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신뢰는 내가 상대를 신뢰함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지의 정도로 계산된다. 즉 내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받아도 그만인 수준이 신뢰의 수준이다. 포기할 수 있는 돈이 천만원이라면 친구와의 신뢰의 정도는 천만원이다.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리더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자신이 가진 약점을 어디까지 공개해 얼마나 상처받을 수 있는지를 허용하는 범위다. 리더가 약점을 공개함으로 얼마까지 손해를 감내하기로 작정했다면 리더가 부하들에게 보이는 신뢰의 수준은 바로 이 정도이다. 더 큰 약점까지 공개한다면 신뢰의 수준은 천문학적이다.

경영전략에서는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만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하고 강점을 무기로 적을 공략하는 전술을 논하지만 이것은 진성리더십의 원리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경영전략에 능한 리더가 부하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못하는 이유는 언제든 상황이 불리해지면 강점을 몰아서 공격하던 리더의 공격본능으로 공격대상을 적이 아니라 조직내 약골로 낙인찍힌 특정 부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하가 리더가 이끄는 조직의 약점이라고 판명될 경우 리더는 언제든지 적을 공격하던 무기로 약점있는 부하도 공격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성리더는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운동장을 둘러쌓아주는 사명의 울타리를 설계해 구성원들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한 약점을 지키는 과정에서 노출한 약점을 서로 공격하기보다는 보듬어주고 고쳐주는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진성리더가 설계하는 사명의 울타리는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낸다.

심리적 안정지대는 구성원이 서로의 약점을 노출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보험으로 사명의 울타리를 설계해주었다 해도 구성원이 먼저 자신의 약점을 노출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가며 자신의 약점을 공개하는 것을 상처받을 용기vulnerabilty라고 부른다. 진성리더가 설계하는 사명의 울타리를 두르고 있는 조직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약점에 대해 용기있게 직시하는 사람들만 진정한 겸손을 누리는 자격을 획득한다. 약점은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뿐 아니라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학습하려는 의지를 산출한다. 강점이란 약점을 발아시켜 나무로 길러내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얻어낸 열매이지 하루 아침에 하늘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가 스스로의 약점에 대해서 인정하고 이 때문에 상처받을 수 있는 용기를 보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이 용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목적과 이에 도달하려는 학습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리더만이 행사할 수 있다. 리더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는 용기는 부하들도 자신의 약점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리더의 용기는 부하들이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관용으로 대하게 하고 이를 직시해가며 자발적 학습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이끌어낸다.

약점이 없는 삶은 엑세레이다만 있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아서 무한질주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되는 많은 사람들을 치거나 상처입힐 개연성을 높힌다. 약점을 감추고 재능만 내세우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교만함으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이유이다.

반면 자신의 약점에 대한 성찰과 이해는 자신을 겸손하고 노력하고 공부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신뢰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삶의 브레이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도달해야 할 목적지에 대한 믿음이 강렬한 진성리더들에게 약점은 숨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들춰내 보듬어주어야 할 대상이다.

리더의 삶에서 강점은 엑세레이다라면 약점은 브레이크이다. 신은 리더에게 강점도 주었지만 브레이크로 사용하라고 약점도 주셨다. 진성리더에게 약점은 강점만큼 큰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