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광고인 중 이제석 만큼 통찰력을 가지고 광고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제석은 회사를 위한 광고도 만들지만 공익광고도 많이 만들었다.

우리가 막 소비하는 아파트 물통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의 물 부족을 호소하기 위한 광고도 있고, 장애인들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일반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는 것이라는 광고도 있고, 창문을 올리면 뉴욕이 온난화로 침수되는 광고, 전쟁에서 총 쏘고 미사일 발사하는 일반적 그림을 전봇대에 붙여 이 결과가 전쟁을 일으킨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광고, 독도를 잃으면 대한민국을 잃는다는 광고,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의사가 환생해 독도가 다께시마라는 스마트 폰 기사를 보고 놀라는 광고도 있다.

이 광고들이 창의적이고 통찰력이 넘치는 이유는 연결을 통한 전체를 보는 동시성(Synchronicity) 때문이다. 동시성이란 감추어졌던 연결된 전체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 속담에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나는 것도 동시성의 작용이다.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나 호랑이를 불렀더니 이 부름이 연결과 연결을 타고 호랑이에게 전달되어 결국 호랑이가 곧 바로 나타난 것이다. 연결과 연결의 인과적 관계를 설명할 수 없으나 복잡한 인과적 모비우스 띠를 타고 와 두 개가 교차해 만나는 지점에서 원인과 결과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동시적 통찰은 세상은 모두 연결된 공동 운명체라는 시각으로 연결된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각을 의미한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본다. 이제석의 광고를 보면 아파트 꼭데기에 물공급 통은 보이는 것이고 아프리카의 물부족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상인에게 보이는 계단은 그냥 계단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에베레스트 산이다. 에베레스트 산으로 계단은 일반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현재의 뉴욕은 보이는 부분이지만 온난화로 인한 침몰하는 뉴욕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뉴욕이다.

시간 상으로도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볼 때 동시성을 본다. 전쟁으로 서로를 살상하는 것은 보이는 부분이지만 이것의 결과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독도는 보이는 부분이지만 빼앗긴 대한민국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연결은 과거와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현재와 연결됨을 통해서 전체가 보이는 그림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는 과거이고 결국 국가의 주권을 빼앗긴 상태는 미래이고 평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산다. 과거와 주권을 빼앗긴 미래가 협업으로 부활해서 스마트 폰을 통해 연결되어 각성을 촉구한다. 잊고 지내던 과거와 보지 못하던 미래가 현재를 통해 연결되어 전체가 나타나는 동시성을 보여준다.

이런 동시적 통찰력이 가능한 이유는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는 철학을 통해 세상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과 현상적으로 보이는 것 사이에 인과적 설명하기 어려운 모비우스의 띠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있는 것들을 비틀고 춤춰가며 위 아래 동서남북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또한 이런 능력을 추동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긍휼한 마음으로 보는 눈물의 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존재목적의 안경과 세상을 눈물로 보는 긍휼의 눈이 없다면 항상 보이는 것만 본다. 개 눈에는 X만 보이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탄 받는 리더의 문제는 존재목적라는 안경을 끼고 세상은 운명공동체라는 전체를 볼 수 있는 철학도 부재하고, 그렇다고 눈물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긍휼도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이 극단적으로 결여된 리더는 카리스마로 위장한 사이코 패스이거나 소시오패스일 뿐이다.

이제석이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는 힘은 목적을 통해 연결된 전체를 보는 철학적 근력과 자신의 아픔과 남들의 아픔이 연결되어 있었음에 대한 긍휼의 눈이 서로 수 많은 비틀림의 이더레이션(Interation)을 일으킨 결과로 자신만의 고유한 모비우스 알고리즘을 만들어 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을 존재목적이라는 통찰력으로 보는 눈과 따뜻한 긍휼의 눈으로 보는 두 눈의 협업을 통해 창조의 마차를 이끄는 두 바퀴를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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