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Natural Learning > 변화, 혁신, 기적의 발원지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계기가 일전에 초대 받은 목회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다. 세미나의 주제는 변화와 위기가 상수가 되고 가나안 신도가 급증하는 초뷰카시대를 맞이해 목회자 리더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였다. 사실 리더십 교제에 소개된 대부분 리더십 원리가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지만 초뷰카 시대는 전통적 리더십과는 질적으로 다른 리더십이 요구된다.

초뷰카시대에 달라진 리더십의 정의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결국 변화와 위기가 상수가 된 시대에 목회자가 복원해야하는 리더십 영향력의 실마리는 리더가 리더십에 대해 배운 모든 것을 포기해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인 나침반의 원리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는 말씀을 전했다.

초뷰카시대 리더십의 첫째 이슈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길 잃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 이슈는 변화와 함께 시시각각으로 찾아와 누적되는 위기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긴 생존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두 이슈를 전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영향력의 토대인 리더로서의 고유한 나침반이 준비되었는지와 이 나침반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가 확인되어야 한다. 나침반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지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방향에 맞춰 중심을 잡기 위해 떨림을 잃지 않는지의 문제다.

리더가 운용하는 살아 있는 나침반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북극과 남극을 향해서 떨고 있다. 나침반의 북극은 길잃음 속에서 존재 목적(Purpose)을 찾기 위해 떨고 있고 남극은 구성원에게서 전해지는 고통에 대한 긍휼감(Compassion) 때문에 떨고 있다. 긍휼의 떨림이란 우리 모두는 세상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고통으로 쓰러지게 되고 결국 생존이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리더가 미치는 선한 영향력의 크기는 목적과 긍휼이라는 두 극이 서로 교류해 만들어낸 에너지 장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목적과 긍휼은 에너지 장을 만들기 위해 서로 교류해 결국 수렴하지만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 존재목적인 북극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 리더는 긍휼을 통해 나침반을 살려내는 원리를 설명드렸다.

한 목사님이 내가 긍휼을 너무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을 받으셨는지 질문을 주셨다. 긍휼을 단순히 관계적 문제로 해석하시고 성도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이끌 때 너무 관계적 측면에 집중하다보면 해야될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긍휼(Compassion)과 공감(Empathy)과 위로(Sympathy)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공감은 상대의 고통에 대해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고, 위로는 아픈 상대의 손을 잡아 주며 진통제와 반창고를 붙여주는 행위다. 긍휼은 아픔에 대한 이해와 위로를 넘어 아픔의 근원을 원인의 수준에서 파악해서 아픈 사람과 함께 근원적 처방을 만들어 아픈 사람이 진통제와 반창고 없이도 온전하게 일어설 수 있게 혁신적으로 치유하는 행동이다. 아픈 사람과 함께 문제를 원인의 수준에서 해결하려는 혁신적 치유행동이 없다면 그 감정은 긍휼이 아니다. 아픈 사람을 혁신적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긍휼이 아니다.

지금까지 모든 혁신적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낸 디자이너들을 움직였던 원동력도 사랑하는 아픈 사람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긍휼감에서 발원되었다. 우리가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의 모든 혁신과 변화는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는 긍휼의 마음이 작동한 결과물이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혁신적 변화는 변화가 일어나기 백 년 전의 사람들이 깨어나 보면 다 기적이다. 모든 기적은 긍휼의 샘에서 발원한 것이다.

긍휼은 자신이 유전자 복권으로 타고난 재능, 머리, 외모, 건강 등에 대한 사랑의 편애와는 구별된다. 유전자 복권을 받지 못해 찌질하게 태어난 자신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이런 자기긍휼을 통해 일으켜 세운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픈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이들의 삶을 혁신해 삶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의 긍휼감이다. 긍휼은 유전자 복권이라는 사랑의 편애를 극복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농도 깊은 찐사랑이다.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은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써놓은 것을 긍휼이라고 읽고 긍휼에 맞춰 세상을 혁신적으로 사랑함을 의미한다.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유전자 복권에 대한 사랑의 편애에 빠져 긍휼이 추동하는 사랑의 본질을 잃지 않는다.

4 복음서 중 가장 나중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진 요한복음에는 예수님의 행하신 많은 이적 중 대표적 이적 7가지를 소개한다. 가나의 혼례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들고, 가나버움 왕의 신하의 아들을 치유하고, 예루살렘에서 38년 된 병자를 치유하고, 오병이어로 오천명 분의 빵과 물고기를 만들고, 물 위를 걷는 기적, 맹인을 보게 하고, 죽은 나사로를 살린다.

지금까지 예수께서 어떻게 이런 이적을 행했는지 그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긍휼의 나침반을 사용하셨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이 된다. 기존의 선지자들이나 유대 율법주의자들과는 달리 예수는 아픈 사람들에 대한 인지와 위로를 넘어 아픔을 근원적 원인의 수준에서 접근해서 이해하는 능력이 있었다. 예수의 사랑 속에는 아픈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픔에서 일으켜 세우고 해방시켜야 한다는 긍휼이 살아 있었다. 긍휼로 아픔의 원인을 새롭게 정의하여 알고리즘을 혁신해 정상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풀었다. 이런 이적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모두 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1993년 삼성전자 임원을 태우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이건희 회장은 후꾸다고문의 보고서를 비롯해서 삼성의 각종 문제를 보고 받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회장에 취임한지 6년 동안 그렇게 질경영을 호소했음에도 삼성은 전혀 변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 안에서 수행비서진에게 도대체 삼성의 문제가 무엇이지 생각해보라고 화두를 던진다. 비서진이 전략적 분석기법을 동원해 답을 마련해가면 아니라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돌려보낸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이미 본인이 생각해 놓은 답이 있었다는 소리다. 잠을 안 재워가며 답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돌려보내기를 반복하자 같이 있던 홍라희여사가 이러다 비서들 다 잡겠다고 성화를 보이자 이건희 회장은 마음에 담고 있던 답을 들려준다.

"삼성 사람들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이 "사랑"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사랑은 이건희 회장이 가진 나침반의 남극성을 의미하는 "긍휼"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을 긍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치유해 주인으로 일으켜 세우고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한다는 통찰을 얻었던 것으로 보인다.

긍휼(Compassion)의 어원을 분석해보면 Com(같이 체험하는)+ Passion(열정과 희열)으로 조어되어 있다. Passion의 어원은 고통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을 때 느끼는 희열이라는 뜻이다. Compassion이란 고통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서 자신들만의 혁신적 알고리즘을 만들어냈을 때 경험하는 집단적 희열을 뜻한다. 긍휼이 혁신과 변화의 본질이고 이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Compassion 첫 어절 Compass(나침반)이 함축한 뜻이다. 긍휼은 아픔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는 혁신적 사랑을 의미한다. 긍휼의 결과물은 아픔이 치유되고 삶의 주인으로 세워지는 기적이다. 이 기적의 결과로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속에서 운명의 파트너로 전환된다면 이것은 투명한 존재론적 관계를 넘어선 또 하나의 기적이다. 긍휼로 촉발되는 세상의 혁신적 변화는 모두 기적인 셈이다.

세상에 문제를 일으킨 모든 리더의 공통점은 부모로부터 유전자 복권으로 물려받은 뛰어난 재능, 머리, 외모에 반비례해서 긍휼의 샘물이 마른 사람들이다. 리더가 긍휼이 없다는 것은 선한 영향력에 관한 모든 이적을 행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나침반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화려한 유전자 복권의 크기에 현혹되어 리더로 세워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리더로써 고통을 혁신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세월호, 오송, 이태원, 해병사건 등등을 일으켜 가며 국민들에게 고통을 지속적으로 부과하는 장본인이다.

누구라도 진성리더(Authentic Leader)가 되기를 원한다면 구성원이 사랑이라고 써도 자신은 긍휼이라고 읽고 읽은대로 긍휼감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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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리더에게 나침반이 있다는 것은 아래 라이너 쿤체 시에 나온

두 사람이 한 몸 속에 온전하게 내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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