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07-15 08:01
[N.Learning] 강진에서 목격한 대하드라마 작가와 주인공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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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목격한 대하드라마
작가와 주인공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에는 여러가지 놀며 배우는 놀이터들이 즐비해있다. 그중 한 곳이 진성리조트(리조트 총지배인 황진원)이고 이 진성리조트의 한 꼭지가 <진성리더를 찾아서>라는 놀터다. 지난 달에는 학회 진성도반들과 남명 선생과 김장하 선생을 배우기 위해 진주를 찾았고 이번 달에는 다산을 배우기 위해 강진에 들렀다.
진성리더를 찾아서가 장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탐방하는 이유는 진성인의 삶은 자신의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한 토양이라는 존재구속성을 받아들이고 이 존재구속성이라는 토양을 초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같은 씨앗을 품고 태어났어도 남명 선생이나 김장하 선생이 진주가 아닌 곳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이분들이 아닐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분들이 다른 나라 어느 곳에서 태어났다면 우리가 아는 이분들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산도 강진에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통해 강진이라는 토양과 조우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가 아는 한국이 배출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토양은 우리가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난 우연을 필연으로 전환시키는 대하드라마의 플롯이다.
세상을 변화시킨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존재목적의 씨앗을 자신의 삶의 토양에 심어서 자신만의 존재목적이라는 품성의 과일나무를 길러내는 대하드라마의 플롯을 품고 있다. 대하드라마는 씨앗을 통해 길러낸 탄생, 각성, 고난과 길러짐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씨앗의 한계를 극복해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품성을 만들어내는 초월의 역사를 품고 있다.
강진이라는 마을이 가져다 주는 존재구속성은 엄마 품과 같은 따듯함이다. 강진 만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모습이다. 강진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어머니 자궁이 의미하는 긍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삶의 관행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어머니의 자궁이 주는 따뜻한 긍휼로 해결된 문제의 내러티브가 쌓여 강진의 문화적 풍토를 형성해왔을 것이다.
1801년에 다산이 강진으로 처음 유배되었을 때 강진 사람들은 다산을 역병걸린 사람취급했다. 이 와중에도 다산을 긍휼로 품어준 사람이 동문 밖에 있던 주막의 주모였다. 주모는 다산에게 씨앗이 더 중요한가 토양이 더 중요한가의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깨달음이 지금 진성리더로 다산을 다시 태어나게 한 각성사건이다.
천재이자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다산은 뼛속까지 유전자 복권인 씨앗의 힘을 믿었다. 유전자 복권 당첨자로서 금수저로 삶을 누려온 다산에게 강진으로의 유배는 복권당첨금을 모두 빼앗긴 절망적 삶의 서막이었다. 자신의 불운을 탓해가며 일년 동안 신세한탄과 술로 허송하던 다산을 불러놓고 주모가 씨앗을 넘어 토양이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쳤다. 이 가르침에 각성한 다산은 타고난 재능의 씨앗을 다시 이곳 강진에서 심어 실제 열매를 거둘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기로 작정한다. 주모의 도움으로 절망 속에서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을 때 씨앗을 다시 뿌려보려는 희망의 불씨를 만들어낸 것이다. 대오각성해서 강진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써보는 대하드라마의 작가가 되어보기로 결심한다. 결심을 실천하기 위해 사의재라는 학당을 열고 황상 등 여섯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이런 씨앗이 길러지는 노력들이 결실을 보아서 500여권의 저술을 완성하는 풍성한 과일나무를 길러냈다.
이런 다산의 부활을 묘사한 시가 정호승의 <다산주막>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다.
다산주막
정호승
홀로 술을 들고 싶거든 다산주막으로 가라
강진 다산 주막으로 가서 잔을 받아라
다산 선생께서 주막 마당을 쓸고 계시다가
대빗자루를 거두고 꼿꼿이 허리를 펴고 반겨주실 것이다
주모가 차려준 조촐한 주안상을 마주하고
다산 선생의 형형한 눈빛이 달빛이 될 때까지
이 시대의 진정한 취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 창밖으로 지나가는 딱딱한 구름과 술을 들더라도
눈물이 술이 되면 일어나 다산 주막으로 가라
술병을 들고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지 말고
무릎으로 걸어서라도 다산 주막으로가라
강진 앞바다 갯벌같은 가슴을 열고
다산 선생께서 걸어나와 잔을 내미실 것이다
참수당한 눈물의 술잔을 기울이실 것이다
무릎을 꿇고 막사발에 가득
다산 선생께 푸른 술을 올리는 동안
눈물은 기러기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이번 강진 여행을 통해 다산을 학문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다산을 자신의 몸을 통해 삶으로 부활시킨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산은 이론과 실천을 결합시켜 삶의 변화를 모색했던 실천가였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후학들은 다산을 학문으로만 공부해 자신 입신양명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들 학자들이 앞장서서 실천가이자 실용주의자인 다산의 부활을 막은 셈이다.
진성도반들과의 강진여정을 통해 다짐했다. 다산이 강진이라는 삶의 터전을 인정하고 직면하고 받아들였을 때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듯이 우리 진성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절망으로 뒤덮혀 있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터전을 직시하고 진솔하게 받아들이면 언젠가는 희망으로 활활 타오르는 대하드라마의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삶이란 토양을 받아들이고 이 토양의 힘을 통해 자신을 초월하는 여정이다.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 고향을 떠나 타양에서 이방인으로 토양을 초월하는 법을 배워 기독교, 이스람교, 유대교의 아버지가 되었다. 다산도 마찬가지다. 한양과 자신이 태어난 두물머리 경기도 토박이도 살았다면 지금의 다산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진성리더를 찾아서 다산편을 멋지게 기획해주시고 양광식 선생과 귀한 만남을 주선해주신 진규동 도반님과 세르파로서 헌신하신 최수황 도반님께 감사드립니다.
참여도반: 배정미 오경희 유현심 육현주 이근모 정문선 진규동 최수황
2023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