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4-03 17:26
[N.Learning] 헬조선 속에서도 기억이 지워진 청년들 자립보호청소년의 삶과 죽음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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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속에서도 기억이 지워진 청년들
자립보호청소년의 삶과 죽음
지난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자립준비청년은 2019~2021년 기준 13명이다. 생사조차 모르는 연락 두절 상태의 청년은 27명(2021년 12월 기준)이다.
자립보호청소년이란 부모와의 연결이 끊어져 보호시설에서 자란 후 만 18세가 되어 시설을 퇴소한 청소년을 지칭한다. 자립보호청소년은 퇴소후 5년동안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정부지원과 도움을 받는다. 자립준비청소년 숫자는 매년 2천명 중반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부터는 2천명 초반대 떨어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만 2천명 정도다.
2020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자립준비청소년 310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의 50%인 1555명 정도가 자살충동을 느낀다. 비교대상이 되는 일반청소년의 경우는 16.3%로 3배정도 더 심각한 자살충동에 시달린다(19~29세 전체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8년 자살실태조사 결과).
자립준비청소년의 자아존중감은 10점 만점으로 2.9점이고 삶에 대한 만족도는 5.3점이다. 2019년 한국복지패널조사의 일반 가구원 자아존중감 3.22점이었고, 2017년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서 19~29세가 응답한 삶의 만족도 점수는 6.5점이었다.
이들의 진학률은 2020년 기준 15.5%(연락두절 사례 제외)로 입시 교육기관 종로학원이 집계한 2021년 전국 대학 진학률은 73.7%보다 1/5정도다.
뇌과학의 측면에서 부모는 청소년들이 온전하게 성장할 때까지 공포와 두려움을 관장하는 편두체(Amygdala)를 통제하는 울타리 역할을 수행한다.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삶의 긍정적 울타리에 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을 발전시켜 자신이 만든 울타리로 부모의 울타리를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전전두엽이라는 삶의 울타리를 만들어내지 못한 성인들에게는 시시각각으로 활성화되는 편두체를 제어하지 못해 생긴 공포와 불안 때문에 삶의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성인아이로 고착된다. 스스로 전전두엽을 만들어낼 수 없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배경이라는 울타리가 없이 성장한다는 것은 편도체의 왜곡된 모습인 숨겨진 내면의 성인아이를 기울 개연성을 급격하게 높힌다.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통제가능한 성인아이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인지가 문제다. 성인아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인지의 문제는 자신을 좋게 평가하는 자긍심(Self Esteem)에 의해서 측정된다. 자립준비청소년의 자긍심의 정도는 일반청소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신을 괜찮게 평가하는 자긍심이 떨어지면 조그만 문제가 생겨도 자신을 일으켜 세워 문제를 풀려는 회복탄력성이 떨어지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성인아이는 이렇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사건들을 먹고 자라난다. 어느 순간 세상의 조그만 문제도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히면 그나마의 헬조선의 삶도 포기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이런 점에서 하와이 카우와이 섬에서의 연구가 자립준비청소년에게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큰 시사점을 안겨준다.
이 연구는 1954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름다운 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당시 카우아이섬은 미국의 식민지로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백인들, 이주한 동양인들, 원주민들이 어울려서 살고 있었다. 연구는 1954년에 태어난 신생아 833명의 성장과정을 40여 년간 추적조사 하였다. 이들의 생활환경은 대부분이 열악하였으나 이들 중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201명의 아이들을 고 위험군으로 분류하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과 비교하였다. 고위험군은 자립준비청소년과 유사한 개념이다.
가설은 고 위험군에서 비행 청소년도 많고 사회적 낙오자들도 더 많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연구는 고 위험군에서 자란 어린이 중 72명이 기대와는 달리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실에 놀란 연구진은 연구주제를 180도 바꿔서 무엇이 이들을 어려운 환경으로부터 지켜주었나를 연구하게 되었다.
연구결과 그들 72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극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 중 누군가 적어도 한 명은 이들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긍휼감을 가지고 이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사랑의 끈을 놓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긍휼감은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의 원천이 되었다. 자신이 고통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믿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의 존재는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의 정신적 근육을 단련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긍휼의 사랑은 이들이 커서 고향을 떠나 세상의 큰 산을 마주하고도 주눅이 들지 않는 정신모형의 근육으로 작용했다. 아무리 암울한 상황이라도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라도 긍휼이 담긴 사랑의 줄을 놓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들의 삶을 구할 수 있다.
훌륭한 조건에서 태어났음에도 기대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 어린이들의 문제는 부모가 이들의 장점과 매력에 집중해 좋은 것만을 사랑한 경우였다. 부모의 긍휼감이 결여된 과도한 기대에 기반한 잘못된 사랑이 자식을 망쳤다. 정순신 변호사 가족과 같은 잘못된 사랑의 편애가 아이를 괴물로 키웠다. 문제는 정순신 변호사 가족처럼 아이가 경계를 넘어서는 정도로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으로 아이를 키우는 가족도 많다는 사실이다.
사랑에 긍휼의 뿌리가 없다면 진짜 사랑은 아니다. 자식을 어른으로 키우고 싶으면 아이로 생각하고 자신의 복제품이 될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독립적 어른으로 기대하고 이 기대에 대한 단서를 긍휼감으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부모의 배경을 가지고 있던 가지고 있지 않던 대한민국의 모든 청소년은 아프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일반청소년보다 아픔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커진 청소년들이다. 이들 청소년들이 헬조선을 넘어서기 위해 부모와 사회가 보여주어야 할 것은 잘난 점에 대한 시장경쟁이 아니라 이들이 아픈 사실에대해 인지하고 아픔을 환대하고 치유하여 온전한 독립적 어른으로 성장하게 하는 긍휼의 사랑이다.
청소년들이 헬조선에서 탈출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회가 이들에게 보내는 긍휼의 사랑이다. 긍휼의 사랑만이 이들에게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우울증, 불안, 정서장애 등 정신질환의 문제를 극복하고 온전한 전전두엽을 선사할 것이다. 이들은 긍휼의 사랑을 바탕으로 스스로가 전전두엽의 울타리를 마련하고 세상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결혼을 꺼려하고 설사 결혼했어도 아이낳기를 꺼려하는 이유도 자신의 아이들에게까지 자신들이 지금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는 헬조선을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율의 문제는 기성세대가 무너트린 미래에 대한 이들의 소심한 보복인셈이다.
이런 나라를 무너트리는 세대전쟁을 종식시키기는 첫 걸음은 어른들에게서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와 어른이 청소년과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랑의 본질은 자식이 가진 재능에 대한 사랑의 편애가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진 아픔을 아픔으로 인정하고 치유하는 긍휼의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인 긍휼로 사랑하는 어른들이 많아져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대한민국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자식을 긍휼감으로 돌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부모의 배경과 울타리가 없는 자립준비청소년에게 경제적 후원자를 넘어서 맨토와 친구로 동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주는 일이다. 자신의 아이보다 더 아픈 아이들에게 긍휼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