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글로벌에서 갑자기 좀비영화나 드라마가 표준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각광받는 좀비 드라마는 신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좀비 스토리인 <해피니스>, 조선의 역병과 왕권다툼을 좀비 이야기로 각색한 <킹덤>, 좀비가 모성애를 느낀다는 좀비와 인간의 경계를 다룬 <나는 살아 있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좀비 이야기 <좀비탐정>, 고등학교를 배경으로한 좀비 이야기 <지금 우리학교>는 등등을 들 수 있다.

영화평론가분께 물어보니 이전의 호러물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좀비장르로 진화된 것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호러물이 유행인 시대는 호러처럼 풀리지 않은 난제가 대세일 때다. 호러란 풀리지 않은 문제가 상상적 괴물로 성장한 것이다. 이 괴물을 사람들을 공격해 공포로 몰아넣는다. 괴물은 풀리지 않고 쌓인 난제를 은유한다.

풀리지 않은 문제가 축적이되고 매일 매일 삶으로 전환되어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시대가 초뷰카시대다. 초뷰카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은 이 풀리지 않는 문제라는 괴물에 오랫동안 감염된 상태로 살다가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숙주가 되었다. 이 숙주가 다시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좀비로 무한복제되고 있는 형국이다. 디지털 플랫폼상의 무한 복제능력은 이런 좀비가 된 사람들이 다른 좀비를 감염시키는 일을 쉽게 만들었다. 광견병처럼 모두가 광인병에 걸린 것이다.

초뷰카시대는 변화와 위기가 상수인 시대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모두 길을 잃을 운명의 삶을 산다. 길을 잃은 사람들은 누가 앞장서서 나가면 레밍쥐처럼 모두 따라나서 좌충우돌하다 모두 몰사당한다.

길을 잃고 헤매는 반쯤 정신이 혼미해진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좀비다. 좀비 드라마 영화가 표준 장르로 정착된 이유는 이런 정신줄 놓고 사는 사람들의 시대상을 세계관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좀비 드라마나 좀비 영화도 초기에는 비현실적 상상 속 호러물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혼미한 상태로 사는 지금의 현실이 반영된 좀비들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거나 감정도 느끼는 보통사람들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나는 감영된 좀비인 것일까? 초뷰카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다.

감염된 사람이 좀비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있을까? 좀비는 자신과 남들이 느끼는 피흘리는 고통을 못느끼는 흡혈귀다. 피흘리고 쓰러진 자의 고통을 즐겨가며 누구의 피라도 빨아먹어야 자신이 산다. 한편 좀비는 세속적인 자극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욕망이라는 마약에 취해 길을 잃은 사람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피흘리는 사람의 아픔인 긍휼을 혈청으로 만든 존재목적의 주사액만이 이들을 살릴 수 있는 면역주사다. 오래전에 니체는 사람들이 목적을 잃는순간 이해할 수 없는미친 짓 에 몰두할 것이라고 좀비 세상을 예언했다. 좀비상태를 벗어나는 방법도 결국 긍휼감을 가지고 존재목적을 찾아서 삶에 예방주사를 맞는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젊은이들에게 열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좀비에 감영되어 길을 잃고 이들의 아픔을 긍휼로 감싸안고 존재목적으로 치료하는 가사와 이를 표현하는 군무로 좀비의 삶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BTS는 젊은이에게 큰 예방주사이자 면역주사였던 셈이다.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이런 존재목적과 긍휼로 서로를 환대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한 좀비 장르가 초뷰카시대의 대세가 될 전망이다. 좀비 장르가 대세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흥행의 여부는 누가 좀비로 표준화된 플롯에 BTS같은 희망의 메시지를 심을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박물관에 들어와 멋진 유물을 보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다. 유물로 보존되고 발굴되지 못했다면 이들도 좀비로 삶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목적의 약속을 실현해 유산을 남겨 후세가 이 유산을 삶의 날줄로 살려내지 못하면 나는 영구히 이름없는 좀비로 남을 것이다.

세상이 좀비들에 의해 장악될 때까지 오랫동안 사회와 사람들을 방치하고 직무유기한 종교도 준엄한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의 채찍질이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