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이용되는 정서는 공감(Empathy), 위로(Sympathy), 긍휼(Compassion)이다.

이 셋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관계적 정서는 공감(Empathy)이다. 공감이란 상대의 정서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슬픈 영화를 보면 슬픔을 이해하고 슬퍼하지만, 곧 바로 웃기는 장면으로 장면이 전환되면 방금 슬퍼했다는 사실을 잊고 웃을 수 있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 웃어야 할 상황인지 울어야 할 상황인 지를 분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보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고통에 관심을 가질 개연성이 높지만 공감은 감정에 대한 인지적 능력이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뿐이지 이 감정을 해결하는 행동에 나서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Sympathy(위로)는 공감보다는 더 행동적이다.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고통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인 Empathy(공감)를 넘어서 아픈 상대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는 역량이다. 위로는 최소한의 행동을 함축하고 있지만 고통의 문제를 근원적이고 혁신적으로 해결해주는 행동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결과의 수준에서 아픈 사람에게 진통제를 나눠주거나 상처의 곪은 부분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수준이다.

긍휼감(Compassion)은 상대와 자신이 가진 고통을 이해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는 역량이다. 모든 사회적 혁신가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긍휼이다. 긍휼을 가지고 있다면 비가 온다면 비를 막기 위해 우산을 나눠주기 전에 상대가 왜 비를 맞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지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같이 비를 맞는다. 원인이 파악되면 공동으로 비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서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긍휼감의 본질이다. 이런 근원적이고 혁신적 행동이 전제되지 못했다면 긍휼은 아니다.

지행격차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격차를 의미한다. 지식을 습득해서 멋진 계획을 만들지만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의 근력을 만들어서 실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행격차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변화는 말뿐이다. 지행격차가 심한 조직에서는 말로 일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다.

지식과 행동의 격차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말만 무성한 조직이 되는 것처럼 정서에서도 지행격차가 존재한다. 상대의 정서 특히 고통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은 있지만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아픔을 근원적으로 풀어가는 행동 능력인 긍휼감이 떨어질 경우 정서 상의 지행격차가 발생한다. 정서의 지행격차는 긍휼감이 기반이 되지 못한 사람이 공감으로 긍휼감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성향을 만들어낸다. 정서의 지행격차는 공감을 감성팔이해 자신의 이득을 앵벌이해 먹고 사는 사람들의 세상을 만든다.

리더십의 측면에서는 이런 정서 상의 지행격차를 극복하지 못한 리더가 나르시스트 리더다. 나르시스트 리더들은 상대의 정서를 파악하고 읽고 인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감(Empathy) 능력은 뛰어난데 정작 상대와 자신의 고통을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인 긍휼감(Compassion)이 결여된 사람이다. 이들 나르시스트들은 상대를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발휘해서 상대를 마음을 사는 연기를 통해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상대를 감성팔이 능력을 이용해 상대를 포획한다. 감성팔이에 포획되는 순간 나르시스트 리더는 얼굴을 바꿔 덫에 걸린 사람들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나르시스트 리더는 정서의 지행격차를 이용해서 감성팔이해 상대를 정서적으로 포획하여 가두고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가스라이팅의 대가들이다.

나르시스트 성향의 리더는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해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감성팔이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상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 줄 것처럼 무한 사랑의 폭탄을 퍼붓는다. 일단 이런 사랑의 무한 폭탄으로 상대가 저격 당해서 리더에게 마음을 내어주고 자신 약점까지 보여주면 나르시스트는 이런 약점을 역으로 이용해서 포획하여 감옥에 가두고 조종한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감성팔이 능력의 끝판왕이다. 이들은 상대의 정서 뿐 아니라 상대의 정신까지 포획할 수 있는 사랑의 폭탄을 미끼로 던져 추종자들을 포섭한다. 간과 쓸개까지 빼주는 공감 연기로 상대를 포섭하는데 성공하면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 포획 당한 사람들을 자신 욕망의 숙주로 이용한다.

광고는 감성팔이로 돈을 버는 전문가들이 모인 영역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감성 내러티브와 동일시 되는 비싼 탈랜트와 영화배우들을 섭외해서 만든 감성 광고로 고객을 포획한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은 고객이 포획되면 고객의 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긍휼감(Compassion)의 영어 단어를 살펴보면 Compass(나침반)이란 말이 담겨있다. 긍휼은 나침반을 내재한 사랑의 감정이다. 기독교에서 긍휼로, 불교에서는 자비로, 유학에서는 측은지심으로 표현하지만 모두 Compassion이다. 어떤 일에 판단의 방향이 서지 않을 경우 최선의 판단은 누가 더 아픈 지를 찾아내고 더 아픈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는 쪽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더 아픈 사람의 문제가 해결된 솔루션은 미래의 나침반인 존재목적을 드러낸다. 고난을 받아 들이고 사랑하고 극복하면 고난을 겪어야 하는 이유가 견디지 못하고 감추고 있던 나침반을 보여준다. 고통이 해석되어 이유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 Joy의 순간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자신이나 상대가 가진 아름다운 것, 재능이 있는 것, 유전자 복권으로 물려 받은 것을 선택적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사랑의 편애는 사랑의 지행격차를 초래하고 사랑은 연기하는 사랑으로 종결된다. 사도바울은 고린도 전서에서 사랑은 고통을 오래 참고 오래 견뎌내는 것 (Love is a long suffering)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랑은 은혜의 깊은 바다에서 오랫동안 고통의 파도를 타는 것(Suffering)이다. 긍휼을 진정한 사랑으로 정의한 것이다. 긍휼이 내면의 바탕을 이루고 이것을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의 정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랑은 진실한 정서가 된다. 긍휼이 전제 되지 못한 사랑은 감정을 연기하는 감성팔이 전략일 뿐이다.

긍휼감이 떨어지는 리더가 리더로 등극하면 조직과 국가는 사이비 감성팔이들이 나서서 구성원을 포획해서 자신의 사욕을 위해 이용하는 가스라이팅 천국이 된다. 변화를 위한 모든 프로젝트가 감성팔이를 앞세운 허황된 프로젝트로 전락한다. 이들의 가스라이팅을 음모를 깨달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서로에 대한 책임전가와 감정적 비난이 난무하는 무정부 상태가 된다.

긍휼감이 없는 리더가 수장이 되면 구성원에게는 한 마디로 큰 재난이 덮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