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3년 7월 22일)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 도반 40여분과 정동의 에무 시네마를 임대해 <다음 소희> 영화를 감상했다.
두 번째
보는 영화지만 춤을 좋아하는 소희가 남긴 춤추는 장면이 제일 인상에 남았다. 소희는 자살하기 직전 춤추는 장면 만을 남기고 자신의 휴대폰 안의 모든 내용을 삭제했다. 소희가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자신은 <춤추는 소희>였다.
대한민국의 OECD와 비교한 자살률은 2016, 2017년을 제외하고 부동의 1위다. 1위 자리를 빼앗긴 원인은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했기 때문이었으나 결국 대한민국은 리투아니아를 제치고 다시 1위로 돌아왔다. 인구 만 명당 계산하는 자살률은 최근 통계에 따르면 24명 근처다. 이 수치는 OECD 평균인 11명의 두 배가 넘는 숫자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게 기여하고 있지만 문제는 9세에서 24세 미만 청소년 자살률 증가도 심상치 않다. 2017년 7.7명에서 2020년 11.1명으로 44% 늘었다. 같은 기간 10대의 자살 및 자해 시도는 2633명에서 4459명으로 69%나 치솟았다.
실제 인물인 영화 속의 소희도 그중 한 명이다.
죽음은 비유적으로 중력의 힘이 작용한 결과다. 중력의 힘은 살아서 달리고 춤추는 사람들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으라고 명령한다. 세월호 선장이 청소년에게 명령한 말도 "가만이 있으라"는 준엄한 명령이었고, 직장에서도 춤추는 젊은이들에게 "시키는 대로하고 네 생각대로 하지 말라"고 명령한다. 학교도 학생들에게 모범생이 되려면 엉덩이가 무겁게 느낄 정도로 책상에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명령한다. 이들의 명령에 따라 가만히 앉아 있으면 엉덩이는 돌덩어리처럼 무거워지고 춤출 수 있는 다리 근력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어도 사회가 이들에게 오랫동안 엄중하게 명해 온 중력의 힘을 이겨내고 자신을 드러낼 근력이 없다. 사회적 명령에 따라 우리는 어느 순간 자신되기를 포기하고 사회가 기능적 필요에 의해 복제해낸 복제 인간의 삶을 마치 우리 삶처럼 죽을 때까지 받아들이고 순응해가며 산다.
소희가 자살하기 전 휴대폰의 모든 자료를 다 삭제하고도 남겨 놓은 유일한 영상이 이런 중력의 힘을 거부하고 자신이 살아서 춤추던 아이였음을 보여주는 <춤추는 소희> 영상이었다.
고린도 전서(13장 4절)에서 바울은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처럼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고통을 오래 참을 수 있는 힘(Love suffers long)을 가진 사람들만 제대로 된 사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사도 바울은 사랑은 율법주의자들이 주장하듯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규율(근력)의 문제임을 가르쳤다.
누구에게나 사랑이란 이런 중력의 힘이 주는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이 살아서 춤출 수 있는 근력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사랑은 유행가 가사에도 인용되고 있듯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력의 고통을 이겨내고 춤출 수 있는 근력이 있는 사람만 자신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결국 이 근력의 강도인 셈이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에 대항해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근력이 자신에 대한 사랑의 조건이다. 이런 자신의 고통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전자 복권으로 떨어진 지능,재능, 외모, 부유한 부모 등 고통 없는 사랑을 편애한다. 이것들은 자신이 고유하게 만들어낸 것이 아님에도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허풍을 떨고 교만하고 무례하고 투기하고 편견에 사로잡히고 자신의 것이 아님을 지적하면 화를 낸다.
자신 뿐 아니라 남들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도 근력의 힘이다. 서로가 주는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기고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근력이 사랑이다. 서로에게 가하는 고통을 누가 더 오래 참을 수 있는 근력이 있는지가 누가 더 자신과 상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결정 짖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은 온유하고 친절하고 겸손함으로 나타나지만 이것을 만들어내는 사랑의 힘은 고통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근력의 유무다. 마치 백조가 우아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물 밑에서는 어렵게 자신을 띄워 주는 물갈퀴를 저을 수 있는 근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
청소년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에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일으켜 세우고 춤출 수 있는 근력을 길러주기보다는 부모, 학교, 사회가 연합해서 "모범생처럼 가만이 있으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들의 춤출 수 있는 근력을 어린이 근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년 자살은 사회가 내린 사형선고인 셈이다.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듀르켕(Emile Durkheim)도 사회가 획일화 되어 구성원들이 이런 춤추며 사는 자신의 고유성이 사라지면 삶의 의미를 잃게 되고 삶의 의미를 잃었을 때 취하는 자살을 아노미 자살로 불렀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자살은 아노미 자살이다. 이 자살의 숨겨진 교사범은 진북(True North)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다.
보호 받을 수 있는 부모의 울타리라도 있는 청소년들은 간신히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이라도 만들어내는 행운을 얻지만 소희와 같은 유전자 복권에서 배제된 흙수저에게 이런 울타리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결국 근력을 세우지 못한 청소년들이 이렇게 비굴하게 사는 삶에 대한 대안이 자살인 셈이다.
부모가 이런 근력을 만들어주지 못하는데 학교조차 아이들의 자기 사랑의 근력을 약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를 춤추는 아이들로 떠들썩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제대로 된 사랑을 복원하는 환대와 치유의 공동체가 붕괴되어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느 시점에서는 청소년을 넘어 어른 소희가 늘어갈 것이다. 강남의 서희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우리도 다음 소희로 전락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ps: 영화관람을 마치고 제작자 김동하 교수와 있었던 대담에서 이 영화에서 형사로 나오는 배두나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세가 있는 배우가 독립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산을 넘는 것이지만 배두나의 경우는 자신이 받은 게런티의 70% 정도는 출연진이나 제작진에게 커피나 밥을 사는 일로 다시 돌려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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