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의_저주 #Escalating_Commitment

#집단사고 #Group_Thinking

사회심리학자들이 도박 중독 등 비 이성적 행동에 빠져 패가망신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 동원하는 이론이 헌신의 저주(Escalating Commitment)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나쁜 결과가 초래될 것임이 뻔함에도 초기에 했던 의사결정을 더 강화하는 과정을 절연하기보다는 더 강화하는 쪽으로 몰입함을 통해 결국 패망의 설국열차에 도달하는 것을 설명한다. 애초에 잘못된 의사결정에 점점 더 몰입하는 것이 파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트를 탄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어느 시점에는 포기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아까워서 계속 고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새 차 값을 상회하는 돈을 고치는 비용으로 지출한다. 차가 멈춰설 때까지 비용을 지출하고 멈춰서서야 새 차를 사는 의사결정을 한다. 손해를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에 깨달은 것이다. 이런 헌신의 저주에 여러 차례 빠지면 실수를 통해 학습하지 못해 악순환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몰락한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투자한 매몰비용(Suck Cost) 때문이다. 새차를 사는 순간 지금까지 고치는데 들어간 비용이 날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렇게 몇 번 고집을 피워가며 고쳤는데 갑자기 의사결정 방향을 바꾼다면 자기가 지금까지 해왔던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체면이 손상된다고 생각한다. 체면 때문이라도 잘못된 결정을 계속하는 쪽으로 밀고 간다. 셋째, 이렇게 잘못된 의사결정에 계속 베팅을 하다보면 결국 파국이 예정된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도달한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부정적 시점에 도달하면 마지막 결정적 한 방을 찾아서 올인한다. 전략이라는 것이 다양한 대안 중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냥 크게 한방으로 만회할 수 있는 한 가지 결정이라는 것은 전략을 포기한 것이다. 올인을 선택하면 망하는 운명은 예정된 일이다.

#매몰비용 #체면손상 #올인전략

#자기합리화 #확증편향

이런 헌신의 저주는 투표 행위에도 드러난다. 어떤 정권이 잘할 것이라고 믿고 지지표를 보냈는데 실제로 뽑힌 후 하는 행동이 기대에 못미친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선출자가 실수하는 것을 보면 지지를 자연스럽게 철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헌신의 저주에 빠져 지지를 철회하지 못한다. 지지를 철회하는 순간 자신이 지금까지 공을 들이고 싸워왔던 헌신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매몰비용 문제다. 또한 지금까지 싸워가면서 지지했는데 지지를 철회하면 자신의 처음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또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는 뉴스나 유튜브에 더 중독되어 나름대로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다는 이론과 신념으로 무장한다. 이론과 신념에 부합하는 선택적 정보를 통해 확증편향으로 세상을 보니 자신이 그렇게 틀린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선택적으로 교류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선출자가 실정을 거듭함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헌신의 저주(Escalating Commitment)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헌신의 저주에 빠져 있는 동안은 잘못 선출한 리더에 대한 튼튼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된다.

헌신의 저주가 핵폭탄으로 터지는 경우는 이런 잘못된 콘크리트 지지층을 실제 지지층이라고 믿고 선출자도 헌신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슷한 헌신의 저주에 빠진 힘 있는 사람들로 인의 장막을 만들어 자신들을 세상과 절연시킬 때다. 헌신의 저주가 힘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적으로 행사될 때 소위 집단사고로 이어져 핵폭탄으로 폭발한다.

이런 헌신의 저주는 같은 생각을 가진 파워 엘리트 집단에 적용되어 자기 합리화와 동종신념으로 무장한 집단사고로 번지면 반드시 사회적 파국을 만들어낸다.

역사적으로 세상에 큰 원자폭탄으로 작용했던 사건들은 모두 파워엘리트들이 모여 헌신의 저주에 집단적으로 빠졌을 때이다. 크메르 루주의 킬링필드,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문화혁명시 홍의병, 북한의 주체사상, 소련의 스탈린 전체주의, 미국의 메카시즘 등등 파워 엘리트들이 집단사고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면 개인적으로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극악무도한 일을 너무나 태연하고 평범한 일상처럼 저지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메카시즘의 부활판이라고 지칭되는 뉴라이트를 신봉하는 그룹이 이런 집단사고의 맹아로 키워지고 있다. 이들이 집단사고를 장악하면 악이 뉴노멀로 평범(Banality of Evil)해지는 비극의 순간을 목격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모두 이런 헌신의 저주와 집단사고가 협업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두 당의 차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결국 이런 정치 때문에 핵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생업에 헌신해야 하는 국민들이다.

여당이나 야당의 대표자들은 지금이라도 이런 집단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협업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노자가 태평성대를 구가하는 나라로 정의하고 있는 나라는 국민이 정치를 잊고 생업에 생생지락할 수 있는 운동장이 있는 나라다. 국민들이 싸우는 정치인들을 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나라의 운동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리더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진 진성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