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균형(Balance)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문제는 중요한 것으로 치부하면 누구나 그것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전치된 목적과 수단 감옥에 갇힌다는 점이다. 균형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삶에서 균형이 중요한 만큼 균형을 삶의 목적으로 규정한다. 목적이 아닌 것이 목적으로 규정되면 진짜 목적에 해당되는 것이 수단으로 전락하여 토굴을 파고 토굴 속에 거꾸로 갇혀 사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균형이 아무리 중요해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세상의 형상은 위 아래의 굴곡이 있고 좌우가 기울어져 있고 또한 지속적으로 롤러코스트가 되어 바뀐다. 균형이란 이런 공간 시간 상으로 불균형이 본질인 세상이 전개되어도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 두려워 죽은 듯 누워있기보다는 균형을 잃지 않고 일어서고, 달리고, 춤추는 삶을 향유하기 위함이다.

인간에게 균형의 존재이유는 서 있고, 걷고, 달리고, 춤추고, 비상할 수 있는 자유를 향유하기 위함이다.

균형을 위해서는 근력이 필수적이다. 아인쉬타인은 균형을 자전거를 타는 것에 비유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페달을 밟지 않고 멈춰서 있으면 쓰러진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페달을 밟을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다. 언덕 위로 올라갈 때의 근력도 필요하고, 언덕 아래로 내려갈 때도 페달을 잡을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다. 좌측으로 기울어지면 우측으로 몸을 세울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고 우측으로 기울어지면 좌측으로 몸을 세우는 근력이 필요하다. 근력이 없는 어린 아이는 자전거를 즐길 방법이 없다.

균형을 위한 근력을 만드는 것은 기어 다니던 아이가 걷기 시작하는 여정과 같다. 가장 낮은 수준의 근력은 균형을 잃고 쓰려져 누워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 기어 다닐 수 수 있는 근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보다 센 근력은 걸을 수 있는 근력이고, 더 센 근력은 달릴 수 있는 근력이고, 더 탄력성이 있는 근력은 춤출 수 있는 근력이다. 일어설 수 있는 근력에서 자유롭게 춤추고 비상할 수 있는 근력을 얻는 균형의 과정은 여정이다.

어떤 기울어지고 변화무쌍한 상황에서도 춤출 수 있는 근력까지 획득한 사람들은 삶의 균형을 넘어서서 온전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새가 양 날개의 균형 잡힌 근력을 획득하는 이유는 편안하게 앉아있기 위함이 아니라 자유롭게 하늘을 비상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문명의 시작점도 직립 보행할 수 있는 근력을 획득한 시점과 같다. 네 발로 균형을 유지해야만 하는 동물과는 달리 두 발로 균형을 유지함을 통해 손에게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손의 근력을 이용해서 문명에 필요한 것들을 자유롭게 만들어 냈다.

직장인들이 열망하는 Work-Life Balance의 존재이유도 온전한 인간으로 삶을 향유하는 자유를 누리기 위함이지 Balance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물리적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완벽한 WLB를 누려도 삶의 자유에서는 변화가 없었다면 WLB는 결국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

삶에서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이렇게 얻어낸 전후좌우의 근력을 통합하고 협업으로 동원해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춤추고 비상할 수 있는 자유를 향유하기 위함이다. 자신만의 진실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진실성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춤추고 비상할 수 있을 때 구현된다. 이런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피땀 흘려가며 균형을 위한 훈련된 근력(Discipline)을 만든 사람들만 향유한다.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근력을 만든 사람들만 향유한다.

균형의 존재이유는 자유다. 이런 자유는 균형을 위한 자기근력을 만드는데 오랫동안 피땀 흘린 사람들만 향유한다. 근력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유의 시간을 주면 이들은 대부분 누워 있는데 시간을 쓴다.

========================================

Ps. 요즈음 인기가 많은 MBTI에서도 자신이 어느 한쪽의 성향이 극단적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은 온전함이라는 균형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이원론적으로 정의된 한 방향에 의해서 풀 수는 없기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MBTI 성향을 가진 사람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른 쪽으로 기울어진 MBTI 사람들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매 번 다른 사람에 의존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삶의 자유도가 심각하게 손상된다. MBTI는 자신이 이런 한쪽의 근력을 가진 사람인지 아닌 지를 진단하는 도구로서는 유용하나 운명적 결론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다른 반쪽을 받아들여 온전한 자신의 근력을 만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 핑게로 삼는다면 MBTI는 자살폭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