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카르텔이라는 말이 자주 인용된다. 시작은 시민단체의 보조금을 비난하기 위해 대통령이 시작했지만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야권이 여권의 다양하고 더 고도화된 카르텔을 비판하는 말로 더 자주 인용된다. 결국 야권 여권 대통령 등 누구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서 이권 카르텔이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밑주름이자 토굴 세력임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검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순살 아파트가 LH 전관들이 포진한 시행사, 감리사와 연관된 비리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도 김선교 전 국회의원, 전진선 현 군수, 안철영 도시건설국장, 대통령 처가, 용역업체 등이 합작한 카르텔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르텔 세력을 움직이는 동력은 남을 희생하고라도 자신의 이득만을 극대화시키려는 탐욕이다. 자신의 탐욕을 실현하는데 드는 거래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문제다. 이들 카르텔 세력에 의해 독점된 사업은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치솟게 해서 사회를 부실화 시키는 주범이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본이 품질이 아니라 정상적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전용된 경우를 거래비용이라고 부른다.

거래비용은 공식적 비공식적 뇌물이다. 뇌물은 일을 성사 시키기 위한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운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거래비용이 커지면 모든 거래에는 카르텔을 중심으로 한 진입장벽이 생긴다. 일반 사람은 거래자체를 성사시키기 위해 카르텔이 요구하는 더 큰 뇌물을 주어야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 치솟는 거래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고스란히 품질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이렇게 실행된 모든 거래는 사회를 부실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카르텔 세력에 의해 장악된 환부가 사회 전반으로 전염된다. 어느 순간 국가가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도 시시각각으로 닥치는 예방 가능한 재해는 모두 인재가 된다. 재앙에 국가가 사라진다. 거래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부패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부패에 오염된 카르텔 세력이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안전한 시스템도 부실화 되기 마련이다.

네트워크 상에서 연결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소위 구멍이 존재한다. Burt란 사회학자가 구조적 구멍(structural hole)이라고 명명했다. 네트워크 시대에 힘께 나 쓰는 카르텔 세력이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줄을 동원해 이 구멍을 연결해줄 수 있는 브로커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관료나 법관의 전관예우라는 것도 다 네트워크 상의 구조적 구멍을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 때문에 생긴다. 연결되지 못한 구조적 구멍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놓쳐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 내부 정부 날라다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카르텔 세력이다. 이들은 구조적 구멍이 가져다주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서 권력을 행사해서 이권을 챙긴다. 네트워크 사회는 외양상 연결을 통해 자원들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동원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 동원의 흐름을 보면 항상 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동원되는 구조적 구멍을 편취하는 카르텔 구조로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았던 구조적 구멍을 만들고 키우는 세력이 카르텔이다. 이런 카르텔 (전관, 이권) 세력이 구조적 구멍을 키워 더 큰 싱크홀을 만들어 사회를 무너트리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법정을 예로 들어보자.

법정에서 일하는 모든 판사가 변호사와 분쟁 당사자들에게 공평하게 판결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모든 판사들이 재판에서 원칙과 어긋난 요구를 할 때는 변호사든 피고인이든 그 누구에게라도 추상같은 주문을 읽어가며 호통을 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모든 판사들은 같은 사명을 수행하는 동료에게 깍듯한 예의를 갖추고 공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구조의 네트워크가 가장 오른쪽에 있는 네트워크다.

어느 날부터 재판정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몇몇 판사가 평소와 달리 법정에서 특정 변호사들에게 눈에 띄게 친절을 베풀기 시작했다. 재판순서와 재판날짜를 배려해주고, 증인신청도 다 받아주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보니 이들 판사들이 개업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런 소문은 사실이었다. 몇 달 뒤 이들은 잘 나가는 로펌의 전관예우 변호사로 변신했다. 네트워크의 구조가 중간의 형태인 카르텔 구조로 바뀌었다. 구멍이 없이 평평했던 네트워크가 이들을 통하지 않은 연결은 끊어져서 구조적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관예우는 평평한 네트워크에 구멍을 뚫어서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들 전관들 중 가장 센 전관을 중심으로 구멍과 연결이 통합되면 가장 왼쪽의 피라미드 구조가 형성된다. 이들에게는 카르텔의 중심 세력의 이름을 따서 검찰공화국 등과 같은 이름이 붙는다. 실제로 검찰은 공적자금에 해당하는 특활비를 카르텔의 구조적 구멍을 강화하는데 사용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카르텔 공화국이 완성된 형태다. 카르텔 공화국에서는 공적 사적 일을 처리하려면 모두 가장 중심에 있는 세력에게 직접 간접으로 연결을 위한 준조세를 바쳐야 한다. 전관이나 이권 카르텔이 뚫어 놓은 구조적 구멍들이 카르텔의 연합으로 통합되기 시작하면 작은 구조적 구멍들은 사회를 붕괴 시키는 밑주름인 싱크홀로 전환된다. 실제 대한민국에서는 전관 중 가장 센 전관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펌에 채용되고 이 로펌의 변호사가 다시 대한민국 정부의 요직으로 다시 돌아오는 카르텔의 순환구조가 존재한다. 전직 대통령을 탄핵했던 전관이 건설투기세력과 결탁해서 건설산업에 큰 싱크홀을 만들어 국민적 충격을 주기도 한다.

카르텔 세력이 판 싱크홀로 사회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이다. 이런 카르텔 세력에 의해 장악된 국가에 닥치는 재난은 어느 순간부터 모두 큰 재앙으로 전환된다. 초기에 막을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재난도 재앙이 된다. 조그만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거래비용이 너무 커서 재앙이 실제로 발생하기 전까지 누구도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어느 순간 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 재앙에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국가는 사라진다.

미래의 고용와 잠재경제성장율을 예측해주는 대표적 지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세계 경쟁력 순위와 회계투명성 지수다. 22년 세계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 부문이 63개국 중 5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IMD 국제 회계투명성 순위는 2017년 63개국 중 63위, 2018년 62위, 2019년 61위 등 바닥을 쓸었다. 꼴찌였던 한국 회계투명성 순위는 2020년 46위, 2021년 37위로 급등했다가 다시 꼴찌로 추락했다. 이런 급강하은 IMD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반 시민들이 자신이 흘린 땀만큼 과실을 얻어내는 공평사회를 향한 열망이 무너지고 대신 카르텔 사회를 넘어 카르텔 공화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다. 위기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고 있어도 누구도 사이렌 소리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누가 카르텔 세력의 주범으로 사회의 밑주름인 싱크홀을 파고 있는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누가 사회의 토대를 튼실하게 만드는데 써야 할 비용을 전용해 거래비용을 치솟게 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막을 수 있는 재앙을 인재로 바꾼 카르텔의 거래비용 문제를 규명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르헨티나가 갔던 행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