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역경탄력성 Resilience의 측면에서 반드시 연구해봐야 할 대표적 조류이다. 수도 없는 역경을 극복하며 수만 키로에 해당하는 거리를 여행한다. 이 여정에서 얻어지는 날개의 탄탄한 근력은 부수적인 것이지 역경탄력성의 비밀은 아니다.

기러기가 역경탄력성을 대표하는 조류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이유는 기러기 뇌 속에 박혀 있는 철심이 때문이다. 이 철심은 자신이 날아가야 할 목적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수행한다.

2008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철새 망막에 있는 '크립토크롬'이란 단백질이 자기장을 감지해 뇌로 신호를 전달한다고 발표했다. 이 나침반은 모든 기러기들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있어도 공동의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만나는 모든 장애는 공동의 목적에 종속시켜 여정을 완수한다.

크로토크림이 기러기에게 진북을 찾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사람들도 살기 위해서 고난을 극복하는 사람과 사는 것을 넘어서 삶의 목적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있어서 고난을 극복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회복탄력성을 만들어낸다. 어려운 상황에서 단지 살기 위해서 역경극복을 시도한 사람이 운좋게 역경을 극복하면 여기서 얻어낸 알고리즘이 무쇠와 같은 역경탄력성을 부여한다. 무쇠는 상황이 달라지면 새로운 역경이라는 망치에 얻어 맞아 반드시 부러진다. 반대로 목적 때문에 극복해서 이겨낸 역경은 용수철과 같은 역경탄력성을 선물한다. 기러기들이 공유하고 있는 철심인 크로토크림이 용수철과 같은 역경탄력성의 비밀이다.

이 이외에도 기러기들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긍휼의 리더십과 공유된 리더십을 행사한다. 대장기러기가 앞장서서 나가다 지치면 뒤로 빠지고 다음 기러기가 대장으로 지휘한다. 뒤에 빠진 기러기는 응원단장이 되어 팀을 격려해가며 역경을 넘어선다. 기러기가 날아갈 때 시끄러운 이유는 이 응원단장이 어려워도 같이 이겨내자고 소리치고 나머지 기러기들이 여기에 응답하기 때문이다.

기러기는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긍휼의 리더십을 행사한다. 여정 중 한 기러기라도 아프거나 낙오자가 생기면 팀원 중 다른 기러기 한 마리를 붙여주어 아픈 기러기가 죽거나 나을 때까지 간호하도록 한다. 기러기가 가족으로 합류한 팀원들에게 보여주는 긍휼감의 모습이다.

기러기는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적 역량을 동원한다. 기러기 V자 대형은 이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데 최적화된 기술이다. 바람이 세지면 각도가 줄어들고 바람이 약해지면 각도가 벌어진다. V자 대형 때문에 혼자 날아갈 수 있는 거리보다 70% 정도의 거리를 더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러기는 자신들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긍휼 공유 역량을 전체 최적화 시키는 명수다.

이런 목적을 중심으로한 최적화의 결과로 얻어낸 것이 역경탄력성이다. 철새 정치인을 기러기에 비유하는 것은 기러기의 삶을 모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