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들간의 차이를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혼용해서 쓰는 사람도 많다.

목적(Purpose)은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서서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의 이유이다. 목적은 내가 세상에 반드시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 목적은 나를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시켜준다. 존재 수준에서의 차별화는 나의 대체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내가 세상을 위해 차별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으로 우뚝 서게 만듬으로 나의 자긍심을 증폭시킨다. 목적을 깨달는 순간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게 되는 제 2의 탄생을 경험한다. 목적은 본인이 왜 이 세상에서 반드시 존재해야하는 대체불가능한 존재인가에 대한 당위성 주장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경쟁사와의 생존경쟁을 넘어서서 이들을 제치고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회사의 목적이다. 이 목적은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 시켜준다. 서비스나 제품에는 회사가 천명하는 목적이 이입되어 이 제품이나 서비스을 통해 목적을 체험한다. 회사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을 넘어서 회사의 철학인 목적을 체험으로 파는 회사가 된다. 초일류라고 알려진 회사는 모두 목적을 체험으로 파는 회사들이다. 체험화된 목적은 회사가 고객에게 팔 수 있는 최상의 가치다.

요즈음은 비즈니스 어낼리틱스와 심지어는 chat GPT까지 나와서 목표를 설정해고 변수를 최적화해서 달성하는 것이 옛날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기술적 지평을 최근 상태로 업데이트 해서 목표를 달성해서 생존을 위한 경쟁우위를 달성하는 것만으로는 어떤 회사도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다. 이런 경쟁우위가 왜 우리 기업을 통해 달성되야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소구하는 존재우위를 구현할 수 있어야 차별적 경쟁력이 있는 회사가 된다.

목적이 내가 존재해야 하는 차별적 이유라면 이 목적에 대한 믿음을 형성했을 때 사람들이나 조직은 소명과 사명과 비전을 경험한다. 믿음이나 철학이 없는 목적은 허수아비여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소명 (Calling)은 이 목적이 나를 부르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목적에 대한 믿음이 종소리가 되어 나의 영혼에 스파크를 보내가며 깨우고 있는 상태가 소명이다. 목적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는 상태가 소명이다.

목적이 명사형이라면 사명 (Mission)은 목적에 대한 믿음에 임파워먼트되어 목적을 실현시키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것이다.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 상태를 사명이라고 칭한다. 사명은 목적이 동사화된 것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목적은 사명으로 동사화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비전(Vision)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것은 현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 속에는 과거와 가까운 미래가 혼재되어 있다. 우리가 현재 보는 것은 백그라운드와 중심그림으로 분절되어 있다. 과거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백그라운드 그림으로 각색되고 가까운 미래에 달성해야 할 것은 중심그림으로 등장한다. 중심 그림이 없이 모든 것이 백그라운드 그림처럼 평면으로 본다는 것은 삶이 과거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모든 것 중 이미 충족된 욕구는 백그라운드 그림으로 배치되고 앞으로 충족해야 할 욕구는 그림의 중심으로 배치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데이팅 하는 관계에 있어서도 파트너와 내가 썸을 타고 있는 단계라면 파트너는 후광을 가진 중심인물로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백그라운드로 퇴조해서 장소에 있었는지도 기억을 못할 수도 있다. 서로 데이팅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되면 파트너는 백그라운드로 퇴조하고 당장 제대로 돌봐야하는 문제를 가진 아이가 비전의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파트너는 충족된 과거여서 잘 보이지 않는 반면, 해결해야 할 미래를 담고 있는 아이만 눈에 보이다.

비전 Vision을 가졌다는 것은 보는 것의 상태가 충족된 과거인지 가까운 미래인지에 따라 백그라운드와 중심인물로 분절되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가 분절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분절되지 않은 상태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은 목적에 대한 믿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았을 때이다. 존재목적이라는 믿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았을 때 못보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것이 비전의 원래 의미다. 목적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았을 때 더 높이 보거나 더 깊이 보거나 더 멀리 전체를 보는 것을 비전이라고 칭한다. 목적의 제대로된 안경은 기회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위기나 위험도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보이지 않던 자기 자신도 볼 수 있게 하는 천리안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통찰력이나 직관이나 자기성찰은 과거와 가까운 미래의 눈으로 보는 것만 보는 세속적 나안을 벗어나 목적의 안경으로 세상을 연결된 전체로 보기 시작할 때 체험한다. 목적에 대한 각성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의 거대한 목표에다 임의로 각색해서 입힌 비전은 그냥 사막의 신기루이다. 그간 수도없이 시도되던 회사나 개인들이 비전 만들기가 만들어 놓고 실제로 비전적 체험을 제시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다.

삶에 소명이나 사명이나 비전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직까지 목적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목적을 발견했어도 이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다. 존재 목적이 없다는 것은 자신을 언제든지 쓰다가 유용성이 떨어지면 버려질 수 있는 대체가능한 사물과 같이 취급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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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림은 한양대의 유영만 교수님이 제 책 <황금수도꼭지: 목적이 이끈 기적>를 리뷰하실 때 쓰셨던 그림을 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