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부화 직전의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알의 안과 밖에서 부리를 모아 동시에 껍질을 깨는 협업을 의미한다.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꿈틀대며 부리로 신호를 보내면 기다리던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병아리가 잘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껍질을 조금 쪼아 성공적으로 부화 시킨다.

병아리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신호도 없었는데 신호를 들었다고 믿고 알을 쪼아 버리면 병아리는 사산된다. 병아리도 아무 행동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 갇힌 공간에서 몸을 지탱할만한 산소가 부족한데 자신을 부화시켜 달라는 신호를 보낼 수 없다면 차오르는 이산화탄소로 질식사한다. 부리에 힘이 없어도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면 살려 달라는 신호를 보내야 산다.

이런 부화의 과정을 잘 묘사한 소설이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이다. 데미안에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알)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깨달은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는 오직 한 가지 뿐이다. 바로 자기 자신을 찾고 자기 안에서 확고해지고 어디로 향하든지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날아가는 것이다."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 사실 어미 닭과 병아리가 이원론으로 분리되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억세게 운이 좋아서 좋은 유전자 은행을 운행하는 부모 밑에 유전자 복권 당첨자로 태어나 물려준 유전자 복권을 부모의 재력으로 키워내 어려움 없이 편하게 잘 크고 잘 성장하기도 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천운으로 정말 좋은 스승을 만나서 크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어미닭과 병아리의 이원론은 일반 사람들이나 리더로 커가는 사람들의 성장 스토리는 아니다.

일반적 사람들은 자신이 어미 닭의 역할도 해야 하고 병아리의 역할도 해야 하는 일원론의 삶을 살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데미안에서 병아리인 싱글레어와 어미 닭인 데미안은 두 인물은 아니다. 병아리와 어미 닭은 이분법으로 분리된 두 실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 속에 성장을 위해 충돌하는 두 힘이다. 우리 안에선 이미 어미 닭도 있고 병아리의 모습도 있다. 또한 우리의 삶은 한 번의 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크면 자신이 알던 세상은 자신을 가두는 알이 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미 닭이 되기도 하고 병아리가 되기도 하며 N번의 부화사건을 경험해가며 성장한다. N번의 부화사건을 충실히 겪은 사람들은 이 모든 부화사건들이 종결되어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이 살았던 삶의 내러티브가 누군가 사랑하는 후세의 삶에 다시 채용된다는 것을 안다. 내가 만들었던 일련의 부화의 스토리가 후세에 누군가에 의해 채용되는 순간 일련의 부활사건은 부활사건으로 전환된다.

N번의 부활을 경험하면 우리는 직관(Intuition)과 통찰(Insight)가 통합되는 각성의 신세계를 경험한다. 직관은 의사결정을 내렸을 때 느끼는 찜찜함으로 다가온다. 이런 찜찜함을 무시하고 보이는 자료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는 시그널의 형태로 다가온다. 통찰은 갑자기 답이 떠 올랐는데 그 답이 왜 떠 올랐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체험이다. 직관과 통찰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직관은 답이 틀렸다는 것을 아는데 왜 틀렸는 지에 대한 알고리즘을 모르는 상태이고, 통찰은 옳은 답을 얻었는데 그 답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의 알고리즘을 모르는 상태다.

일반 사람들이 체험하는 통찰은 어미 닭의 상태이고 직관은 병아리의 상태이다. 어미 닭은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세상의 진리에는 객관적 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알 속에 갇힌 병아리를 제대로 부화시켜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것이 답이다. 병아리는 어미 닭에게 자신의 몸이 느끼는 고통의 단서를 종합적으로 편집해 직관의 신호를 보내지만 일반적으로 어미 닭은 이 신호를 잘못 해석해서 직관을 망친다. 반대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병아리가 빨리 세상을 보기 위해 어미 닭에게 신호를 보내고 신호에 응답하기도 한다. 이때 순간적으로 어미 닭이 알을 쪼아서 통찰(Insight)를 맛보기도 하지만 이 통찰은 번갯불처럼 지나가는 통찰이다. 어미 닭과 병아리를 자신 몸에 내재화해 N번의 성공적 부화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만 삶에서 통찰(Insight)와 직관(Intuition)이 만나는 지점의 알고리즘의 비밀을 터득하고 세상을 통찰과 직관의 개안된 눈으로 보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자신의 몸, 마음, 정신을 통해 직관과 통찰을 이어주는 알고리즘을 찾아낸 사람은 세상에서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는 운명의 삶을 살게 된다. 일반 사람들에게 부활은 불확실하지만 이 사람의 부활은 운명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N번의 부화를 경험하지 못한 일반 사람들에게 직관은 병아리처럼 알 속에 갇혀 성장의 고통을 경험하는 몸 속에 다양한 흔적으로 남는다. 흔적들의 다양한 정보가 편집되어 보내지는 신호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직관의 단서들이다.

제대로 된 직관은 고통을 인지하고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우는 긍휼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 긍휼(Compassion) 단어 속에 나침반(Compass)가 들어가 있는 이유다. 긍휼이 없는 사람이 제대로 된 직관을 경험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사건과 같다. 통찰(Insight)는 나 자신에게 어미 닭의 역할을 충실히 했을 때 찾아오는 제대로 된 답에 대한 경험이다. 나의 고통의 신호인 나침반이 찾아낼 나만의 진북(북극성)을 찾았을 때 생기는 개안된 눈이 통찰이다. 북극성에 해당하는 목적을 각성하지 못한 사람이 순간적으로 보는 통찰은 그냥 지나가는 번갯불이다. 긍휼과 목적의 협업으로 충분한 N번의 부화사건을 경험하지 못한 못한 사람들에게 통찰과 직관은 손님처럼 찾아왔다 손님처럼 사라진다.

직관과 통찰이 만나는 알고리즘을 터특한 상태가 깨어 있음이다. 우리가 눈을 뜨고 있다고 정신이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몸이 깨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스스로의 주인이 아니라 누군가의 노예 상태로 살고 있으면서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면 마음은 잠자는 상태다. 깨어 있음(Awakeness)이란 정신, 몸, 마음 전체가 모두 깨어 있어서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것, 보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느껴지기 시작하는 체험이다. 기존에는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것들이 전부 연결되어 하나의 모듈을 구성하고 있고 심지어는 이 모듈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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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진성리더십에서 알은 정신모형(Mental Model)이라고 칭한다. 과거의 알은 정신모형 I이고 새로운 알은 정신모형 II다. 자신이 충분히 성숙하면 정신모형 II의 알은 다시 정신모형 I로 전환된다. 새로운 정신모형 II를 마련하는 것이 진성리더에게는 부활이다. 진성리더는 죽을 때까지 N번의 부활을 경험하는 여행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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