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고 있는 Ari Wallach가 저술한 베스트 셀러 <장기적 마인트 셋: 미래가 칭송하는 조상이 되는 법 Longpath: Becoming The Great Ancestors Our Future Needs>에서 주장되고 있는 내용이 그간 본인이 <초뷰카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 <진성리더십> 등에서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추창해왔던 미래를 위한 변화를 만드는 시간관리 전략과 120% 신크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월라스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문제는 과거를 대표하는 기성세대, 현재 세대를 대표하는 세대, 미래를 대표하는 MZ세대가 서로에 대한 긍휼감을 가지고 세대 갈등에서 벗어나 협업할 수 있을 때 제대로 풀릴 수 있고 이런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에서 체험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 관점을 회복할 수 있을 때라고 주장한다. 체험된 시간인 카이로스는 기회의 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장기적 마인드와 단기적 마인드가 협업하지 못하고 충돌할 때 세대 간 전쟁이 벌어지고 결국 세대 간 제로섬 경쟁이 지속 가능한 성과를 무너트린다고 진단한다.

체험한 시간을 이해하는 장기적 마인트 셋과 모든 것을 물리적 시간으로 측정하는 단기적 마인드 셋이 충돌하는 순간은 사람들이 경험하듯이 고속도로에서 숙련된 운전자가 초보운전자를 따라서 운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초보운전자를 따라가다 보면 초보운전자는 자신의 앞에서 달리는 차만보고 운전하기 때문에 전후좌우의 공간을 보지 못하고 오직 앞차와의 공간만을 보고 운전한다.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시도때도 없이 밟는다. 앞서서 달리는 차의 운명이 초보운전자의 운전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불운하게도 초보운전자의 앞 뒤 옆차도 초보운전자이면 당연히 사고가 나고 이들이 사고를 내면 반드시 큰 추돌 사고로 이어진다.

숙련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과도하게 밟고 달리는 운전자를 발견하면 이 운전자의 앞차 앞에 공간이 있는지, 자신의 좌우로 공간이 있는지, 뒤에서 차가 따라오고 있는지의 공간을 파악하고 넓은 공간을 이용해서 초보 운전자를 피해서 추월할 것이다. 숙련된 운전자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가며 자신이 현재가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인지를 잘 안다.

대한민국은 시간 개념이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에 의해서 장악된 나라다. 이런 초단기적 시간 개념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주로 기업이다. 대한민국의 회사들은 대한민국을 지금의 상태로 만든 공로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에 초단기적 시간개념을 정착시켰다.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선진 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야근이었다. 야근해서라도 아침에 성과를 맞추면 같은 성공을 구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게 물리적 시간은 금이었다. 한정된 물리적 시간을 어떰게 효율적으로 쓰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성공을 위해 단기적 성과를 맞춰야 했기 때문에 빨리 빨리가 입에 붙었다.

90년대 시간 관리를 통해 성공의 기적을 일궈낸 전설적 회사가 있다. 초관리 운동으로 유명한 삼원정공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종업원의 임금을 초단위로 환산해서 관리했다. 심지어 삼성도 이 회사를 벤치마킹해서 물리적 시간관리를 혁신의 한 방식으로 채용했다.

체험된 시간을 이해하지 못한 물리적 시간관리는 성과를 내도 누가 시간을 절약해가며 초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로 성공을 측정했다. 기술적 수준이 전무하던 시절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물리적 시간관리 경영은 대한민국을 초단기성과주의와 빨리 빨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는 초단기주의의 폐해는 심각하게 대한민국을 오염시켰다.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게임이나 마약처럼 즉각적인 초단기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행동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초단기 보상에 의해서 도파민 중독증에 빠지면 반드시 해야 할 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는 습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순간에 같은 결과를 완성할 수 있어야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습성 때문이다.

이런 미룸(procrastination) 현상은 직장에서도 심각한 폐해를 만들었다. 회사에 출근하면 오전에는 일하지 않고 지내다가 퇴근할 때쯤 되면 폭풍처럼 몰아서 일하는 성향을 만들어냈다. 일을 못 마치면 야근을 통해서 마치는 것이 도파민에 중독된 뇌를 만족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선행학습 열풍을 일으켰다. 학교에서도 초단기적으로 먼저 성과를 내면 더 큰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부모와 학생들에게 도파민 중독을 만들어냈다. 초중고에서 이런 도파민 중독에 빠진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대학에 들어오면 과제를 내도 마지막 제출 일이 될 때가지 과제를 미룬다. 그 사이의 기간에는 다른 도파민을 제공해주는 게임이나 SNS에 빠져 지내다가 마지막 날에 벼락치기로 제출하는 습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제출된 과제가 제대로 된 과제로 변신할 방법은 없다.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 공부도 이런 단기적 성과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만들어낸 도파민 중독 때문에 생긴 것이다.

살만한 나라가 된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물리적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니라 채워져 체험된 시간인 카이로스의 개념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60살까지 살았어도 체험된 시간이 없었다면 실제 체험된 나이는 0살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젊다는 것은 물리적 시간의 나이에서 체험한 시간의 나이를 뺀 것이다. 물리적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이런 체험된 시간의 나이가 제로라면 나이만 먹은 것이다. 물리적 시간개념에 익숙한 대한민국은 이런 나이만 먹은 사람들을 퇴출되어야 할 대상 1 순위로 지정한다. 지금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잘못된 세대교체에 대한 발상이다.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 이런 물리적 시간에 의한 세대교체는 재앙을 선사할 뿐이다.

체험된 시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에서 워라벨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체험된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혁신은 물 건너간 것이다.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생각도 이런 체험된 시간을 통해 혁신이 만들어지고 결국 5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4일 만에 할 수 있는 생산성이 만들어져야 가능한 문제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것은 이런 시간에 대한 혁신과 체험된 시간을 기반으로 한 세대 간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기업의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아직도 물리적 시간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증거다.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이 초단기적 성과주의가 산출한 도파민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다.

빨리 빨리는 대한민국의 주홍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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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나이 = 물리적으로 측정한 나이 - 체험한 시간 나이

어른이란 물리적 나이가 많아도 체험한 나이도 많아서 청년과 같은 나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마을에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그만큼 체험된 나이도 많아서 나이 많은 분들이 어른이었지만 물리적 시간으로 시간 측정이 전환되는 산업화 과정에서 나이가 많은 분들과 어른인 분들이 같은 범주가 아닌 세상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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