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기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 담소를 나눠보면 리더십이라는 용어에 대한 보이지 않는 반감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들은 리더와 따르는 사람을 꼭 이원론적으로 나눠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생각보다 골이 깊다. 리더십에 대한 반감을 해결하기 위해 코칭이 나섰지만 코칭도 결국은 이런 반감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주는 처방책은 아니다.

경영자와 구성원들이 꿈꾸고 있는 이상적 조직은 리더와 따르는 사람으로 구분하지 않아도 업과 사명에 따라서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는 일터다. 이런 일터는 누군가가 굳이 나서서 임의로 관리하지 않아도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자 리더가 될 수 있을 때 가능한 개념이다. 한 마디로 관리비용이 제로인 상태의 조직이다. 모든 사람들이 주인이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관리비용이 제로인 상태가 되면 리더라는 개념은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없는 군더더기 개념이 된다. 리더라는 개념이 동어반복적으로 받아들여져 더 이상 사람들에 리더십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리더십의 민주화 상태이다. 리더십의 민주화란 모두가 주인이 되어 관리비용이 사라진 상태를 지칭한다.

리더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뛰어난 경영성과를 내는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는 모든 리더십 교재에서 이상적 리더십 상태로 인용하고 있는 노자의 무의자연 리더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의자연의 리더십에 이른 상태가 바로 리더십의 민주화가 달성된 상태다.

노자의 도덕경 17장을 보면 다음 구절이 나온다.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리더가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해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말할 것이다. 이 모두가 우리 스스로가 이룬 것이다.

리더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도 리더가 의도했던 변화의 상태를 구성원들이 성취하게 하는 상태가 노자의 '무위자연'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에 배태돼 변화를 일으킨 상태이다.

요순시대는 노자가 꿈꿨던 무위자연의 리더십이 실현된 시대이다. 태평성대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동양에서는 요순시대를 태평성대로 생각한다. 요임금과 순임금을 성인으로 부른 이유는 백성들이 실제로 부른 고복 격양가 때문이다. 고복 격양가는 백성들이 '자신들이 배를 두드려가며 부르는 노래로 요순시대 백성들은 다음과 같은 격양가를 불렀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요순임금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무의에 따라 자연스럽게 순리와 도에 따른 정치를 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제왕의 힘이 작용하는지조차 몰랐다는 의미다. 무의자연 리더십에서 도는 현대적 리더십 용어로 목적이다. 요순시대 임금님들은 백성이 생생지락하는 세상이라는 국가의 존재목적이 앞에서 드라이버로 이끌게 하고 자신은 숨어서 이것이 실현되는 플랫폼으로 국가를 만드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이다. 무위자연 리더십은 리더가 회사를 이런 플랫폼의 운동장으로 만들어주고 이 운동장에서 만들어낸 성과에 대한 공로는 구성원들이 가져가게 만드는 역피라미드 리더십이다. 무위자연과 정반대 리더십은 공은 리더가 다 가져가고 과는 부하들에게 돌리는 피라미드형 리더십들이다.

리더십의 가장 성숙한 상태인 무위자연 리더십에 가장 근접한 현대적 리더십은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진성리더십에서 주창하는 리더십의 민주화와 사명기반의 전문가들의 놀이터의 개념 속에 노자의 생각이 잘 녹아 있다.

진성리더십은 지금처럼 L자 불경기와 디지털 혁명에 의해 추동되는 초뷰카시대는 답이 없는 세상이라고 가정한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길을 잃는다. 길 잃음이 본질인 세상이 초뷰카세상이다.

리더는 답이 없는 초뷰카 세상에 답이 될 수 있는 가설적 솔루션을 제기한다. 이 솔류션을 구성원의 마음 속에 심는데 성공해 구성원들이 협업으로 솔루션을 실현시키면 이 가설적 솔루션이 답으로 떠오른다. 답은 상상 속에서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목적의 형태로 먼저 존재하고 리더는 이것을 현실로 구현해서 답을 만든다. 리더는 현실에 없던 답을 상상 속에서 먼저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탁월한 구성주의자다. 진성리더는 초뷰카세상에서 답이 될 개연성은 공동으로 찾아낸 존재목적이 변화하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얼마나 의미있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안다. 공동의 존재목적을 구성원의 마음 속에 심어 협업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고통이 실제로 해결되는 현실을 만들어내면 그것이 답이라는 구성주의 원리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진성리더다.

진성리더는 리더에 대한 스토리와 스타일을 회사에서 일률적으로 만들어서 강요하는 삼인칭 모형의 폐기를 주장한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실무자인 리더에게 자신 일과 삶의 주인으로서 리더십 스타일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권한을 되돌려주는 리더십의 민주화를 주창한다. 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민주화를 통해 리더 뿐 아니라 모든 실무자가 주인이자 리더로 태어나는 세상을 염두에 둔다. 진성리더는 이와 같은 세상을 위해 조직의 구성원들이 마음껏 뛰어놀며 자신의 전문성과 리더십 기량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목적과 사명의 운동장을 설계하는 설계자이다. 리더십의 민주화와 사명중심의 역할조직을 통해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면 구성원들이 나서서 우리가 해냈다고 외치게 할 수 있는 리더들이 최고의 진성리더들이다.

진성리더는 리더십이 가장 성숙한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위해 3인칭 리더십에 대한 패러다임을 일인칭 리더십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코칭한다. 구성원 모두가 일인칭 리더십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업원 체험이든 고객체험이든 체험의 본질은 자신의 몸이 주인이 되어 자신의 몸을 토양으로 목적의 씨앗을 뿌려 이 씨앗을 통해 세상의 진리의 증거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리더십의 민주화란 누구나 자신 삶의 주임됨을 체험하는 상태이다.

진성리더가 꿈꾸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지금 공식적 리더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존재가 물처럼 자연스러워서 구성원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무위자연의 리더십 상태이다. 리더십이 사라지는 세상은 불가능하더라도 리더의 존재가 물처럼 자연스럽게 조직에 스며들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행사되는 리더십이 민주화된 세상을 꿈꾼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자리에 집착하지 않고 조직이 절대 절명으로 실현시켜야 하는 목적에 헌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구성원 모두를 공유된 목적에 헌신하는 주인됨을 만들어낸 최고경영자가 진성리더이다. 이런 진성리더십 원리만이 우리가 팬데믹에 걸려 넘어지게 된 원인인 조직의 기저질환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지평을 제시해 미래에 대한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조직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해에는 사회 각 영역에서 이런 진성리더십의 기운이 우리 나라에 짙게 둘러싼 암운을 뚫고 희망의 빛을 선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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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주말에 가족과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럼덩크>를 관람했다. 영화는 북산고와 전국 최강 산왕공고가 맞붙는 전국 고교 농구 선수권대회의 한 경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지막 5-6분을 남겨놓고 20여 점 차로 뒤지던 북산고가 산왕공고를 따라잡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렸다.

여기서도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이었던 강백호가 주인공 역할을 이끌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영화는 시대가 변화한 모습을 반영해 모두를 리더로 만들었다. 영화 슬럼덩크는 만화와 달리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리더십의 민주화 현상을 반영했다.

농구는 원래 마지막 5분이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팀의 실력이 비슷할 때 이야기다. 20여점 차이가 나는 전국 최강 신왕공고를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신예 북산고가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감독은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과 나머지 선수들간의 공유된 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서 역전승을 거두게 만들었다. 영화의 메시지도 다섯명 선수 모두가 리더였고 모두가 주인공일 수 있을 때 불가능했던 20점의 점수차를 극복하고 우승할 수 있다는 리더십의 민주화 메시지를 전한다.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은 최고의 선수지만 게임에 임하기 전에 항상 자신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달라고 기도하는데 결국 신예 북산고에게 패배하는 것이 최고의 경험이 된다. 이것을 극복해 미국의 NCAA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NCAA에 진출한 송태섭과 만나서 경기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종결된다.

영화는 송태섭과 정우성의 스토리를 전개를 통해 한 두번의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서 자신 삶의 주인으로 일어서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이 최고의 체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유기적 성장이란 몸, 마음, 정신이 통합된 전체로 성장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적 성장에서는 초반기에 실패를 통해 학습해도 결국 실패를 지룃대로 삼아 후반에는 실패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기적 성장의 반대는 번갯불 성장(Flake Growth)으로 몸, 마음, 정신을 분절시키고 최적화 시켜 전반부의 한 두 게임에서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승승장구하다가 후반부에서는 더 캄캄한 상태로 사라지는 성장이다.

기업이 종업원이나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체험이 바로 이들을 주인으로 리더로 일으켜 세우는 체험이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사실 북산고의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고유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을 농구를 통해서 치유하고 극복하고 자신을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세울 수 있었기 때문에 농구가 이들 삶의 최고의 선물이었다. 주인공으로 세워지는 체험이 초뷰카 시대 리더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