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군인이다 (We Were Soldiers)"는 월남전을 다룬 실화 영화로 2002년에 개봉했다. 영화에서 멜 깁슨이 연기한 무어 대령(실제 인물)은 전쟁터에 들어가는 자신 부하에게 다음과 같은 리더십에 관한 불후의 명언을 남긴다.

"우리가 전쟁에 투입된 이상 나는 여러분에게 모두가 살아 돌아올 것을 약속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맹세합니다. 전투에 투입될 때, 나는 선두에 설 것이고, 나는 퇴각하는 마지막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내 뒤에 부하를 남기지 않을 것입니다. 죽든지 살든지, 우리는 모두 함께 집에 돌아갈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가호가 있을 것입니다."

리더는 생사의 전투에서 져서 퇴각할 때도 한 명의 부하도 남겨 놓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유적으로 해석하면 리더는 구성원에게 마지막까지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많은 베스트 셀러 저작을 남긴 사이먼 시넥도 리더십의 핵심은 마지막 울타리가 되어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책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Leaders eat last)"에서 뛰어난 리더들의 공통점은 모든 구성원이 배고픔에 시달리는 상황이 오면 리더는 남은 음식을 양보하고 마지막에 먹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마지막에 먹는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던 사례는 1914년 8월 27명의 대원을 이끌고 남극탐사에 나섰다 빙하에 갇혀 조난을 당한 어니스트 섀클턴이다. 조난을 당하자 섀클턴은 목표를 모두 살아서 돌아간다로 전환했다. 이런 전환에 맞춰 섀클턴은 자신이 먼저 희생하는 리더십을 실천했다. 모두가 불안하고 생존을 위해 식량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섀클턴은 리더로서의 특권을 포기하고 자신이 제일 마지막에 먹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이런 섀클턴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울타리는 극도의 불안 속에서도 심리적 안정과 유대를 만들어냈고 이런 유대를 통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은 결국 귀환에 성공했다.

신약에도 죄와 상처 투성이의 사람들과 식사하는 예수를 힐난하는 율법주의자들에게 예수가 길 잃은 어린 양을 비유해가며 "마지막" 울타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떻겠느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일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 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 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이와 같이 이 소자 중에 하나라도 잃어지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마 18:12~14)

길 잃은 어린 양을 끝까지 찾아오는 목동을 눈 앞에서 직접 목격한다면 길을 잃지 않은 99마리의 양들도 울타리의 존재를 실감한다. 울타리의 존재는 어느 날 자신도 길을 잃었을 때 느낄 미래 생존에 대한 불안을 잠재운다. 목동의 행동이 구성원 중 더 가장 아픈 마지막 한 사람까지 챙기는 따뜻한 울타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분이 다시 타운홀 미팅이라는 것을 열었다. 타운홀 미팅이 만들어진 취지는 일방적 수직적 소통 때문에 무너진 수평적 소통을 살려내는 것이다. 무너진 수평적 소통을 복원해 구성원들이 가진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그 즉시 내려주는 것이 규칙이다. 타운홀 미팅의 취지는 불통으로 생긴 결석을 즉각적 소통과 결정을 통해 뚫어주는 것이다. 구성원과 리더 사이에 쌓었던 벽을 허물고 리더와 구성원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울타리를 다시 만드는 작업이다.

기업에서 행해지는 타운홀 미팅에 리더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은 말을 참는 것이다. 타운홀 미팅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99% 이상의 시간을 말을 참아가며 듣는데 집중해야한다. 타운홀 미팅의 가장 중요한 그라운드 룰은 "리더는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그 마지막 말에 의사결정을 담아 그간 의사소통에서 생긴 결석을 즉각적으로 풀어주는 사람"이다. 이번 타운홀 미팅을 지켜보니 평소대로 조선시대 유행했을 법한 갓을 쓰고 나타나 초뷰카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맥락을 초월해가며 또 다시 훈시하는 모습이다. 대부분이 기획해 모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방청객에게는 일방적 훈시로 채웠지만 모르는 대중에게는 마치 진짜 타운홀 미팅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보도 사진을 내보냈다. 리더가 마치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로 보였다.

장본인들은 아직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지금 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는 이미 파탄난 상태다. 초기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련의 위기가 복합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적어도 선출된 리더라면 구성원을 지키는 마지막 사람이 될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평소 일관된 언행에서 마지막 울타리를 지키는 모습보다는 자신의 카르텔을 먼저 챙기려고 싸우고 싸움을 독려하는 모습이 국민이 힘들게 만들어 냈지만 아직은 허약한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리더가 선두에 서서 나라의 위기를 복합위기로 내몰고 있다.

적어도 선출된 리더라면 대한민국이나 선출된 지역구가 망해서 구성원들을 떠나보내는 상황이 연출되더라도 리더는 마지막으로 떠나는 배에 올라타는 사람일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리더가 울타리가 되어준다는 믿음만 잃지 않는다면 아무리 상황이 암울해도 구성원들은 유대와 신뢰를 통해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한다. 유대와 신뢰가 있다면 구성원은 주인으로 나서서 미래를 반드시 복원한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 리더는 답을 주고 해결책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이 울타리 안에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답은 이 운동장에서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어 만든다.

지금 대한민국은 간신히 선진국으로 올라왔다 축배를 너무 일찍 터트려 다시 후진국으로 떨어질 위기 상황에 처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기득권 카르텔을 동원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성, 여성, 청년, 노인, 영남, 호남 등 편 갈랐던 리더의 퇴출이 급선무다. 이들이 퇴출된 자리에 무어대령과 같이 더 아픈 구성원에게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진성 리더의 등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를 보면 위기가 아니라 실제 전쟁이 발발한 셈이다. "우리 모두는 군인이다"라는 자세로 제대로 전쟁을 치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세워지는 멋진 보도 사진을 내기 위해 해병을 사지로 내몰 있던 사단장도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이 총애하던 부하와 해병대의 명예를 헌신짝처럼 버린 사령관도 같이 퇴출되어야 한다.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국가를 철지난 이념 논쟁으로 갈갈리 쪼개는 육사교장도 퇴출되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의 뒷배가 되는 거대한 외압세력도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 시국은 전쟁이다.

한 눈을 팔면 모두가 공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