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양평 카포레에서 최수황 음악 테라피스트 겸 코치, 손영주 치유와 환대 작가, 안남섭 공감토크 코치, 이진 조향사의 환대와 치유를 위한 콜라보를 의미있게 체험했다. 오감의 콜라보로 진행한 자그만 난장 파티를 지켜보면서 세상을 환대하고 치유하는 행위는 이런 자그마한 향연을 통해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세상과 자신과 자연과 공동체와의 관계 복원을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행동은 따뜻한 시선을 되찾는 일이다. 자연, 세상, 자신은 주체가 이들에게 어떤 시선을 던지는 지에 의해서 새롭게 재구성되어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던지는 시선은 어느 순간 너무 차갑고 무섭고 엄숙해졌다. 우리 사회는 따뜻한 시선을 잃어버려 공동체가 사라졌다. 사방팔방에서 추운 겨울이 시시각각으로 몰려오는데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찼다.

아바타 영화의 모티브가 된 나바호 인디언들은 자연, 공동체, 자신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로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병을 얻는다고 믿는다. 병자가 생기면 병자를 숲으로 옮겨 마을 사람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둥굴게 둘러 앉아서 밤마다 따뜻한 모닥불을 피워가며 환자가 자연, 세상, 자신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기도와 예식을 진행한다. 환자가 치유되고 일어나 다시 자연, 공동체, 자신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 다시 소통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죽음이란 자연, 공동체, 자신과의 연결이 끊어져 에너지(따뜻함)가 더 이상 소통되지 않는 상태를 지칭한다. 연결이 끊어져 살아 있는 것들 사이에 따뜻한 에너지가 교류되지 못하면 목숨이 붙어 있어도 몸이 차겨워져 사망선고를 당한 것이다. 나바호 인디언의 의식은 바쁘게 자기 중심적으로 살다가 세상과의 따뜻한 에너지 교감이 끊어진 것을 병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에너지가 다시 소통될 수 있도록 환자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둘러 앉아 공동체와 다시 연결하고 자연과도 에너지 교류를 복원하는 의식이다.

복원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은 세상, 자연,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다. 우리가 친구들 앞에서 따뜻한 시선과 함께 뜬금없이 웃으면 친구들은 따라 웃을 수 밖에 없고 웃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호르몬이 발생해서 친구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마찬가지 원리다. 미소, 감사의 말, 격려의 말, 용서 등은 모두 내가 세상에 보내는 차가운 시선을 중지하고 따뜻한 시선을 복원할 때 따라오는 결과물이다. 나로부터 지속적으로 따뜻한 시선을 받은 친구, 이웃 동료, 공동체, 자연, 자신은 스스로 따뜻해져 어느 순간 나와 서로를 덮어주는 따뜻한 이불이 된다. 이 모든 기적은 내가 던지는 따뜻한 시선의 회복에서 시작된다.

요즈음 회자되는 ESG도 끊어진 따뜻한 시선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기업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라 이윤을 위해 자연과 사회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입혀 차갑게 죽여왔다. 지금은 기업이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값싸게 제공해도 차가워진 사회나 자연은 상처에 대한 기억 때문에 반응하지 않는다. 기업이 아무리 비싼 광고를 때려도 공허한 메아리다. 자연, 고객, 사회로부터 기업이 죽음을 선고 받은 것이다. 기업의 내부 구성원들을 구성하는 거버넌스에서 조차도 차가워져 메아리를 잃었다. 차가워짐의 위기를 직감한 기업들이 나서서 자연, 사회, 구성원에게 입힌 상처에 용서를 구하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 관계 복원 운동에 나섰다. ESG의 본질은 따뜻한 시선의 복원이다.

생명이란 따뜻한 시선의 복원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다. 우리 삶의 내리티브가 우리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해주는 자연 사회 동료 자신에 대한 연결이 끊어져 서로 울림의 메아리를 만들지 못하면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울림의 메아리를 주고 받는 것은 파동을 통한 에너지의 소통이 있다는 증거다. 광고, 성형, 명품 등 다양한 포장으로 치장한다고 식어버린 에너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거두어 들인 따뜻한 시선을 복원해야 에너지를 주고 받는 따뜻한 소통의 통로가 열린다.

루소는 동물과 달리 인간이 문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밤에 모닥불(bonfire)을 피워 놓고 둥글게 둘러 앉아서 서로의 등을 외부로부터 있을 공격으로부터 지켜봐 주어가며 만들어낸 따뜻한 심리적 안정 공간에서 내일에 대해서 의논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울타리는 인간이 최초로 발명해낸 불(에너지)을 키우고 지켜 심리적 따뜻함을 유지해주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서로에게 보내는 따듯한 시선을 연결해서 만들어낸 울타리가 따뜻한 심리적 안정지대를 제공해주고 이 울타리가 미래를 위해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울타리는 우리가 같이 덮고 있는 공동의 이불이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의 이슈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자신들의 따뜻함을 유지해주던 불과 불이 바람으로 꺼지는 것을 막아주는 울타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나바호 인디언 공동체가 향유했던 미래를 위한 불과 이 불을 외풍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가 대한민국의 위기의 본질이다. 리더라는 사람들이 카르텔을 만들어 자신끼리만 뜨거운 시선을 교류하고 대신 아파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냉대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자초한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리더에게 기대하기보다는 오늘부터 우리라도 세상, 자연, 친구, 이웃, 동료, 자신에게 보내는 얼음짱같은 시선에 대해 중지하는 일이다. 거두어 들였던 따뜻한 시선을 다시 회복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둘 사이에 따뜻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은 따뜻한 시선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의미다. 친구를 넘어 동료, 이웃, 이웃의 이웃 사이에도 따뜻한 서로의 시선이 공유된다는 것은 공동체가 살아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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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와 치유>를 위한 나무와 숲 그림 전시회는 카포레에서 7월말까지 계속됩니다. 그림이 전시되고 있는 카포레 4층에 제 최근의 저서 <아픔에 대한 환대(Hospitality)> 몇 권을 남겨 놓았으니 환대와 치유에 관심이 있으시면 집으로 가져가셔서 읽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