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7:04
[N.Learning] 좋은 기업문화 왜 어려운가?
 글쓴이 : Administra…
조회 : 68  

좋은 기업문화
왜 어려운가?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는 학회의 각 영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한달에 한번씩 콜로키움 형식으로 발표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해 전문가의 놀이터를 만드는 모듈인 <짜라투스라와 춤추기> 특강(교장 김기은, 박문인) 을 진행한다. 어제는 제약업계에서 오랫동안 기업문화를 담당해온 People & Culture 전문가 피승재 도반의 발표가 있었다.
제약회사는 병원처럼 생명에 직결되는 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느니 만큼 어느 산업보다 태생적으로 보수적이다. 제약회사 기업문화의 이슈는 이런 지켜야 할 생명에 대한 보수성에 몰입하다 보니 사회적 변화의 수요에 따라서 회사를 열려있는 혁신적 분위기로 바꾸는 것이 어렵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변화와 혁신사이의 가치충돌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제약회사 문화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다.
세미나에서 피승재 도반은 제약회사의 기업문화 설계자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져야 할 직업적 가치로 학습, 용기를 제시했다. 생명존중과 변화혁신이 서로 충돌할 경우 제약회사는 생명존중을 앞세워 변화와 혁신의 가치를 희생하는데 적어도 문화설계자라면 이 둘의 가치충돌이 주는 아픔을 직시하는 용기가 있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더 많이 한발 더 나가서 공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약회사 기업문화 설계자로서 얼마나 오랫동안 좋은 기업문화를 만든다는 신념하나로 아픔을 견뎌야 했는지를 느낄 수 있어서 참가자들 모두가 울컥했다.
가치충돌을 직시하는 용기와 과거에 고착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학습에 더해서 참가한 문화전문가 도반들이 한 가지 더 요구한 것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목적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회복탄력성을 주문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기업의 문화는 성과를 내는 기업만의 방식이다. 기업이 생산적 문화를 못만드는 이유는 성과의 중요성에 눌려 단기적 성과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기적 성과를 벗어나 미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들만 문화의 중요성을 이해한다. 성과는 회사가 돌아가기 위한 기본이고 상수이지만 여기에 고착되어서는 생산적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문화를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건너야할 징검다리는 구성원 육성이다.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을 통해서 리더급의 리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첫번째 징검다리다. 하지만 리더급의 리더가 되는 것으로 문화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 리더들이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함을 통해 회사의 목적, 가치, 철학을 내재화해 모든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세상을 보는 방식, 소통하는 방식 등등이 목적의 안경을 가지게 되었을 때 완성된다. 결국 문화를 만든 리더의 책무는 이 리더가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자신급에 해당하는 후배 리더들도 많이 육성하고 이 육성한 리더들이 회사의 목적, 철학, 가치의 안경을 당연한 안경으로 끼고 일할 때 완성된다. 이런 문화의 책무를 완성한 리더에게 구성원들은 이 리더가 회사를 다녀갔기 때문에 자신들이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발생적 흐름인 Looking forward 방식이 아니라 문화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과거로 되돌아보는 방식인 Looking Backward 방식으로 설명하면 문화의 핵은 회사의 존재목적에 대한 철학이, 사람, 성과에 심어진 것이다. 문화란 회사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최소한 5P로 불리는 비즈니스 모형의 핵심인 사람(People), 성과(Performance)의 P를 넘어 전략(Position), 혁신과정(Process), 포트폴리오(Portfolio)에 커플링 된 상태를 의미한다.
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을 미시적으로 보면 씨앗이 발아되고, 이것이 건강한 나무로 성장하고, 이 나무가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방식이다. 존재목적은 씨앗에 해당되고, 건강한 나무는 비즈니스 모형이고, 열매는 회사의 철학을 담은 서비스나 상품(업)을 의미한다. 존재목적은 Why를 구성하고, 비즈니스 모형인 How를, 결실은 What을 구성한다. 건강한 회사는 Why, How, What이 서로 온전하게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Way를 형성한 회사를 의미한다.
이런 건강한 나무에 회사를 비유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것이 문화에 해당하는 토양이다. 토양은 회사의 과일나무가 지속가능한 유기적 성과를 내게 만드는 원천이다. 아무리 뛰어난 철학과 사명을 가지고 있어도 토양에 비옥하지 않다면 토양은 이 씨앗을 뱉어낸다. 아무리 강력한 비즈니스 모형을 가지고 있어도 토양에서 영향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한다면 빈 기계를 돌리는 것이다. 결국 회사에 통합된 Way가 존재한다는 것은 튼튼한 과일나무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비옥한 토양이 있다는 뜻이다. Way가 기업문화의 효과성과 생산성의 지표로 등장하는 이유다.
문화란 회사의 과일나무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는 회사 고유의 비옥한 토양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비옥한 토양에서 목적의 씨앗이 발아되어 비즈니스 모형이라는 나무로 자라고 회사의 목적과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과일을 만들어낸다. 통상 초일류회사란 가성비 넘치는 과일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과일을 통해서 회사의 철학과 목적에 대한 체험(업)을 파는 회사를 의미한다. 이 토양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구성원을 한 가족의 울타리로 두르고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 회사의 고유한 문화가 완성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기업문화 시도가 실패하는 이유는 나무의 씨앗에 해당하는 존재목적, 사명, 가치, 철학이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토양만 비옥하게 만들다 끝내기 때문이다. 정착 토양은 준비되었는데 종묘를 하지 않아 씨뿌리지 못해 결국 계절을 놓치는 농부들의 비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나무를 길러내고 이 나무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경영진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를 만들어내는 더 더 중요한 사람들은 임기가 정해져 단기적 성과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경영진보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해가며 자신의 일터를 스스로 가꾸어내야 할 장기적 안목을 가진 실무의 리더들의 역할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