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비즈니스 리더십이라는 과목을 진행해가며 중간고사에 깜짝 보너스 문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 중 수업을 통해 새롭게 안 친구의 이름을 몇명이나 기억하는지 이름을 열거해보라는 문제를 내보았다. 물론 관심있는 학생들은 친구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매 수업마다 출석을 불러주었다. 리더십 수업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루니 만큼 수업에 같이 참여하는 친구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리더십 수업의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전업주부로 일하는 엄마들의 애환은 통상 누구 누구의 엄마라는 타이틀로 이름을 잃고 산다는 점이다. 엄마들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백그라운드가 없거나 소수자들 대부분은 이름이 잊혀진 채로 그냥 보통 명사로 살고 있다.

최근 리더십 교육을 도와주고 있는 중견 기업의 People Culture팀 임원께 지나가는 말로 같은 시험 문제를 내보았다. 참고로 이 회사의 직원 수는 해외를 포함해 200 여 명 정도다.

나:

직원 중 몇 명 정도나 이름을 기억하세요?

임원:

당연히 다 기억하지요.

나: (믿어지지 않아서 지나가는 직원을 꼭 집어서) 혹시 저분 이름 아세요?

임원: xxx입니다.

(마침 잘 만났다는 듯 눈을 마주치고 서로 반갑게 인사한다)

임원은 그렇다 치고 People & Culture 팀 직원들을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이 팀에 속한 두 분과 같이 식사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다시 물었다.

나: 직원 중 몇 명 정도나 이름을 아세요.

이들: (너무나 당연한 것을 질문이라고 물어본다는 투로) 다 알지요.

내색은 못했지만 놀라서 까무러쳤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근력과 신선함에 큰 충격을 받았다. People & Culture 팀이 직원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들의 존재에 경의를 표하는 작업이었다. 종업원 체험이란 구성원이 자신의 조직에서 이름이 기억되는 귀한 사람으로 존중 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한 회사의 People & Culture 팀이 어떤 사람이 자신의 회사의 구성원인 지를 모르거나 이름은 모르고 직급 정도만 알고 있다면 신자유주에서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Human Resource의 비극이 시작되는 회사가 된다. 이 회사의 구성원은 자신이 언제던지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것이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도 이름은 누구에 의해서 불려지기 위해 존재한다. 영혼까지 소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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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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