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와 갑질을 피하는 소통법
서로를 낮설게 해보자
자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나 지도를 정신모형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정신모형이 자신의 정신모형과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신모형의 보편성을 주장해가며 상대를 자신의 정신모형 안으로 포섭하는 행위가 상대를 침해하는 행위로 이어질 때를 갑질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할 때 "너도 나와 같은 인간인데 왜 나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느냐?"고 힐난한다. 자신이 특수한 인간임에도 마치 시공을 초월해 존재하는 보편적인 인간인 것처럼 가정하고 상대를 비논리적으로 제압한다. 이런 방식의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한번 싸워보자는 선전포고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가정은 상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인 타자성의 공간을 붕괴시켜 소통을 싸움으로 변질시킨다.
갑질은 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정신모형을 침대로 삼아서 다른 사람들을 잡아다 이 침대에 눞히고 이 침대에 맞지 않는 손과 발을 잘라내거나 이 침대에 모자라면 손 발 머리를 억지로 늘려서라도 맞추는 행위를 말한다.
갑질은 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정신모형의 감옥과 토굴에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가두는 행위라면 뒷담화는 반대다. 힘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모형과 합치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상대를 발견하면 이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 이들의 정신모형을 개조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람의 면전에서 이야기하기보다는 뒤에서 공격하는 행위다. 이 사람의 뒷통수에 대고 자신의 정신모형과 맞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이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루머를 퍼트리는 행위다. 갑질이 만용이라면 뒷담화는 비굴의 소치다. 아픔에 대해 인정할 수 있는 제대로된 용기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자신의 정신모형으로 갑질을 하던 뒷담화를 하던 문제의 근원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자신의 숨겨진 상처에 있을 개연성이 높다. 자신 정신모형이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극복하고 세상의 변화를 업데이트하고 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경우 굳히 남들을 비난할 이유가 없다. 자신도 이전에 그런 고통으로 아팠을 때를 회상하고 업데이트된 정신모형을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픔을 읽으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들은 이런 사람들의 아픔을 환대하고 치유해서 여기에 도달하는 길을 인도하는 세르파가 될 개연성이 높다.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뒷담화하고 편견으로 재단한다는 것은 자신의 숨겨진 아픔에 대한 열등감이 투영된 것이다. 갑질이나 뒷담화는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변호하고 상처를 열등감의 거적으로 덮어놓는 행위다. 자신의 상처에 거적을 덮어놓는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거적은 오히려 상처에 구더기를 만들어내고 상처를 곪아터지게 만들 뿐이다. 남들에 대한 비난과 뒷담화는 자신의 상처가 온전하게 치유되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정신모형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소통의 형태인 You Message를 자제하고 Me Message로 전환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You Message를 주고 받는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싸움을 위한 선전포고이다.
상대가 나에게 You Message로 싸움을 걸어오면 이것을 들은 청자는 같은 You Message로 대응하기보다는 Me Message로 한발 물러서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공간이 확보되면 화자에게 You Message 때문에 받은 공격이 만들어낸 상처의 아픔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Me Message로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상처에 대한 자신의 소회가 상대에게 담담하게 전달하면 상대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고 나의 정신모형을 일방적으로 살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받게 된다. Me Message로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You Message는 상대를 포획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있을 때마다 도망가야하지만 Me Message는 상대를 타자로 인정하고 자신도 상대의 입장에서 타자임을 선언하는 행위다. Me Message는 서로를 낮설게해서 서로를 향한 타자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시도이다. Me Message로 상대와 자신 사이에 타자성을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지 못하면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입지를 먼저 선점하려는 갈등으로 전환된다.
Me Message로 서로가 서로에 대해 타자성을 인정해가며 타자성의 공간이 확보되면 서로의 정신모형이 가진 한계점과 이 한계점에 기반해서 생산해낸 확증편향과 왜곡된 자료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수정되기 시작한다. 타자성으로 서로간 객관적 거리가 눈에 보일 때 이것을 연결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타자성이 모든 관계의 선결조건이다.
뒷담화나 갑질은 자신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 생긴 열등감의 발로라는 것을 인정하자. 상처에 덮어놓은 거적을 덮어 걷어내고 여기에 생긴 구더기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면 진실한 소통은 물건너간 일이다. 초기단계에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관계에는 영원한 결석이 생긴다. 상처에 대해 인정하고 직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환대하고 손을 잡고 같이 치유할 수 있는 긍휼감의 연결이 공동체의 본질이다. 이런 연대의 공동체가 만들어질 때 갑질과 뒷담화로 벗어난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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