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는 매달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졸업도반을 초대해서 <짜라투스라와 춤추기>라는 세미나를 개최한다(교장 박문인 김기은). 세미나에서는 그간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쌓아올린 내용들을 도반들에게 공유한다. 공유를 토대로 서로가 전문성으로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이다.

어제는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지현 도반의 Connecting the dots이라는 주제의 커리어에 관한 세미나를 들었다.

Connecting dots이라는 주제는 삶의 희노애락에 관련된 주요한 사건들을 이끌어내는 마법이었다. 우리 학회의 도반들은 자신이 가진 아픔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놓고 환대하고 치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학회 도반들이 이런 상처를 감내하는 용기 때문에 이런 마법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했다.

Connecting dots이라는 주제는 하이데거의 시간과 존재에서 많이 언급된 내용이다. 하지만 철학을 넘어 이런 시간여행자의 삶의 중요성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 사람은 작고한 스티브 잡스다. 스탠포드 대학의 졸업연설의 주제로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 이후 이 주제는 Netflix의 Culture Deck이나 아마존의 Looking backward Innovation의 한 방법으로 채용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여기에서 Dot이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일으킨 진실에 대한 각성 혹은 고난사건을 의미한다. 이런 사건으로 표현되는 점들이 연결되면 자신 삶의 진실의 괘적이 그대로 드러나 풍성하고 귀중한 내러티브가 완성된다. 우리의 정체성이란 자신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낸 진실 사건의 내러티브다.

나에게도 많은 진실의 각성사건이나 고난사건이 있었지만 Connecting Dots의 측면에서 떠오르는 두 개의 중심 사건이 있다.

하나는 80년대 군부독제 시절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질식할 것같은 암울한 한국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변화솔루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기 위해 미국으로 디아스포라를 감행한 사건이다. 아포리아에서 디아스포라로 가기 위해 연결한 Dots들은 많은 선배와 후배 스승을 만나게 하는 풍성한 사건에 대한 체험을 선사했다.

다른 하나는 50대 초반 나에게도 존재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각성사건이 닷이었다. 이때 지금도 인터넷 어디에 공유되고 있을 "나이 50이 되어서 깨달은 것들"이라는 참회록을 썼다. 이전까지는 존재목적보다는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미래의 시간을 향해서 좌충우돌하며 거슬러 올라가는 혼돈의 Looking Forward의 삶이었다. 삶은 한 마디로 폭주하는 기관차였다. 기관차는 심장에 두 개의 스탠트를 박는 수술로 멈취섰다.

죽는 순간에 정산해야 할 목적을 깨달은 순간 삶의 혼돈이 걷히고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삶의 목적을 깨달은 순간 이 목적을 중심으로 Looking Backward하는 시각을 얻게 되었다. Looking Backward 방식으로 시간여행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혼동 속을 헤매가며 만들었던 사건들이 모두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건 이후로 삶을 장악했던 혼돈과 먹구름이 사라졌다. 잘못 설정된 함수로 에러변량을 남발하던 삶의 잔차가 극복되고 전체의 삶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신박한 함수가 떠올랐다.

미래를 거슬러 올라가는 Looking Forward의 삶을 추동했던 것은 흥미와 야망이었다. 삶의 존재목적이 정산되는 순간인 가장 먼 미래의 죽음의 순간에서 가까운 미래, 현재, 과거를 되돌아 보는 Looking Backward의 시각을 깨달은 순간 흥미와 야망을 넘어 나와 주변의 이웃의 아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아픔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혁신해야 하는지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Looking Backward 방식이 어떻게 혁신의 물꼬를 이끌어냈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현재의 불편에 대한 quick fix가 아니라 미래 고통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혁신의 여정이 시작된다.

학회 도반들에게 풍성한 삶의 내러티브를 찾아내는 여정을 선사해준 이지현 도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