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전문가_놀이터 #어린이_놀이터

사무실은 화이트 컬러 직종이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산업화 이전 시대의 근무형태는 모두가 재택근무였다. 산업화 시대가 열리면서 직장과 가정이 분리되기 시작했고 사무실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산업화 초기에 출근할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화이트 컬러의 상징이었다. 출근할 사무실이 있다는 것은 중산층에 진입했다는 표식이어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경기에 따라 사무실의 개념이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경기가 좋을 때 사무실은 직원 복지의 상징이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들은 회사에서 자신만의 일할 공간을 받기도 하고 책상과 비품을 지급받고 차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받고,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 받기도 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무실은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지 않하는지를 감시하는 감옥의 개념으로 전환된다. 지금 재택근무가 논란이 되는 이유도 경기가 어려워지자 사무실이 감옥의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 사무실의 사례는 리스크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SAS 회사다. 이 회사는 일터가 예술로 승화된 캠퍼스나 잘 꾸며진 공원과 같은 느낌이다. 직원들에게 값비싼 부페 식사를 공짜로 제공할 뿐 아니라, 어린이집도 운영하고 있고, 휴게실도, 고급 카페도 있다. 치과도 있고, 체육관도 있고, 미용실도 있고, 개인 심부름 센터도 있다. 없는 것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SAS는 산업화 시대에 사무실이 집과 기능적으로 분리해오던 것을 초월해 사무실에 집을 집어넣은 개념으로 다시 디자인했다. 집의 모든 기능을 사무실 안으로 내재화 시켜 사무실 중심으로 삶을 통합해 제공한 회사다. 사무실에 관한 모든 것이 예술적 수준이다.

특히 유아 돌봄시설은 듀얼 커리어를 경험하고 있는 부모에게는 최고의 복지다. 아침에 아이와 부모가 같은 장소로 출근할 수 있고 회사는 아이를 몬테소리오 수준으로 창의적 어린이로 자랄 수 있게 돌봐주기 때문이다.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 SAS 구성원에게 오늘부터는 재택근무를 할테니 집에서 근무하라고 명하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SAS에서 이런 사무실 복지가 작동하는 이유는 회사가 모든 허드렛일을 다 해줄테니 여러분은 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미션을 완수하는데에만 집중해달라는 심리적 계약의 일환이다. 회사가 먼저 낮은 자세로 자신들이 약속한 심리적 계약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터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실제로 회사가 내는 재무적 이익도 경쟁사가 따라올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매스컴이다. 매스컴에서는 SAS의 이런 복지수준을 설명할 때 이윤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회사가 내는 천문학적 이윤을 복지혜택이라는 드라이버로 설명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예를 들어 회사가 돈을 많이 버니 당연히 종업원에게 복지로 돌려주고 복지를 잘해주니 구성원들도 열심히 일해서 이윤을 많이 낸다는 설명이다. 이런 복지를 제공 받으려면 일을 열심히 해서 이윤을 많이 내야 한다는 순환론적 설명의 오류를 저지른다.

미신 수준의 순환론적 설명이다. SAS가 지속가능한 회사인 이유는 회사의 사명이 분명이 존재하고 이 사명을 구성원이 믿고 실현하는 과정에서 이윤이 따라오게 만들었다. 이윤이 따라오니 회사의 사주가 종업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회사의 복지를 증진시켜준 것이다. 앞에서 끌어주는 드라이버가 복지가 아니라 사명이고 뒤에서 격려해주는 강화제가 복지다.

사명과 목적에 대한 약속이 없거나 지켜지지 않는 회사에서 갑자기 재무적 여유가 생겨 이런 복지를 만들어 제공하면 그 회사는 조만간 망하는 회사 대열에 합류한다. 회사가 어린이 놀이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놀이터라는 사무실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에서 선심성 복지는 돈 먹는 하마일 뿐이다.

SAS의 일터는 전문가의 놀이터다. 전문가의 놀이터란 구성원들이 회사가 정한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끌어올린 전문성의 협업으로 다른 회사가 창출할 수 없는 수준의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다. 회사는 이런 것에 대한 공로를 평가해 구성원들이 전문성과 사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통해 각종 물리적 허들을 제공해주는 것이 복지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언론 머스크가 코로나도 끝났으니 모두 회사로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공언해서 큰 이슈가 되었다.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가 전문가의 놀이터였는지 어린이의 놀이터였는지를 분별할 수 있게 만든 경고였다.

모든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회사가 어린이 놀이터 수준으로 운영되던 회사의 구성원은 사무실로 출근할 때 얻는 좋은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도 재택근무를 찬성할 것이다. 회사가 전문가의 놀이터로 운영되었던 회사에서는 재택근무인지 사무실 근무인지는 큰 변수가 될 수 없다. 아마도 회사에 나와서 동료들과 신나게 일하며 전문적으로 노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화이트 컬러 직종에 한정된 이야기이고 제조업 공장으로 출근하거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거나, 협력업체에서 파견근무하거나, 프리랜서, 기그 노동자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이런 논란이 적용되는 사람은 근로자의 10분의 3정도이다. 이런 논란에 마음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혜택 받은 소수라는 의미다.

사무실에 관한 미래는 사실 더 암울하다. 생성AI나 로봇 등이 결합된 기술 발전이 사무실의 개념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이 공통된 예측이다. 사실 요즈음에는 비즈니스 어낼리틱스가 발전해서 우리가 알던 전통적 화이트 칼라 직종의 대부분이 화이크 클래스 잉여노동자로 전환되는 형국이다. 이런 경향에 따라 화이트 컬러 일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사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사람은 역설적으로 사장 혼자일 것이다.

미래의 견지에서 재택근무인지 사무실 출근인지는 본질이 아니다.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는 것이 산업화 초기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화이트 컬러 직종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 남은 화이트 컬러가 되는 엄청난 자부심의 근원이 될 것이다.

생성형 AI와 로봇기술이 접목되는 알고리즘이 만들어지는 시점에는 사실 사무실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만들어지고 이에 걸 맞는 예술 뮤지엄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될 것이다. 미래의 사무실은 로봇이나 AI 알고리즘을 넘어서 정신과 생각을 단련하고 육성하는 뮤즈들의 뮤지엄으로 변화할 것이다.

사무실에 대한 오랜 연구가인 프롭스트는 이렇게 예언한다. 미래의 사무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추상을 만들고 교환하는 정신 지향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런 사무실에 출근하는 사람은 인간이 가진 고통과 고뇌를 해결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존재우위를 확보한 사람들이다.

지금 일고 있는 재택근무에 대한 논란은 사실 사무실의 개념과 역할과 기능에 대해 본질을 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식 논란들이다. 재택근무를 하느냐 못하느냐라는 시간과 공간 분쟁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회사가 전문가의 놀이터인지 어린이들의 놀이터인지가 문제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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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우리나라 대기업 중 어린이 놀이터를 전문가의 놀이터로 착각해가며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회사는 카카오다. 실종된 사명의 자리에 재무적 KPI를 세워놓고 돈놓고 돈먹기 식 사업확장에 나서서 쪼개기 상장, 독과점, 공정거래 위반, 분식과 시세조종을 일삼았다. 돈이 생기자 사명의 부재를 감추기 위해 엄청난 복지와 임금인상 폭탄을 퍼부어 대기업발 임금인플이션의 주범이 되었다.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영어이름 부르기 등을 도입했하고 각종 문화운동을 시도했으나 이 모든 것이 회사를 급속도로 어린이 놀이터로 디커플링 시켰다. MS의 나델라 같은 구원투수가 나서지 않는다면 사명이 실종된 밑빠진 독에 물붓기의 저주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