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약자다. 원래는 기업의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있어서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고려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쉽게도 지구와 인류를 구한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시작한 ESG가 많은 것을 뜻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말 잔치에 사용되는 일상 용어로 전락하고 있다.
ESG가
처음 제안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꿈에 부풀었었다. 기업들의 진솔한 것처럼 보이는 자기 반성 때문이다. 기업들이 이윤을 드라이버로 걸고 무자비하게 사업을 해오면서 자연, 사회, 기업구성원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다. 원료를 무작위로 채취하는 과정에서 지구 환경에 상처를 입혔고, 기업의 사회적 환경을 구성하는 고객, 협력업체, 경쟁사, 공동체에 상처를, 월급을 준다는 명목으로 종업원을 물건처럼 부리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혔다. ESG는 이런 상처 준 행위에 대해서 기업들이 스스로 쓴 반성문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기업이 ESG 반성문의 약속을 지킨다면 지구에 대해 지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협력하며 사는 운명 공동체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가 다시 복원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다.
지구가 탄소 배출 때문에 생긴 온난화로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 2015년 파리 협약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은 탄소 순배출량 0을 목표로 하는 ESG 약속을 세웠다. 이런 유엔의 선언에 죄책감을 느끼던 투자 회사와 투자 회사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을 유지할 수도 있고 빼앗길 수도 있는 회사들이 대거 통참해가며 각종 ESG 선언문의 붓물을 터트렸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환경을 구성하는 고객, 협력업체, 경쟁사,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차별적 약속을 쏟아냈다. 경영자는 종업원에 대한 차별적 대우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속가능한 지구을 위한 기업의 반성문이자 서약이었던 ESG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실망스럽게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보다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ESG를 통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Washing에 몰입하고 있다. 기업은 쓰나미로 몰려온 ESG에 몰입하지 않는 모습을 들키면 비즈니스의 정당성이 박탈 당할 위험 때문에 보이고 측정 가능한 영역에서 열심히 하는 척하는 연기에 몰두했다. CEO 리스크를 가진 회사의 연기는 극에 달했다. CEO의 비윤리성을 세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기업도 늘었다. 약삭 빠른 기업들은 자신의 소금, 설탕 범벅의 제품과 서비스를 Green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그린 마케팅에 혈안이 되었다. 마케팅 회사만 대목을 만난 셈이다. 이들의 Green Washing이 표준이 되어 이제는 시장에서 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종업원을 의사결정의 주인으로 내세워 지배구조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은 선문답이 되었다.
ESG가 Washing으로 흐르자 역시 제일 먼저 반응하는 것은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것처럼 행동했던 투자자와 투자회사들이다. 최근들어 ESG 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다. 주가를 부양해야 자신의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경영자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ESG 총대를 매야 할 경영진이 약속한 ESG를 위해 나서야 하지만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영진의 고충은 종업원에게 무언의 압력으로 전해졌다. 역시 투자자과 이들을 위해 나서던 경영자를 믿었든 우리가 순진했다.
왜 ESG가 많은 것을 뜻하지만 아무 것도 뜻하지 않는 말잔치의 대명사로 전락하고 있을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목적과 수단의 천치 때문이다. ESG를 열심히 해서 착한 기업의 흉내를 낸다고 하루 아침에 착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기업들에게 ESG가 가르친 교훈은 경쟁사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데 자기만 순자하게 착한 기업이 되면 먼저 망한다는 것을 배운다. ESG는 기업이 세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하는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수단을 목적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목적이 없던 기업이 ESG를 한다고 갑자기 목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존재목적이 분명했던 기업들은 ESG라는 말이 생성되기도 전에 자신들이 기업으로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의 ESG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서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들은 목적이 없이 착함만 내세울 때는 남에게 이용만 당하지만 기업이 존재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ESG를 사용할 때 착함을 넘어서 선함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잘 안다. 목적이 부재한 기업이 ESG가 목적을 대체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을 가질 때 ESG는 반드시 Washing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과 같이 ESG가 많은 것을 약속하지만 아무 것도 실현하지 못할 때 ESG는 결국 폐기처분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혁신적 패러다임으로 어렵게 제안된 ESG가 제발 심패소생의 단계에 이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SG 운동은 지금처럼 기업이나 투자자 경영자에게 믿고 맡길 때 반드시 파행으로 이어진다. 이해관심이 뻔히 보이는 이들을 넘어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인류 공동체의 운명에 관심이 있는 모두가 이 운명에 대한 지분이 있는 사람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헌신(Social Commitments)만이 파행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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