKR 파티
2022. 12. 16
리디아
알앤씨의 송년 OKR 파티에 초대받아 OKR 리뷰 과정을 참관해봤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대부분 회사의 OKR 달성도가 50-60% 정도다. 리디아에서도 각 영역마다 4-5개의 결과를 OKR로 설정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자신의 시험성적을 발표하고 평가받는 자리라기 보다는 올해의 OKR을 지룃대 삼아 내년을 레버리징 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파티로 즐기고 있었다. 대기업에서 연말 OKR 성과평가의 엄숙하고 심각한 분위기와는 크게 달랐다. 고과와 인사평가에 직접적으로 연동시키기 보다는 유기적 성장을 통해 회사의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학습과정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완벽해 보이지는 않지만 리디아 알앤씨는 OKR을 들여와 실험하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들 중 나름대로 잘 정착시킨 사례였다. 다른 기업은 OKR을 한다고 해도 쉽게 정착시키지 못하는데 리디아 알앤씨에 나름대로 적용이되는 이유를 추정해봤다.
첫째, 리디아 알앤씨는 중소기업이지만 회사의 존재목적이 분명한 회사이다. 리디아는 할렌스타인이라는 브랜드의 호텔급 침구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회사이지만 이런 일을 하는 이유가 과부와 고아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이다. 회사는 젊은이를 사회에 의해서 버림받은 고아로 경력단절 여성을 사회가 유기한 미망인으로 은유하고 있다. 이들을 회사의 할레스타인 이불처럼 따뜻하게 환대해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사명이다. 고객에게는 사회가 주는 상처로 잠을 잃은 불면증 사람들을 침구로 환대한다. 따뜻하고 편안한 잠을 선사해서 활력을 되찾아 주는 작업이다. 기력을 잃은 사람들이 아침에 다시 활력을 찾아 다시 주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명이다. 침구를 통해 주체적 인간으로 살아나갈 에너지와 따뜻함을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 철학이다.
OKR은 Objective and Key Results의 뜻으로 핵심은 Objective에 대한 약속이다. Objective는 일상적 목표와는 달리 자신의 존재이유를 담은 Moving Purpose다. Objective는 존재이유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함수의 결과변수다. 목적은 회사가 약속을 지켜 100년 기업이 되어 있을 때 자신의 미래 모습이다. 자신 회사가 왜 세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대체불가능한 회사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OKR은 이런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켜 100년 기업의 마지막 고지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기착지에 베이스 캠프를 세우고 여기서 다시 더 높은 베이스 캠프로 이동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Objective는 회사의 존재이유인 목적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없다면 그냥 KPI나 MBO와 차별화되지 못한 성과평가의 도구로 전락한다. OKR이 다른 성과평가와 차별되는 이유는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현재에서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목적함수를 찾아주기 때문이다.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에서 OKR은 원래의 목적과 달리 반드시 디커플링된다. 이런 맥락에서 OKR 설정을 하거나 피드백을 할 때는 먼저 회사의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문이 앞에 들어가 있어야한다.
OKR이 실패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각 부서마다 다른 수준의 OKR 내지는 다른 달성도를 협업으로 조율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협업하는 일터의 분위기가 없다면 OKR은 자신의 기여도를 더 평가받으려는 제로섬 정치적 싸움으로 전락한다. OKR이 플러스 섬으로 작동하는 회사는 목적에 대한 믿음이 분명해서 각자의 부서가 자신 부서의 OKR을 넘어 이 목적에 대한 협업을 실현하는 것을 필생의 과제로 생각할 때이다. 홈페이지 장식에 불과한 존재목적을 가진 회사는 자발적 협업이 불가능하다.
부연설명하면 OKR의 성공과 실패는 베이스 캠프를 세우기 위해 제대로 된 상판을 만드는 작업과 비슷하다. 각 부서가 도출하고 달성한 결과는 이 상판을 만들기 위한 각자의 기둥이다. 각 부서의 기둥이 세워지고 이 위에 상판이 덮어져서 만들어진 운동장에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가치의 본질이다. 회사의 존재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각자의 OKR이 들쑥날쑬 설계된다. 결국 고객에게 전달되는 상판에서의 작업도 기울어진 상판에서 만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목적에서 약속한 온전한 가치가 제대로 전달될리가 만무하다.
존재목적에 대한 분명한 약속이 있는 회사만 자신들이 세운 기둥과 다른 부서가 세운 기둥을 비교해가며 레벨링한다. 이런 회사는 각자의 부서가 서로의 상판작업을 도와가면서 협업으로 레벨링에 성공한다. 회사의 OKR을 이끄는 목적이 없는 회사의 기능부서에서는 자신들의 OKR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자신의 OKR을 벗어나 회사의 가치체인을 보지 못한다.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는 회사에서 상판의 레벨링을 위한 자발적 협업은 상상할 수도 없다. 기능부서의 실무자들은 이런 협업과 레벨링 작업은 CEO와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는 기능부서의 OKR 달성은 All A 플러스여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최종 가치는 C나 D 수준에 머문다.
리디아 알앤씨의 각 기능부서의 발표를 듣고 있으면 다른 부서에 OKR 달성에 더 큰 박수를 보내고 기뻐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는 자신 부서만이 아니라 다른 부서도 같은 수준의 OKR 달성으로 레벨링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른 부서의 성공을 위해 격려를 아끼는 모습은 좋았으나 리디아 알앤씨의 향년의 ORK을 같은 시간에 발표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었다.내년 OKR의 전체 최적화를 위한 레벨링 작업을 위해서는 각 기능부서의 OKR 평가와 달성도를 들어보고 향년의 OKR을 회사 전체의 존재목적을 위한 협업의 관점에서 전체 최적화하는 관점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초우량기업이 된다는 것은 연말 성과평가를 제대로 된 축하 파티로 운영할 수 있는 회사다. 마지막 평가 리뷰 이전에 설정한 OKR에 대해서 이미 지속적으로 피드백으로 수정과 학습을 지속해왔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모든 부서가 다 학습과 협업을 통해 A플러스 성과평가를 받게 만들었어야 제대로 된 성과평가를 하는 회사다. 이런 모든 부서가 A 플러스를 받는 성과평가는 회사의 존재이유가 분명하고 어떤 부서에서 일하든 이 존재이유를 실현해 고객의 아픔에 긍휼감을 가지고 주어진 자원과 조건을 이용해 최적화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협업으로 일할 때 가능한 일이다.
PS: 리디아 알앤씨는 중소기업 중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한다. 올해도 7명의 신생아가 탄생했다. 일터가 직장과 일을 임의로 나누지 않고 유연하게 설계되었기에 거둔 성과다. 침구외에도 유아들을 위한 유기농 제품의 옷과 육아에 필요한 도구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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