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논할 때 강도를 거론하지만 강도보다 더 중요 것은 믿음의 탄력성이다. 믿음이 무쇠처럼 강하기만 할 때는 반드시 부러진다. 강하지만 탄력성이 있는 믿음은 용수철 같은 믿음이다. 믿음에 탄력성이 있다는 것은 믿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죽은 믿음은 죽은 나무처럼 큰 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불면 휘어지지 못해 부러진다. 맹목적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탄력성이 큰 용수철을 만드는 강철의 원리는 탄소다. 탄소가 많을 수록 탄력성이 높아진다. 용수철 강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 철을 가열해서 가열된 철 안에 탄소를 첨가한다. 이 첨가된 탄소를 중심으로 분자의 구조가 안정되도록 두드려 기존의 분자 구조를 깨고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 담그는 방식을 사용한다. 냉탕과 두드림은 기존의 분자 구조를 깨는 역할을 온탕과 용광로는 탄소를 담아낼 수 있도록 분자 구조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살아 있는 믿음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믿음에서 탄력성의 원천인 탄소의 역할을 하는 것은 존재 목적과 긍휼이다. 부러지기 쉬운 기존의 분자 구조를 부수고 안정적인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역경이다, 살아 있는 믿음의 탄력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제대로 방향이 설정된 목적과, 아픔을 긍정적으로 환대하는 행동인 긍휼과, 아픔을 부과해 기존의 분자구조를 부수고 안정적 분자구조로 바꾸는 역경이 서로 협업한 결과다.
무쇠처럼 부러지기 쉬운 믿음에는 목적이라는 방향도 없고, 아픔을 수용하는 긍휼도 없고 이기심과 단기적 욕망을 생존 목표로 세운 불순물만 존재한다. 존재 목적도 없고 긍휼도 없는 사람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운이 좋아서 성공을 하는 경우, 탄소가 첨가되어 강철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나 개인적 욕망 등 불순물이 주입 되어 무작위적 분자 구조인 무쇠가 된다. 탄소를 담고 있지 못한 구조인 무쇠는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역경을 만나면 반드시 부숴진다.
고난에도 부러지지 않는 믿음의 대명사는 구약 성경의 욥이다. 욥이 고난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음의 탄력성 때문이었다. 욥은 고난을 경험하기 전에도 누구보다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순종했다. 또한 욥은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이 자신과 이웃에 대한 긍휼감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고난을 통해 자신의 재산과 자녀를 잃었을 때도 긍휼감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에 임재에 대한 믿음과 이 믿음의 뿌리인 긍휼감은 더 커졌다.
세상은 어떤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길 수 있는 지를 고난을 통해 시험한다. 시험은 우리가 처음 가졌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과 이 믿음의 뿌리가 긍휼감에 기반하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대형교회의 목회자들의 종종 말년에 보이는 기괴한 행보는 믿음의 탄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이 믿음의 뿌리가 약자의 아픔을 해결하려는 긍휼에 내려져 있었다. 이런 탄력성이 있는 믿음을 증명해 교인들의 마음을 사서 교회를 성장시키는 축복을 누린다. 문제는 대형교회 목회자로 삶에 익숙해질 때 찾아온다. 큰 교회 목회자로서의 편안한 삶을 향유하다보면 점점 믿음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하나님 존재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교회 율법을 세워 자신을 우상화하고 가난한 사람이나 아픈 사람보다는 부자 혹은 권세 많은 사람들과 더 교류한다. 믿음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한 순간의 유혹에도 견디지 못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기괴한 사적 논리를 펴다가 결국 부러지고 추락한다.
맹자의 고자장에도 믿음의 탄력성을 시험하기 위해 다섯 가지 역경과 시련(정신을 고통스럽게 하고, 육체를 고달프게 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주고, 처지를 불우하게 하고, 하는 일마다 실패하게 하는 고통과 시련)에 대한 시험을 보는 대목이 나온다.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 사람의 근육과 뼈를 깎는 고통을 주고,
그 사람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사람의 생활을 빈곤에 빠뜨리고,
그 사람의 행위를 어지럽게 한다.
그 이유는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근력을 시험하게(기르게) 하기 위함이며,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누구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믿음의 탄력성으로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고시패스가 요구된다. 고시를 통해 존재목적에 대한 제대로 된 믿음이 있는 지의 믿음의 방향성과 이 믿음이 긍휼에 뿌리를 두고 살아 생동하는 지를 검증받는다. 살아 있음과 방향성이 사라진 맹목적 믿음은 탄소가 빠진 죽은 믿음이다.
사도 바울도 복음의 증거로 사랑, 믿음, 소망을 거론한다. 또한 살아 있는 믿음의 증거로 존재목적에 대한 소망, 긍휼의 순수한 사랑을 전제한다. 바울에게도 존재목적에 대한 소망과 긍휼의 사랑이 거세된 믿음은 죽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내 믿음에는 충분한 탄소(존재목적과 긍휼의 사랑)가 담겨 있어서 역경에 견딜만한 충분한 탄력성이 있을까? 아니면 사적 욕망과 일신의 안일함을 기원하는 기복신앙의 부적과 같은 믿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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