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신화에는 노상강도인 프로크루스테스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싸우는 장면이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네의 강도 두목이다. 아테네 교회 언덕에 집을 지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강도질을 했다. 그의 집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행인들을 잡아다가 침대에 누이고 침대에 맞춰 발과 손을 잘라냈다. 침대보다 작으면 길이에 맞춰 몸을 늘여 죽였다. 노상강도로 잡힌 사람을 보고 미리 침대를 조정해 놓기 때문에 걸려들면 모두 사지가 능지처참되어 죽었다. 푸로크루테스의 악행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끝이 난다. 테세우스는 프로크루스테스를 잡아서 똑같은 방법으로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어 처치했다.
프로크루스테스와 테세우스의 전쟁기법은 중세에 십자군 전쟁으로 재현되었다. 십자군 전쟁에서도 기독교 신앙이라는 동질성에 포획되지 않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운용했다.
들뢰즈는 이런 잘못된 전쟁기법을 수정해서 싸움의 고수가 진검승부를 벌이는 전쟁기계라는 새로운 전쟁기법을 만들었다. 진성리더들이 추구하는 전쟁전략은 들뢰즈의 전쟁기계에 잘 담겨 있다.
진성리더를 열망하는 급진적 거북이들이 사용하는 전쟁기계라는 말자체는 어마무시하게 들려도 가장 뛰어난 전쟁기계 수준을 구가하려면 물리적으로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최고수의 싸움법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기계는 전쟁술이 워낙 뛰어나서 전쟁에 참여하는 당사자들도 자신들이 전쟁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쟁기계 기법은 존재목적이 약속한 상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상대를 선하게 가스라이팅 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전쟁기계의 싸움은 상대의 범주와 내가 주장하는 범주가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의 형국인 십자군 전쟁을 벗어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전쟁기계는 상대의 범주와 내 범주를 둘 간 차이에 기반해서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더 높은 곳에 운동장을 만들어내서 서로가 전쟁에서 이기는 윈윈의 싸움기법을 의미한다. 제로섬으로 치고 박고 싸우는 싸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플러스 섬의 전략인 전쟁기계와는 달리 십자군 전쟁은 전면전을 강조하고 힘이 쎈 전쟁주체가 힘이 약한 전쟁주체를 잡아다 자신의 동질성의 침대에다 눞히고 상대를 자신과 동질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잘라내는 전술을 사용한다. 십자군 전쟁은 정복과 굴복시킴의 관점을 담고 있다.
전쟁기계는 들뢰즈가 만들어낸 용어이지만 이 전쟁기계의 전쟁법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동양의 저술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힘이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을 어떻게 싸우지 않고 전통적 전쟁개념을 해체시켜 이길 수 있는지의 전략을 다룬 책이다. 평화학을 전제로 싸우지 않고 싸우는 다양한 전쟁기계의 기법들을 담고 있다.
손자병법의 가장 심오한 철학은 13편 중 3편 모공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제언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다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손자병법에서 주로 논의되는 전쟁기계의 싸움법은 물리적으로 싸우지 않고 더 큰 존재목적으로 상대를 감화시켜 내편으로 만들어 이기는 평화학 원리이다. 진성리더가 사용하는 전쟁기계 전략은 상대를 제압하여 내 생각을 상대에게 억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존재목적을 통해 찾아낸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적의 씨앗을 틈이 날 때마다 상대의 마음 속에 끼워넣어 뿌리고 자라게 하는 맥락 만들기하는 기법을 이용한다. 이들은 전쟁에 대한 목적함수를 바꾸는 것을 통해 전쟁을 완수한다. 이 전쟁의 종착지는 적으로 생각했던 이들을 스파링 파트너로 만들고 종국에는 함께 협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논리로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여 굴종시키는 기법이 십자군 전쟁이라면 전쟁기계의 기법은 싸우지 않고 모두에게 승이되는 상태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 디지털 시대는 모든 거버넌스들이 수평화된 플랫폼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수평화되고 민주화되가는 시대에 프로크루테스 처럼 힘의 우위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약한 상대에게 강제로 주입시키는 방식은 갑질일 뿐이다. 전쟁기법 중에는 최악의 전쟁방식이다. 약한 사람들을 잡아다 포로로 잡아 가두어 놓고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시작부터 진 싸움이다. 선천적으로 이길 수 없는 전쟁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국회와 행정부간의 싸움은 전형적 십자군 전쟁 방식이다. 이런 명분없는 고래등 싸움에 피터져 사라지는 국가의 미래를 보고 있자니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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