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리더의 그릇 크기만큼 성장하는 것을 설명해주는 이론이 바로 피터의 원리(The Peter Principle)다.

피터 원리는 1969년 피터(Laurance J. Peter)가 주창한 이론이다. 피터는 구성원들은 직책과 승진중심의 위계제 조직에서 자신이 무능을 증명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 (In a hierarchy, every employee tends to rise to his level of incompetence.). 위계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업적을 보고 승진시키는 시스템이다. 승진된 직책에서 더 오르지 못하고 머물고 있다면 이 사람은 결국 능력에 넘치는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무능한 리더에 의해 위계적 조직이 장악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능력이 떨어지는 리더에 의해 장악된 조직은 무능한 사람에 위해서 가득 채워져 비효율성이 극대화 된다. 피터의 원리는 정부 조직, 회사, 노동조합, 군대, 종교재단, 교육기관에 어떤 조직이든 직책과 승진에 의해서 가동되는 위계조직이라면 보편적인 문제이다.

피터원리가 지적하는 비효율적 결과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 유리천정(Glass Ceiling) 이론이다. 승진한 직책에서 무능함을 느낀 직책자들은 자신의 무능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의 성과 기대 수준을 자신의 키에 맞춰 하향 평준화시킨다.

결국 부하들에게도 자신의 눈 높이에 맞춰 역할을 수행하도록 기대하고 이 기대를 암암리에 강요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결국 부하들도 자신의 승진에 대한 생사여탈을 쥔 상사의 기대에 따라 이들의 눈높이 만큼만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능력이 있는 부하들도 거꾸로 놓인 유리잔에 갇힌 벼룩신세가 된다. 유리천정은 무능한 상사가 부하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자신의 기대 수준을 상징한다. 벼룩은 유리잔의 높이보다 더 높이 뛸 수 있지만 유리잔의 천정에 막혀 여기 만큼만 뛰는 것에 적응한다. 나중에 유리잔에서 해방되어도 이 벼룩은 숙련된 무능 때문에 원래 자신의 능력을 복원해 높이 뛰기를 하지 못한다.

유리천장 효과는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책으로 움직이는 조직에 능력보다 넘치는 자리를 차지한 무능한 상사가 있다면 보편적으로 만들어지는 원리다. 심지어 가족의 가장이 가족을 편하게 통제하기 위해 자식에 대해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가족구성원 전체가 유리천창에 갇혀 사는 것이다.

한 조직의 총수가 무능하다면 유리천장 효과는 파괴적이다. 능력이 되는 모든 직원들을 자신의 눈높이라는 유리잔을 세워 놓아 높이 뛰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의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임원이라는 직책에 걸맞지 않는 수행능력의 무능을 보이고 있다. 종종 임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임원들은 총수가 만들어낸 것이다. 총수의 사회적 책무는 자신의 유리잔을 제거하고 대신 구성원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기량을 연마할 수 있도록 풀어 주는 일이다.

이런 피터의 원리는 현 정부에서 장관 임명자와 후보자들에게 적나라하게 재현되고 있다. 철저한 상명하복 위계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검찰조직이 국가의 거버넌스를 장악해 검찰공화국이 만들어지자 이런 위계제의 무능이 전 국가 시스템으로 번졌다. 도대체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장관 후보에 추천될 수 있는지 조차도 의문스럽다. 전 국가가 무능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