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한 마디로 거짓말 경연장이다. Goffman이라는 사회심리학자는 이런 사회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사회를 연극무대에 비유했다. 연극에 참여하는 연기자들은 자신의 무대 뒤에서 사는 실제 모습을 숨기고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코프만은 현대인이라면 모두 거짓말 경기대회에 선수로 참여하는 것이 규범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거짓말 경영대회의 선두에는 항상 방송이 서 있다. 공영방송은 성격상 이런 거짓말 경연대회를 나름 자제하는 성향있는데 종편은 다르다. 이들은 거짓말 경연대회를 노골적으로 생중계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소위 그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해 치열하게 파헤치고 여기에서 거짓말로 판명되면 거짓말 대회 레이스에서 퇴출시킨다. 거짓말을 진실처럼 꾸며서 이야기하는 최고의 자기 진정성 연기자들만 종편에서 살아남고 종편이 이끄는 사회에서 사회적 리더로 존경받는다. 심지어는 아이보리 탑이라는 진실의 보루 속에서 살아온 교수까지 최고의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끌어들였다. 이런 종편의 마수에 걸려든 교수들을 칭하는 방송패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SNS는 종편의 바이럴이 되어 연기력 경연에 일반인들을 끌어들였다. 인스타에는 종편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수준이 되기 위해 연기력을 갈고 닦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전통적 경영학은 한 수 떠뜬다. 적과 경쟁자에게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강점만을 부각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경영전략이라고 가르친다. 긍정심리학은 경영전략처럼 약점을 감추라고 가르치지는 않지만 약점보다는 강점에 더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사람은 누구나 재능이 있으니 특히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약점보다는 이 재능을 이용하여 지금 현안이 되어 있는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해보라고 격려한다. 긍정심리학에서는 경영전략에서처럼 적과 경쟁자를 강점으로 무찌르고 무한질주하라고 가르치지는 않지만 자신의 약점과 분리된 강점과 장점을 하이라이트 시키는 삶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약점은 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어느 순간 사무엘 베케트의 <행복한 날들>이라는 희극에 나오는 "오늘도 행복했어요"라는 주문을 외워가며 행복이 사막화된 모래구덩에 빠져 매일 매일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된다.

인생 자체가 연극이라는 고프만의 주장을 넘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엄연한 사실이 거짓말 경영대회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다른 사람의 상처에 침뱉은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의 아픔에 대해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인 공감(Empathy)이 환대의 규범으로 작용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고도 보지 않은 것처럼 넘어가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심지어 상대에게 피드백을 줄 때도 샌드위치 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부드러운 감성팔이식의 좋은 말을 먼저하고 해야할 아픈 말을 하고 다시 좋은 감성팔이 말로 마무리하라는 환대의 규범을 가르쳐왔다.

기업은 이런 감성팔이가 환대의 규범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드라마에서 감성팔이에 성공해왔던 영화배우나 TV 연기자를 이용해 자신의 제품에 비싼 감성적 광고를 입혀 돈벌이를 해왔다. 이런 감성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는 대본대로 연기한 뛰어난 연기자이지 그런 삶을 산 증인은 아님에도 이들의 연기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이들을 실제 그런 삶을 산 사람처럼 착각한다.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은 이런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개선하는 일에 사용한다. 기업이 주도하는 거짓말 대회 경연장에서는 감성팔이의 대마왕인 화장품 회사가 항상 선두를 달린다. 이들은 당대의 최고의 여성배우를 연기자로 캐스팅하기 위해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쓴다.

사회적 분위기가 남이 가진 약점과 아픔에 대해 건드리지 못하고 감성팔이로 진심이 빠진 환대를 강하게 강요하자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강점을 선전함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인지하고 이것을 제대로 해결함을 통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음에도 심지어 자신의 고통조차도 그대로 인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성향이 생겼다. 자신의 상처가 곪아서 구더기가 생겼음에도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여기에 거적을 덮어놓고 마치 고통이 없는 것처럼 연기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제대로 환대하는 것과 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지 못하고 있다.

일반사람으로 살기로 작정한다면 사회가 만들어놓은 거짓말 경연대회 토너먼트에 다시 자신의 강점 추스려 도전장을 내밀고 결국에는 우승을 꿈꾸는 삶을 안정적 삶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들은 자신의 아픔을 진싱으로 환대하고 치유해서 자신을 온전하게 삶의 주인으로 성장시키지는 못한다.

사회적 리더로 성장하는 사람은 괘도는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아픔에 대해서 솔찍하게 인정하는 상처받을 용기(vulnerability)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약점과 아픔에 대해 용기있게 직시할 수 있을 때만 아픔을 진심으로 환대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환대하는 사람들만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낮춰진 자신을 세우기 위한 진솔한 학습에 돌입할 수 있다.

이 용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강한 목적과 이에 도달하려는 학습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리더만이 행사할 수 있다. 리더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제대로 환대하는 용기는 부하들도 자신의 약점 때문에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리더의 용기는 부하들이 자신의 약점에 대해서도 관용으로 대하게 하고 이를 직시해가며 자발적 학습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노력을 이끌어낸다.

리더가 자신의 약점을 공개해서 상처받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신뢰의 기반이 된다. 전통적으로 신뢰는 내가 상대를 신뢰함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지의 정도로 계산된다. 즉 내가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받아도 그만이 수준이 신뢰의 수준이다. 천만원이라면 친구와의 신뢰의 정도는 천만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약점을 공개함으로 얼마까지 손해를 감내하기로 작정했다면 내가 부하들에게 보이는 신뢰의 수준은 바로 이 정도이다. 더 큰 약점까지 공개한다면 신뢰의 수준은 천문학적이다.

약점이 없는 연기자의 삶은 엑세레이다만 있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아서 무한질주에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되는 많은 사람들을 치거나 해할 가능성을 높혀준다. 약점을 감추고 재능만 내세우는 카리스마적 리더가 교만함과 갑질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이유이다.

반면 자신의 약점에 대한 성찰과 이해는 자신을 겸손하고 노력하고 공부하게 만드고 궁극적으로 신뢰의 원천이된다. 이들 삶이라는 자동차는 엑세레이더와 브레이크 모두가 작동한다.

리더의 삶에서 강점은 엑세레이다라면 약점은 브레이크이다. 신은 리더에게 강점도 주었지만 브레이크로 사용하라고 약점도 주셨다. 진성리더에게 약점은 강점만큼 큰 축복이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상처받을 용기가 리더에게 거짓말 경영장에 매번 참가해서 시시포스 돌굴리기 하는 삶에서 리더를 해방시켰다. 자신의 아픔에 대해 진실한 리더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도 제대로 환대하고 치유를 돕는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아픔에 대해 진솔한 리더다. 아무리 재능이 현란해도 자신이 가진 아픔의 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리더가 진성리더(Authentic Leader)가 될 방법은 없다. 진성리더는 자신에 대한 아픔을 제대로 환대하고 치유해서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