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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눈으로 보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눈으로 보는 세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생생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상대의 뒷통수를 본 것도 아니고 상대의 마음 속에 들어가서 본 것도 아니다. 그냥 포장된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봤다고 생각하고 마치 상대의 전체를 본 것처럼 뇌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우리가 세상을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고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눈뜬 장님이다.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는 시대를 의미하는 초뷰카시대에 세상과 우리를 더 잘 볼 수 있는 것은 생성형 AI나 로봇이 운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센서를 달아 놓고 xAPI를 추적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앞에서 보고 뒤어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에서 보고 속에서 보고 시간의 흐름 상에서 본 가장 최적화된 전체적인 모습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우리를 그려낸다.

이미 우리보다 월등하게 우리를 잘 보는 알고리즘의 지배를 벗어나서 세상을 볼 수 있는 비전을 획득할 수 있을까? 오감의 눈으로 생생하게 보는 것이 비전이 아니라면 진정한 의미의 비전은 무엇인가?

인간으로 직관력이나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고리즘처럼 오관의 눈으로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서 표출된 단서를 유추, 연결, 조합해서 표적을 만들어내고 표적을 다시 통합해서 실체의 본질을 파악해낸다. 통찰력의 눈을 가진다는 것은 한 순간의 표적을 발견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래 전에 본 것의 표적과, 얼마 전에 본 것의 표적, 어제 본 것의 표적, 오늘 여기 저기서 본 것의 표적 속에 숨어 있는 공통의 패턴들을 발견해 오관의 눈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숨어 있는 실체를 본다. 직관력이 있거나 통찰력이 있다는 것은 시간 여행을 통해서 변화하는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직관과 통찰의 눈으로 보는 비전을 획득하는 것이 단순히 알고리즘을 따라 배우는 것을 의미할까?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장편 연금술사(Alquimiste)에서 인간이 통찰력 있게 세상을 보는 과정은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단순히 따라하는 것을 넘어서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연금술사에서 코엘료는 산티아고라는 젊은이가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통찰과 직관력이라는 최고 상태의 비전을 획득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연금술사』는 인간의 비전은 디지털 알고리즘이 가르쳐준 자신이 아니라 자신 삶의 북극성으로 작용하는 고유한 진북(True North)을 정하고 이 진북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려 시도할 때 어느 순간 개안을 경험하고 이런 개안된 눈으로 세상을 볼 때라고 설명한다. 인간으로서 최고의 비전은 자신의 진북을 찾아나서는 자신이 찾아낸 알고리즘의 눈을 획득했을 때라고 가르친다. 인간은 컴퓨터 알고리즘과는 달리 깨끗한 의식과 마음의 눈을 연마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알고리즘을 통해 자신에 숨겨져 있는 진실의 단서와 표적을 찾아낸다. 자신이 찾아낸 알고리즘의 눈과 귀를 통해 숨겨 있는 전체를 보게 되는 기적을 설명한다.

한 마디로 인간은 진북 true north에 대한 검증된 믿음을 획득할 때 오관 혹은 컴퓨터 알고리즘이 보는 눈과 귀를 초월한 자신만의 통찰과 직관의 안경을 획득한다. 이것이 인간이 컴퓨터 알고리즘을 초월해 세상을 볼 수 있는 비전의 진정한 의미다.

이런 인간으로서 고유한 비전의 안경을 획득하는 알고리즘을 살펴보자.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소년 양치기 산티아고는 며칠 계속 반복되는 꿈을 꾼다. 양과 함께 놀던 아이가 자신의 손을 잡아 끌더니 이집트 피라미드로 데려가는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고 있는 그에게 홀연히 한 노인이 나타나 가지고 있던 양의 십 분의 일을 자신에게 주면 피라미드에 묻혀 있는 연금술의 보물을 찾는 길을 가르쳐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때 행운의 표적인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두 사람 사이로 날아 들어왔고, 산티에고는 운명처럼 노인에게 값을 치르고는 금으로 된 흉패 한가운데 박혀 있던 흰색과 검은색 보석 '우림과 툼밈'을 받아든다. 그리고는 연금술을 찾기 위한 정처 없는 여행길에 몸을 싣는다.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은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어내는 신비로운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연금술은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인 자신만의 진북에 이르는 비전을 획득하는 알고리즘이다. 이 길은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써가는 삶을 사는 것이다. 마음 속 진북은 늘 우리에게 말한다. "자아의 신화를 살라". 평범한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가 마음의 속삭임에 귀를 열고 길을 떠나 궁극적으로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극적이며 험난한 여정을 경험한다. 이 여정은 연금술사의 고로에서 진행되는 실제 연금술의 과정과 비슷하다. 연금술을 찾아 길을 떠난 중간 중간 산티아고는 많은 표적들을 만난다. 이 표적은 자신만의 연금술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간직한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이 표적은 자신의 진북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한다.

산티아고에게 황금은 그의 삶의 존재이유인 목적을 의미한다. 이 금을 만드는 연금술은 자신을 황금으로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의미한다. 황금을 의미하는 존재목적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하는 것이다. 목적을 깨닫고 받아들인 사람들만이 오감에 의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게 정화된 의식과 마음의 눈, 마음의 귀로 세상을 보는 개안을 한다. 목적으로 개안된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비전이다.

문제는 이 자신만의 황금을 만드는 연금술의 알고리즘을 찾는 과정은 절대로 평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신은 연금술을 찾아 나선 사람들에게 연금술에을 주어도 괜찮은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일련의 시험을 치룬다. 따라서 신은 연금술을 반드시 일련의 고난 뒤에 숨겨 놓는다. 고난 속에서도 연금술을 찾아내는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 가며 연금술을 허락한다. 산티아고에게도 그랬듯 신은 고난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의지를 가진 사람들에게 고난 속에 연금술의 단서와 표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유인한다.

인간은 컴퓨터 알고리즘을 공부하는 공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일련의 각성 및 고난사건을 통해서 연금술을 찾아낸다. 연금술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일련의 시험에 들게 하는 사건을 경험한다. 코엘료는 이 시험은 진북에 이르는 길에서 부딪히게 될 큰 시험에 앞서서 예비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예비시험들을 포기하지 않고 통과하게 됨으로 자신을 더욱 단련시켜 진북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완성시킬 근력을 회득한다.

'들어보게나. 누군가 꿈을 이루기에 앞서, 만물의 정기는 언제나 그 사람이 그 동안의 여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하지. 만물의 정기가 그런 시험을 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네. 그건 배운 가르침 또한 정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일세.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 사막의 언어로 말하면 '사람들은 오아시스의 야자나무들이 지평선에 보일 때 목말라 죽는다'는 거지.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 것이네.'

코엘료는 꿈을 잃는다는 것은 비전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설명한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가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꿈꾸다가 나이가 들수록 이것을 잃어버리고 마는 삶에 대해서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자네가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일세.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지.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주지.'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진북을 찾은 여행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면 굳건할수록 신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신화를 찾아 떠난 사람들에게 길의 표식을 전해주고 이들이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점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진성리더는 모두 자신만의 비전의 알고리즘을 획득한 연금술사다. 진성리더십에서 연금술에 해당하는 진북의 안경은 정신모형 II를 의미한다. 정신모형 II는 진북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고난을 통과해 자신의 정신모형이라는 연금술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허락된다. 고난을 통과해 찾아내지 못한 정신모형 II는 단서나 표적의 수준이지 믿음의 안경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과 고통을 시험으로 받아들이고 시험을 통과해 믿음의 안경인 정신모형 II를 획득했을 때 우리는 여행자로 단서와 표적 속을 넘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진실과 실체를 보는 비전의 눈을 획득한다.

컴퓨터 알고리즘과 달리 인간이 세상을 제대로 보는 비전은 정신모형 II에 대한 믿음의 눈을 통해서다. 정신모형 II에 장착된 진북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자신을 발견하는 시험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을 긍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발동될 때 제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에게 진북을 찾아주려는 마음으로 고난을 받아들이는 자기긍휼이 없다면 진북은 표적이나 단서로 끝난다. 삶의 목적을 의미하는 진북은 고난을 통해서 가설인지 진실인지가 검증된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미래를 넘어 우리에게 전개될 세상을 보는 비전은 정신모형 II에 대한 고유한 믿음의 눈을 획득했을 때이다. 정신모형 II에 대한 믿음의 눈에 내재된 통찰과 직관이 진성리더의 알고리즘이다. 믿음의 눈이 없이 오관의 눈으로만 세상을 본다면 제대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비전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눈뜬 장님으로 살고 있거나 알고리즘이 지정한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는 디지털 알고리즘의 숙주로 전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