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7:18
[N.Learning] 우리는 왜 사기꾼에게 무방비로 당할까? 탁월한 진정성 연기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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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사기꾼에게 무방비로 당할까?
탁월한 진정성 연기
<나는 신이다> 방송이후 사이비에 관한 고발 방송이 차고 넘치고 있다. 세상이 혼탁해질수록 길을 잃은 사람들은 잘못된 믿음에 미혹될 개연성이 넘친다. 일단 사이비 종교같은 잘못된 믿음에 미혹되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도 미혹당한 사람이 미친 짓을 아주 정상인처럼 태연하게 행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니체가 오래전에 지적했던 "존재목적을 기반으로 한 믿음을 잃는 순간 사람들은 온갖 미친 짓에 몰두하기 시작한다"는 경고가 현실이 된다. 니체가 보기에 자신의 삶의 궁극적 존재목적을 반영한 믿음이 아닌 모든 사적 믿음은 탈선한 믿음이다.
사이비 교주나 사이비 장사꾼들이 쓰는 수법에 당하는 이유는 이들이 뛰어난 진정성 연가자이기 때문이다. 수법은 심리학에서 다른 사람들을 가스라이팅 시키거나 미혹할 때 쓰는 일반적 수법이지만 이런 수법들이 일관되게 진정성 연기라는 한 가지 목적으로 정렬되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들이 높은 수준에서 진정성을 연기하기 위해 공략하는 우리들의 약한고리를 살펴보자.
첫째, 진정성에 취약한 사람들은 남들을 잘 믿는다. 이들은 신뢰에 대한 사람들의 본능적 믿음을 역이용한다. 일반 사람들은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때 믿는 쪽을 택할 확율이 높다. 진화론적으로 서로 믿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문화적 토대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특별하게 의심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데 믿지 않는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심리학적 실험에서 데이터의 50%는 가짜라는 객관적 정보를 전달한 후에도 사람들은 데이터를 믿는 쪽을 선택한다. 이런 믿기좋아하는 성향을 이용하기 위해 사기꾼이나 사이비들은 일단 신뢰성이나 진실성 진정성 연기를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당연히 일단 남을 믿고 시작하는 수준의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나 사이비에게 먹잇감이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진정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빚지고 사는 것을 싫어한다. 사기꾼이나 사이비는 빚지고 사는 삶이 함축하는 호혜성의 규범을 역이용한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기꾼이나 사이비는 이런 호혜성 규범을 이용해서 선물공세를 보이고 상대가 충분히 빚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사이비나 사기꾼들이 선물로 주는 것은 환대다. 환대받은 적이 없는 상처 투성이의 사람들에게 최고의 환대를 베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손해볼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들이 결국 되갚도록 요청하는 것은 지금까지 선물로 받은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심각한 것이다. 이들이 베푼 환대의 댓가로 갚아야하는 빚은 이들의 맴버십에 가입하는 것이다.
셋째는 진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분란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라 어색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사기꾼의 사기행각이 사실에 가까워도 이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한다. 일말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상대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의 사이비 행각을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일말의 잘못될 수 있는 정보가 실제로 잘못된 정보인지를 의도적으로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는다. 결국 사이비 행각을 발견해도 저절로 곪아터저 큰 사회 문제가 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는다. 결국 이들의 사기행각은 수면아래에서 떠오르지 못하든 동안 많은 피해자가 양산된다.
넷째, 진정성을 믿는 사람들은 권선징악의 공정한 세상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세상은 점점 더 공정한 세상으로 옮겨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세상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벌어지는 일도 다 권선징악에 의해서 사필규정으로 응징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사기꾼들은 이런 공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과 현실이 주는 틈을 이용한다. 사기꾼들이 가장 먼저 타겟으로 삼는 사람들은 착하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섯째, 진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사기꾼이나 사이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고로움보다는 휴리스틱이라는 지적 게으름을 즐긴다는 점을 이용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다른 사실들이 전개되어도 왜 다른 현실이 나타나는지를 다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머리 속에 과거의 데이터로 만들어진 지적 회로인 휴리스틱이 지름길로 알려주는대로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고 따른다. 사기꾼이나 사이비가 보이는 최초의 이상한 행동을 감지해도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이상한 자료로 새롭게 생각하는 것자체가 지적 게으름에 익숙해지면 힘들고 괴로운 노동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사기꾼이나 사이비 교주는 자신들이 진정성이 있는 진실된 사람이라는 것을 연기해서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신뢰자본이나 공정한 세상에 대한 열망, 생각하기 싫어하는 지적 게으름, 빚지고는 못산다는 생각 등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이들의 숨겨진 목적은 우리를 자신들 사적이익을 충족하는 도구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가스라이팅의 대가이자 뛰어난 심리학자들이다. 평범한 개인들이 이렇게 심리학적으로 훈련된 가스라이팅의 대가가 일관되게 진정성을 연기해올 때 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근원적 해결책은 있을까? 심리학이나 가스라이팅에 대항하는 기법들을 익혀서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수법이 수백가지 수만가지이고 더 교묘해져서 이런 미시적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두더기 잡는 게임일 뿐이다.
미시적 해법을 넘어서 가치와 목적으로 세워진 울타리를 가진 공동체를 복원하는 거시적 해법이 답이라는 생각이다.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는 믿음, 신뢰, 호혜성, 포용의 부재가 주는 약한 고리인 외로움 때문이다. 건강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주체로 세워지지 못하는 외로움이 사이비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준다. 사이비들은 자신의 집단이 이런 근원적 외로움의 공포에서 영원히 해결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믿음을 주게 만든다. 외로움에 노출된 대상에 대한 극진한 환대가 이들의 수법이다.
개인적 외로움을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공간이 공동체다. 가족, 회사, 교회, 국가에 무너진 공동체가 이런 사이비가 등극하는 세상을 만든 셈이다. 가치와 존재목적으로 세워진 울타리는 구성원에게 벗어나서는 안되는 상식, 법보다 터 타이트한 가치의 울타리를 제공해준다. 우리가 이런 가치의 울타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최대한의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울타리 안의 운동장이 제공된다. 니체가 강조한 존재목적이라는 미래의 지향점은 아무리 암울한 세상이 와도 탈로하지 않는 행로를 보여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가족, 회사, 교회, 사회, 국가가 이런 가치와 목적으로 세워진 울타리를 가진 공동체를 제공해주지 못하니 울타리가 무너진 틈을 이용해서 사이비와 사기꾼들이 진정성을 심리적으로 연기해가며 외로운 사람들을 미혹해서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세상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보인다.
가족, 이웃, 사회, 회사, 국가, 교회가 가치의 울타리를 상실하고 자신들 고유의 존재목적의 성소를 잃어버린 삶이 자신을 외로움에 떨게 만들고 이런 약한 고리가 사기꾼과 사이비에게 무주공산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가치의 울타리와 목적의 성소를 가진 공동체를 복원해 외로움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못한다면 세상은 점점 더 사이비와 사기꾼들에 의해서 미혹되고 가스라이팅 당하는 혼돈의 세상으로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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