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3-10-09 16:43
[N.Learning] 회사를 떠날 때가 되었다면 신뢰잔고를 계산해보자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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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날 때가 되었다면
신뢰잔고를 계산해보자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얼마나 믿을만한 사람인 지를 평가해주는 것이 신뢰 자본이다. 신뢰란 불확실한 상황을 전제로 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믿고 필요한 자원을 동원해주는 정도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가정해보면, 빌려준 금액을 못 받을 것을 전제하고 나에게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이 나의 신뢰값이다. 상대가 나를 위해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누군가가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에도 나에게 1억을 빌려준다면 나의 신뢰값은 1억인 셈이다.
신뢰란 미래에 갚을 것을 약속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이다. 미래가 담보인셈이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다.
실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의 비결은 지금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 큰 기업을 만들거나 큰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현금이 없어도 큰 신뢰자본 동원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역설적으로 현금에 올인하고 있다면 미래를 만드는 데는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한다.
나의 신뢰자본은 나의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조직문화 자본에 의해서 산정된다. 인적자본은 세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전문적 역량으로 구성되고, 사회적 자본은 서로 믿고 맡기는 관계적 자본이고, 조직문화 자본은 어떤 조직에 속해 있을 때 그 조직이 고유하게 창출한 신뢰자본 값이다.
회사를 수평 이동하는 경우와 달리 회사로부터 영구히 퇴직하는 경우는 잃게 되는 자본이 많다. 자신에게 고유하게 귀속되는 인적자본은 남겠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사회적 자본과 회사라는 법인이 만들어낸 조직 문화 자본을 잃는다. 회사에서 퇴직한 후 은행에 신용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회사라는 배경이 주는 조직문화 자본이 사라지기 때문에 신용 대출 받기가 쉽지 않다.
인적자본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유한 전문성의 문제이다. 엑셀을 남보다 잘 다룬다든지 특정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다든지와 같은 Hard Skill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런 것을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결합해서 문제를 더 심도 있게 해결하는 협업 능력과 같은 Soft Skill이 인적자본이 더 중요한 자본이다. 특히 요즈음과 같은 생성형 AI나 로봇기술이 전문성을 민주화시키고 있는 시점에서는 소프트한 스킬의 인적자본만 중요한 자본이다. 결국 인적자본의 본질은 이런 생성형 AI나 로봇 기술 등이 거의 무료로 제공하는 하드스킬과 이것들을 다른 사람의 인적 자본과 결합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소프트 스킬을 결합하는 문제다. 이력서에 기제되는 인적자본이란 이런 결합과 협업을 통해 가치 있는 문제를 풀어온 일련의 프로젝트의 역사다.
사회적 자본은 직장 동료 후배 선배들과의 인맥이나 조직 밖에 연결되어 있는 전문가 집단과의 관계가 창출한 자본이다. 회계사나 변호사 같이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사람들에게 사회적 자본은 직장동료다. 이들이 직장을 퇴직하면 직장 안에서 구축된 인맥 대부분의 연결이 끊어진다. 사회적 자본의 대부분이 소실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직장을 다닐 때 후배들을 자신급의 리더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런 사람들이 리더로 성장해서 직장 여기저기에 포진해 있을 때에는 사회적 자본이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직장을 퇴직한 후에도 특정한 날짜가 되면 후배들이 찾아와 저녁도 사고 점심도 사가며 고마움을 표한다. 사회적 자본의 잔고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증거다.
조직문화 자본은 조직이라는 법인이 창출한 신뢰가치이다. 정보가 제한되어 있을 때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더 큰 신뢰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사이즈가 같다면 집단적 전문성이 뛰어나고 이 전문성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창출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면 신뢰치가 커진다. 신뢰자본은 지금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빌려 쓸 수 있는 신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회사가 얼마나 먼저 미래를 앞당겨와서 살고 있는지도 조직문화자본을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미래를 앞당겨서 실험하고 있는 구글, 애플, MS, 엔디비아 등과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것은 신뢰자본에 큰 플러스 요인이다. 또한 조직문화자본은 회사를 만든 사람들의 가치와 철학이 조직과 협업해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CEO의 명성이 가장 큰 측정치이다. CEO 리스크가 있는 기업은 조직문화 자본의 가치가 하락한다.
신뢰자본을 창출하는 세 요소 중 인적자본은 신뢰의 씨앗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적 자본이나 조직문화적 자본은 신뢰나무를 만들어내는 토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에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적자본을 가진 인재를 글로벌 핵심인재로 규정하고 영입하려고 시도했으나 이런 글로벌 핵심인재의 영입은 대부분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런 인적 자본의 씨앗이 있다 하더라도 이 씨앗이 발현되어 만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신뢰의 토양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씨앗을 받아들여 키울 수 있는 그만한 크기의 사회적 자본과 조직문화적 자본이라는 토양이 필요함에도 토양이 창출하는 신뢰 이슈를 간과했다.
LG 전자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의 C Level에 해당되는 인재를 모두 글로벌에서 영입한 외국인으로 채웠다. 실험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사회적 자본이나 조직문화 자본이라는 토양이 씨앗에 해당하는 인적자본을 뱉어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대기업에서 퇴직한 임원이 중소기업 임원으로 이직하는 경우에도 보인다. 이직할 때 가지고 가는 자본이 인적자본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 가지고 있던 사회적 자본이나 조직문화 자본도 자동적으로 가지고 간다고 착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간 자본에 인플레가 발생한다. 이런 자본의 인플레는 이직한 회사의 사회적 자본과 조직문화 자본과 충돌을 만든다. 결국 자신의 인적자본을 이직한 회사의 토양인 사회적 자본이나 조직문화적 자본에 키워내는 일에 실패하고 회사를 나온다.
요즈음에 카르텔 문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특히 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킨 동해종합기술공사라는 회사는 국토부와 도로공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의 회전문이었다. 카르텔 세력은 사회에 기여하는 자본이 크지 않거나 역으로 존재가 해악을 끼치고 있음에도 자신이 전에 근무했던 공공기관의 조직문화자본과 사회적 자본의 끈을 이어서 자신의 인적자원을 부풀려 이득을 챙기는 정치 연합이다. 이런 전관들이 카르텔을 만들어 활동하면 사회의 부패와 불공정의 원천이 된다. 양평고속도로 프로젝트가 이런 전관에 의해 장악되었음에도 지금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카르텔의 부패와 불공정이 한 국가가 가진 신뢰자본을 급격하게 소진시킨다.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유독 신뢰자본 지수가 떨어지는 이유는 이런 전관 카르텔이라는 다양한 정치연합이 여기저기 토굴을 파가며 국가의 신뢰잔고를 소진시키고 있음에도 국가는 이런 행위에 대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 정년 퇴임을 준비하는 분들은 사회적 자본과 조직문화 자본을 자신의 신뢰잔고로 내재화 시키는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것같다.
사회적 자본의 연착륙은 자신급에 해당하는 후배들을 얼마나 많이 리더로 육성했는 지의 문제이다. 조직문화 자본은 자신이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회사가 자신 때문에 문화가 바뀌어서 얼마나 더 근무하기 좋은 회사로 바뀌게 되었는 지에 대한 자신과 동료와 후배들의 내러티브다. 이런 내러티브가 정년퇴임 후에도 나의 신뢰자본으로 가져갈 수 있는 조직문화적 자본이다. 이런 신뢰잔고에 대한 내러티브를 가진 사람들이 정년퇴임 후에 회사를 창업해도 인적자본, 사회적 자본, 조직문화적 자본의 신뢰잔고를 그대로 보존한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창업을 한다면 당연히 성공할 확률은 급등한다. 이런 신뢰잔고 없이 현금만 가지고 창업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은 전무하다.
미래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현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신뢰자본의 크기다.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한 약속과 미래에 이 약속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자신과 주변 사람의 믿음이 나의 신뢰자본의 크기를 결정한다.
신뢰자본은 공짜가 아니다. 빌려 쓴 신뢰 자본은 죽기 전에 반드시 정산해 갚고 떠나야 할 빚이다. 신뢰 자본을 동원해 성공 했음에도 죽을 때 가족에게 남기는 유산을 넘어 사회에 진 빚을 정산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 사회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점점 고갈될 것이다. 한 사회의 미래는 빚진 사람들이 빚을 제대로 청산하는 과정을 통해 번성한다. 카르텔로 대대손손 가문의 영광을 누린 사람들이 빚을 청산하고 세상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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