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 아카데미 18기가 드디어 8부 능선을 넘었다. 어제는 진성리더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남다른 전략인 급진적 거북이 전략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이란 우리가 갈 수 있는 마지막 미래에 정산될 존재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있어서는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이 믿음을 실현하는 방식은 거북이처럼 할 수 있는 것, 지금 당장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것에서 조용조용히 거북이 걸음으로 시작해 역경탄력성의 근력을 만드는 방식이다.
자신이 남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시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경계를 세우고 이 경계 안에서 목적을 종묘해가며 차이를 반복해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과일나무를 길러내는 방식이다.
급진적 거북이 전략과 반대되는 전략은 십자군 전쟁 전략이다. 십자군 전쟁은 믿음을 설정하고 이 믿음을 실현하기 위해 전체를 떠들썩하게 동원한다. 모든 변화는 급진적으로 일사분란하게 광풍처럼 밀어붙여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나 걸림돌이 있다면 믿음의 동질성이 없다는 명목으로 가차없이 처단해 획일화 시킨다.
얼마 전에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도반들과 <진성리더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진성리더십을 실천하신 분들을 찾아서 이분들이 살아왔던 맥락 속에서 진성을 어떻게 실천했는지를 그분의 삶의 터전에 가서 직접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떠오른 어른이 진주에서 남성당이라는 이름의 한약방을 운영해가며 형평운동을 이끌어 온 김장하 선생이다.
형평운동은 대한민국의 노예해방운동이다.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백정들이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시작한 운동이다. 조선 말 갑오경장으로 백정이라는 계급이 법적으로는 없어졌지만 법과는 달리 일상의 관행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은 더 심각해졌다. 형평운동은 일제치하에서 백정들도 인간다운 삶을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이념으로 시작되었다.
김주완 기자의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과 <진주 MBC의 다큐>에도 소개된 김장하 선생의 삶은 급진적 거북이 그자체이다. 김장하 선생은 형평이 실현된 세상에 대한 믿음은 누구보다 급진적이었다. 형평이 실현된 세상은 태어난 수저의 색깔과 상관없이 모두가 인간으로 주인답게 살 수 있는 더 평평하고 공의로운 운동장이 있는 세상이다.
김장하 선생이 이런 형평이 실현되는 세상을 실현하는 과정은 거북이 과정이다.
김장하 선생은 1935년 경상남도 사천시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하고, 18세에 한약방에서 머슴살이로 세상의 여정을 시작했다. 열아홉 살 때 한약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1963년 사천시 용현면 석거리에 한약방을 개업했다. 10년 뒤인 1973년 진주시 동성동으로 한약방을 이전했다. 김장하 선생은 한 학자였던 할아버지로 부터 남명 조식의 삶 속에서 실천을 중시하는 경의 사상을 전수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나지 못한 흙수저의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더 평평한 사회를 구현하는 각종 사업에 기부했다. 1983년 학교법인 남성학숙을 설립하고, 이듬해 100억 원이 넘는 사재를 들여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습니다. 10여 년간 이사장을 하면서 체육관과 도서관 등 모든 학교시설을 완비한 후에 1991년 국가에 기부채납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주었다. 지금까지 김장하 선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이 1000명을 웃돈다. 김장하 선생은 지역사회에 헌신한 공로로 201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김장하 선생의 진주 MBC 다큐를 보면 등산을 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PD가 연로하신데 등산하실 수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하자, 김장하 선생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답을 하신다. "노인도 다 등산할 수 있습니다." "걸음에 욕심부리지 않고 사부작 사부작 걸으면 됩니다."
걸음에 욕심부리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사부작 사부작"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급진적 거북이의 모습을 실천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이런 현재의 대한민국을 당연한 것처럼 향유할 수 있는 이유도 과거에 이런 미래가 현재로 실현되는 날을 꿈꿔가며 사부작 사부작 걸어온 무명 급진적 거북이들의 숫자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김장하 선생은 라이너 쿤체의 은 엉겅퀴라는 시를 생각나게 하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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