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뷰카시대에 모든 산업은 가성비 산업에서 고객체험, 종업원 체험 등등 체험이라는 화두가 이끄는 체험산업으로 전환된다.
요즈음 고객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품질과 가격이 좋다고 무조건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품질이 포화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기능적 수월성은 더 이상 차별적 경쟁력이 되지 못한다. 기능을 넘어서서 다른 제품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체험하게 하지 못한다면 경쟁력은 없다.
고객가치는 회사가 제시한 현재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고객이 이탈하지 않는 지점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된다. 회사가 지금 어떤 물건을 100원에 파는데 이 가격을 120원으로 올려도 고객으로 남아 있다면 회사가 고객에게 파는 체험적 가치는 20원인셈이다. 가격과 품질을 통한 가성비의 가치는 다른 회사의 제품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카피될 수 있는 보편적 상품가치이지만 체험적 가치는 카피가 불가능한 가치이다. 회사가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서 파는 체험적 가치는 제품의 가격저항선을 높혀 회사를 대체불가능한 회사로 만든다. 회사가 지속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이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이런 대체불가능성의 고객가치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
고객이 한 회사 제품에서만 느끼는 체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체험은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 가치, 존재목적이 제품과 서비스 속에 스며들어가 있다는 믿음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철학과 가치도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결국 체험적 가치는 회사의 존재목적에 의해서 결정된다.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회사가 약속한 존재목적을 팔 수 있는 회사가 가성비를 넘어 체험을 파는 회사이고 이런 회사만이 가격 저항선에 대한 프리미엄을 통해 초우량기업의 입지를 달성한다.
미국 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과 IBM이 협업으로 진행한 28개 국가 19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존재목적을 중시하는 소비자의 70%이상이 자신이 존재목적을 평가해서 선택한 회사가 가격의 35%를 올려도 회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존재목적을 파는 회사의 가격저항선이 지금 가격보다 35% 높은 선에 설정되어 있다는 상상적 실험 결과인 셈이다.
요즈음 고객은 매장에 가서 즉흥적으로 충동구매하는 Impulse buyer 보다는 생활하다가 삶의 순간의 느낌이 오면 그때 그때 필요한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micro shopping을 많이 한다. 아무리 매장에 포장과 광고를 그럴듯하게 해놓아도 삶의 철학과 관련한 체험의 스파크를 주지 않는다면 고객은 옛날처럼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해 집으로 날라오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나의 경우도 주로 소비가 책을 구입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주로 어떤 글을 읽다가 구입해야 할 책을 즉석에서 찾고 선정해서 micro shopping한다. 수집된 책들을 보면 내가 지적으로 고통을 느끼는 문제를 해결해준 책이거나 평상시에 중시하는 철학과 삶의 목적이 반영된 책이다. 목적에 대해 큰 철학이 없는 가까운 지인도 시간과 배달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원산지가 분명한 유정난과 즉석에서 만든 유기농 콩 두부를 주문해서 먹고 언제부턴가는 친환경 전기차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다. 목적과 지속가능성에 정렬된 micro shopping은 삶 속에 편재해 있다.
미래의 모든 산업은 고객에게 차별적 체험을 통해 가격저항선을 높힐 수 있는지에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이 달려있다. 존재목적이 애매모호하거나 이윤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지금과 같은 초뷰카시대 살아 남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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