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쉬운 비유는 관광은 조수석에 객관적 삼인칭으로 앉는 것이고 여행은 일인칭 주체가 되어 운전석에 앉는 것이라고 비유해볼 수 있다.

관광은 삼인칭 객관자의 관점에서 방문한 곳을 해석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세계관의 확장이 일어나지 않는다. 여행은 여행지의 관점을 자신의 내면의 일인칭 가치관의 관점에서 통합하려는 노력이어서 세계관의 확장을 경험한다.

관광은 돈을 쓰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여행은 돈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무전여행이나 배낭여행이라고 하지 무전관광이나 배낭관광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관광 후에는 피곤해져서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여행 후에는 오히려 새로운 활기를 얻어서 돌아오기 때문에 휴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관광은 환대(Hospitality)를 돈으로 사지만 여행은 자신이 여행지의 사람들에게 환대받을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일인칭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비싼 호텔(Hotel)은 환대를 돈으로 산 곳이다. 여행에서는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한 칸 더 깊이 들어가서 숙소를 정한다.

프로스트는 여행을 관광과 구별하기 위해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학습 체험이다"라고 규정했다. 프로스트에 따르면 자신의 관점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관광을 한 것이지 여행을 한 것은 아니다.

경영자들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을 때 홀연히 여행을 떠났다 돌아 오면 신기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식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문제가 해결되어 있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의 세계관의 감옥에 갇혀서 문제를 보다가 감옥을 벗어나 확장된 관점에서 문제를 보니 풀려 있었던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1993년 200여명의 삼성전자 임원들과 프랑크프르트 미국을 거쳐 오는 세계여행을 떠났었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새로운 삼성전자의 지도가 신경영이라는 관점이 확장된 지도였고 이 신경영이라는 청사진을 통해서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헤르만 헷세는 <동방으로의 여행>에서 귀족들을 데리고 동방으로 여행하는 레오의 삶을 그렸다. 중세시대에 귀족들은 자신 혹은 자식을 공부시키는 방법으로 여행을 자주 이용했다. 간디도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도중에 자신의 관점을 확장하는 각성체험을 한다. 아르헨티나의 체 게바라도 남미 전역을 여행하는 도중 자신의 삶에 대해 새로운 각성을 했고 결국 혁명가의 길로 들어섰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신탁을 받들어 자신의 고향 메소포타미아를 버리고 가나안으로의 여행을 완수했고 노마드의 삶을 통해 이방인에게도 신뢰 받는 사람에 대한 관점을 배워 이스람, 기독교, 유대교를 창시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 사도 바울도 3차에 걸친 전도여행을 통해 기독교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스라엘 민족이 소수 민족임에도 다른 민족보다 더 많은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디아스포라로 불리는 이들의 노마드 여행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미네르바 대학의 커리큘럼이 이런 디아스포라라는 노마드 여행을 모방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이처럼 여행은 자신의 정신모형의 지도를 확장하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마련해서 세상을 더 명료하게 보는 계기를 경험하는 것을 내적통찰(Insight)이라고 한다면 더 큰 세상을 받아들여 자신의 정신모형을 확장되는 체험을 외적통잘(Outsight)이라고 부른다. 내적통찰을 위한 정신모형이 마련되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리 세상 여러 곳을 돌아다녀도 정신모형이 확장되는 외적통찰을 경험하지 못한다. 이들이 돌아다님은 그냥 관광으로 끝난다.

잼보리의 미션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다. 이번 잼버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한국 방문을 잼보리 여행이라고 생각했을까? 혹은 잼보리 관광이라고 생각할까?

아무리 강력한 K 팝을 동원했어도 대원들이 잼보리 관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들은 커서 대한민국을 다시 방문할 동기를 상실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잼보리의 미션을 망가트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