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 안팎임에도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국회기획예산처는 '2023 대한민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 전 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110.2 (2015년=100)로 2021년 (107) 대비 2.22%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PPP적용)으로 OECD 38개국 평균(64.7달러)의 ¾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시간 당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국가는 그리스와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에 불과했다.

노동생산성이란 한해에 생산된 총부가가치를 투입된 노동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경제가 침체되어 부가가치 생산이 감소하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또한 정해진 가치를 산출하는데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노동생산성은 감소한다.

대한민국에 왜 오랫동안 노동생산성 최하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노동생산성의 분모인 노동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대한민국 기업들에 넘쳐나는 유사 일(pseudo work)을 걷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힘들게 돌아가는 조직을 진단해보면 이런 조직은 본질을 구성하기 위한 진짜 일이 아니라 이 일의 꾸밈에 해당하는 유사 일이 넘쳐 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하는 진짜 일은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직접 관련된 일이다. 하지만 회사 일을 분석해보면 고객에게 가치를 창출해준다는 명분으로 각 부서에서 붙여 놓은 유사 일이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가치를 창출해주는 진짜 일보다 더 많다. 고객이 아니라 힘 있는 상사를 위해 진행하는 조직정치와 관련한 일은 대표적으로 유사일이다. 회사의 소통이 잘 안되어 문제가 생기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팅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면 유사일이 주인이 되었고 진짜 일이 손님이 된 형국이다.

고객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 가치에 비해 투입된 노동력 시간이 너무 커져서 흑자 도산의 상태를 면치 못한다. 유사 일이 넘치는 조직은 조직을 비만 상태에 시달린다. 일이 유사일을 넘어서 가짜일로 전환되면 회사는 이 가짜일을 한 대가를 고객에게 전가하여 서비스나 제품의 가격을 올려 받는다. 똑 같은 가치에 대해 가격만 올라가면 소비가 감소되어 결국 노동생산성의 분자가 감소한다. 결국 유사일을 넘어서 가짜 일이 생산원가에 반영되면 노동생산성에 직격탄을 맞는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의 Robert Kegan과 Lisa Lahey는 회사의 일 중 진짜 일은 30%, 유사일은 60%, 가짜일은 10% 정도로 추산한다. 예를 들어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일과 리더를 육성하는 일을 두 가지 일이라고 생각하면 리더를 육성하는 일은 대부분 유사일로 전락한다. 유사일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유사일로 규정되는 순간 구성원도 우선순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몰입해서 하지 않는다. 몰입해서 일하지 않으면 이 유사일의 상당 부분은 가짜일로 전락한다. 조직에서 변화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일하는 것과 변화혁신을 두 가지 과제라고 생각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변화혁신의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나 업무성과에 쪼달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밥그릇이 걸려 있는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혁신 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처음부터 유사일이었었음에도 밀리면 가짜일로 전락한다.

본인의 저서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에서는 전문가들의 놀이터 디자인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첫 번째가 임베딩(Embedding)이다. 일처리가 미숙한 회사는 전문성을 핑계로 진짜일과 유사일이 이원화 되어 있다. 반대로 노동생산성이 높은 회사들은 진짜 일 속에 유사일을 내재화 Embedding시켜 한 가지 일로 처리한다. 임베딩을 못한다면 유사일도 다 가짜일로 전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더를 가장 잘 길러내는 방식은 진짜 일을 통해서이다. 리더를 육성하는 것과 일 하는 것은 두 가지 과제가 아니다. 변화와 혁신을 실제로 해내는 것도 이것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일 속에 내재화 시켜서 성과를 내는 한 실험방법으로 택할 때다. 모든 것들이 진짜 일을 중심으로 통합되지 않으면 조직에는 가외 시간을 쏟아야 하는 유사 일들이 넘치기 시작한다. 이 유사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이 승진하기 시작하면 이렇게 승진한 사람들은 더 많은 유사일을 만들어내고 이 유사일의 대부분의 가짜일로 전락한다.

둘째는 조직이 생산하는 가치를 기업 전체의 수준에서 최적화 시키고 조직하는 최종 변수인 회사의 비전과 사명이 불분명해서 일이 분업을 벗어나서 협업으로 진행되지 못한다.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인 사명과 목적이 작동하지 못하면 조직에는 다양한 토굴이 생기고 이 토굴 속에서 유사일을 진짜 일처럼 프레이밍하는 조직정치가 작동된다. 조직정치가들이 득세하면 서로 돕는다는 협동을 명분으로 모든 일이 조직의 목적과 분절되어 전체 최적화를 방해한다. 고객에 대해 약속한 가치의 생산과는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쏟는 비만에 시달린다. 요즈음 시대에서 요구되는 애자일 조직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이런 비만 조직은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되면 그나마 기저질환으로 먼저 쓰러진다.

조직이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중심으로 일들이 정렬되지 못해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협업하지 못하면 조직정치가들이 하는 가짜일이 넘친다. 조직정치는 회사의 사명과 비전을 죽이는 암세포다.

마지막은 전문경영인들의 배임행위다. 경영을 단기적 성과와 재무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영자들은 조직이 고객에게 가치로 약속한 사명과 비전에 대한 믿음을 일에 반영하지 못한다. 목적과 비전이 사라져 협업이 동원되지 못하고 조직정치가 가동되면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문화는 후진적 문화로 후퇴한다. 경쟁사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회사는 이들을 잡기 위해서 생산성과 상관없이 임금을 올린다. 이직하는 사람들은 이직하는 이유로 복잡하게 다른 회사도 비슷한 수준인 문화를 거론하기 보다는 경쟁사보다 임금이 적다는 것을 표면적 이유로 제시한다. 하지만 임금은 그냥 표면적 이유이고 이들이 이직하는 이유는 비생산적 문화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해도 자신의 전문성이 신장되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는다. 신이 나지 않으니 회사에는 몸만 가져와서 요구한 근로시간만을 때운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노동생산성과 상관없이 이직 인력을 잡아두기 위해 임금이 늘린다. 생산성과 상관없이 경영 잘못을 무마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경영자들의 배임행위다. 문화를 개선해서 풀어야 할 문제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을 핑게로 돈으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수도꼭지에서 제안하고 있는 전문가의 놀이터는 조직의 존재목적과 사명이 분명해서 모든 일들이 약속한 가치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짜 일을 제외한 유사일과 가짜일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또한 존재목적과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협업체제가 가동되기 때문에 일처리에 대한 관리비용이 최소화된다. 목적과 사명에 의해 임파워먼트 된 사람들이 정신, 몸, 마음을 온전하게 가져와 일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이 정한 가치를 실현하는데 협업으로 공헌하는 사람들이 전문적 기여분이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되어 조직 정치가 끼어 들어올 틈이 없다.

사명과 비전을 복원해서 협업으로 일하는 전문가의 놀이터가 도입되지 못한다면 기업이 노동생산성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노동생산성이 해결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주 4일 근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