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지평을 확대하고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밖을 향한 조망과 안을 향한 깊이라는 양편 모두에 있어서 경계의 성장을 의미한다(켄 윌버, 무경계 p. 43)"
본인은 캔 윌버의 생각을 채용해 진성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안으로 "깊이 뛰기와 밖으로 멀리 뛰기"하는 근력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인쉬타인의 양자 물리학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해온 데이비드 봄 류의 현대 물리학은 양자의 실체에 대한 다른 가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양자란 아인쉬타인이 가정하듯 특정한 입자를 가진 것이 아니고 그냥 에너지 덩어리일 뿐이고 이 에너지 덩어리들이 흐름과 흐름이 만들어낸 장(field)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이들은 아인쉬타인의 양자물리학은 에너지 측정을 위해서 양자가 단위를 가진 실체인 것처럼 가정했고 오랫동안 이 가정을 따르다 보니 마치 가정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양자의 실체를 가정하면 경계를 넘나드는데 장애가 있어야 하지만 실험을 해보면 양자 에너지는 파동이 되어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신을 변형해 벽을 통과하는 행동도 한다고 보고한다. 이런 봄류의 초양자역학이 캔 윌버의 무경계 이론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물리학을 넘어서 메타 물리학의 이야기이고 몸을 가진 인간은 생물학의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현실적으로 경계를 유지하지 않고는 질서를 조직해낼 수 없다. 신이 아닌 인간은 경계 없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문제는 경계에 고착되어 살 경우 경계의 감옥에 갇혀 성장과 번성을 체험하지 못한다. 결국 몸을 가지고 살고 있는 유기체인 인간, 조직, 국가, 사회의 성장과 번성을 관장하는 것은 유의미한 질서를 조직할 수 있도록 경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지의 문제다. 유의미한 경계를 유지할 때만 경계는 삶에 필요한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 내고 경계 밖의 세상은 경계 안으로 삶을 조직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메타 물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무경계는 경계에 갇혀 사는 유기체들에게는 아직 상징적 메타포일 뿐이다. 단 리더라면 자신이 경계에 갇혀 지내고 있다는 것을 각성하고 경계를 유연화하고 확장하는 탈경계(De-boundarization)의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현재의 고착된 경계를 해체하고 시대에 맞게 확장된 경계를 그리는 책무와 경계 안에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 세상과 울림 있는 소통을 주도하는 책무를 가진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면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제대로 된 지도를 그려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또 다른 책무다.
유기체로 살다 보면 몸의 살갗이 만든 경계처럼 눈에 보이는 경계로 경계를 한정 지어서 규정하게 되고 결국은 보이는 경계에 갇혀 지내는 우를 범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동물은 눈에 보이는 경계 만을 영역으로 정하지만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도 경계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었다.
빙산을 보면 보이는 부분의 경계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부분의 경계도 있다. 보이는 부분의 경계 만을 보고 빙산의 실체를 파악하려 시도한다면 빙산의 실체를 놓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확인하는 경계도 있지만 내면의 경계도 있다. 리더라면 눈으로 보이는 경험적 경계를 확장하기 밖으로 멀리 뛰기하여 다양성의 관점을 확장할 필요도 있지만 안으로 깊이 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깊이를 유지해야 한다. 진성리더란 외연과 내연을 같이 관리 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다.
최근에 C Level급의 리더십 훈련이 외연의 확장과 관련된 경험과 지식을 넘어 Self Awareness를 강조하는 이유도 내면의 경계와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외면의 성장을 위한 경계 확장 만을 위해 고군분투할 때 결국은 세상과 충돌해 무너지는 현상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면의 깊이 뛰기를 통해 내면의 경계를 만들어내지 못한 사람들이 외면의 경계 확장에 모든 것을 거는 과정에서 금융위기와 지금과 같은 L자 불경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이야기 할 때 통찰력이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통찰에는 안으로 깊이 뛰기를 해서 찾아낸 내적통찰 Insight도 있고 밖으로 멀리 뛰기를 통해 찾아낸 외적통찰 Outsight도 있다. 외적통찰은 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적절한 경계를 확인하고 자신이 활동할 수 있는 변화와 기회의 땅을 만들어가는 통찰이다. 내적통찰은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는 자아가 지나친 변화의 원심력에 휘말려 길을 잃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구심력의 근력이다.
Outsight는 밖의 기회와 변화를 볼 수 있는 시야이고, Insight는 안에 있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각이다. 외적통찰이 밖으로 멀리 뛰기 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준다면, 내적통찰은 안으로 깊이 뛰기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준다. 진성리더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outsight만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insight와 outsight를 관장하는 균형된 시각에 대한 책무를 가진다.
초연결 디지털 세상은 초뷰카로 변화하는 세상이다. 경계는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에 자신만의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경계를 확보한 리더는 이런 외적 물리적 세상과 공진하는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 확보된 경계 안에 물리적 세상과 공감하는 제대로 된 지도(주관적 세상)가 없다면 새로운 세상에서 변화의 속도에 휘말려 멀미에 시달리고 결국 멀리 속에서 길을 잃는다.
초뷰카 세상은 길 잃음이 상수가 된 세상이다. 문제는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이 길 잃은 지점이 어느 지점인지 좌표를 찍어줄 수 있는 나침반이 없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으로 깊이 뛰기를 통해 insight를 마련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성찰의 나침반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침반으로 자신의 좌표를 다시 찍어낼 수 있는 사람들만 이 지점을 중심으로 다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지도를 그려낸다. 삶이 애자일하다는 것은 이런 나침반이 있어서 길을 잃어도 언제던지 다시 지도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향유하는 근원적 자신감의 원천은 길을 잃어도 언제든지 다시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힘에 있다.
초뷰카 세상을 사는 모두에게 길 잃음은 실존이다. 리더는 이 길 잃고 표류하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시각각으로 경계를 세롭게 정의하고 이 정의에 맞춰 조정하고 그 경계 안에 의미 있는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 리더는 초뷰카 세상에 길을 잃었을 때마다 자신의 내적통찰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나침반을 꺼내 자신이 길 잃은 지점을 확인하고 이 지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계와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서 구성원에게 세상과 울림이 있는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야 한다. 안으로 깊이 뛰기할 수 있는 내적성찰의 근력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변화하는 세상에 극성이 있는 나침반으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이런 세상을 플랫폼으로 삼아서 사는 인간들이 해결해야 할 고통에 대한 철학이 없는 리더를 리더로 세우면 온 조직, 온 사회, 온 국가가 혼돈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된다. 안으로 깊이 뛰기하지 못하고 외적으로 멀리 뛰기에 익숙한 리더를 리더로 세우면 이들은 동물처럼 보이는 것의 경계를 확장하고 경계 밖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적으로 규정하고 자신 편과 남의 편을 나누고 제압하는 일을 경계관리라고 착각한다. 이들이 인간의 세상을 동물의 세계로 만드는 주범이다.
조회 : 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