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류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두 개의 상징적 불이 존재한다. 하나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보여준 떨기나무에 발발했지만 떨기나무를 태우지 않고 비춰주는 불이고 다른 하나는 프로메데우스가 인간에게 훔쳐다 준 자신을 태우는 불이다. 떨기나무의 불은 어둠 속에 감춰진 진리를 밝히는 불이고 프로메데우스의 불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이 두 횃불의 협업으로 인간은 지금의 인류를 공진화시켰다.

떨기나무 불은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장인 이드로의 양들을 돌보다 찾아낸 불이다. 모세는 길 잃은 양을 찾으러 가던 중 불 붙은 떨기나무를 보았다. 붉고 거대한 불길이 일렁이는데도 떨기나무가 타지 않는 현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그에게 나타나시니라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가로되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하는 동시에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가라사대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출 3:2~4)

모세는 떨기나무를 태우지 않는 불이 어둠 속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떨기나무 불은 애굽땅에 끌려와서 노예생활의 타성에 젖어 사는 이스라엘 민족을 어두운 감옥에서 이끌어내 밝은 세상을 보여주는 진리의 빛을 상징한다. 진리의 빛이 존재하는 이유는 어둠을 밝히기 위함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는 불은 가까이 다가가면 몸도 태우지만 진리의 빛은 가까이 가면 갈수록 더 진실에 경악한다.

모세는 하나님이 떨기나무에 보여준 진실의 빛을 전수 받아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어둠의 감옥에서 끌어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끈다.

프로메데우스가 신으로부터 훔쳐서 인간에게 선물한 불은 하나님이 모세에게 보여준 불과는 대조적인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불이다.

인간은 낮에는 사냥을 하고 밤이 되면 프로메데우스가 훔쳐다 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온기를 유지해가며 사냥하다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고 내일은 어떻게 더 나은 사냥과 채집을 할 것인지에 대한 혁신적 전략을 논의했다. 프로메데우스가 훔쳐온 에너지 불을 지키고 공진화 시켜 사람들은 온기를 누리고 공동체를 구성해서 자연과 맞서서 지금의 우리가 향유하는 기술적 진보를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을 태우지 않고 어둠을 밝히는 진리의 불이든 자신을 태워가며 에너지를 만드는 불이든 모든 불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정렬의 힘이다.

태우는 불을 구성하는 양자는 그냥 에너지 덩어리다. 이 에너지 덩어리가 경계나 특정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지금 양자역학과 초양자역학 사이에 초미의 논쟁거리다. 이 에너지 덩어리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으로 흐름을 타고 이동한다. 어떤 경우는 불가능한 장애를 뚫고 이동한다. 장애를 뚫고 이동할 때는 무작위적으로 흩어져 있던 에너지 덩어리들이 특정한 방향으로 정렬을 할 때다.

양자 입자들이 특정한 형태로 결합해서 정렬되기 시작하면 특정한 형태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레이저 빔도 양자들이 한 방향으로 모아서 정렬된 것이다. 양자들이 그냥 무작위적으로 흩어지면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하지만 한 방향으로 정렬되면 어떤 것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레이저 빔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기술적 혁신은 레이저 빔을 만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정렬시킨 레이저 빔이 없다면 지금 세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프로메데우스가 가져다 준 불의 입자를 정렬시켜 전기를 만들어 세상을 물리적으로 밝혔고, 이 전기를 이용해서 컴퓨터 침을 만들어서 인지적 암흑세계를 밝히는 정보혁명의 불을 만들었다. 이 불은 다시 온라인 세계의 디지털이라는 불로 진화했다. AI도 불의 입자를 정렬시켜 만든 것이다. 지금은 AI기술과 양자융합로 기술을 이용해 제 2의 태양을 만드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술적 혁명은 무작위적으로 흩어져 있는 에너지 입자를 모아 특정한 방향과 형태로 정렬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보여준 진리의 불은 암흑과 어둠을 밝혀 우리를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빛을 만드는 불이다. 이 진리의 불은 에너지의 불처럼 우리를 태우지는 않지만 에너지의 정렬을 통해 만들어낸 기술의 불처럼 마찬가지로 정렬을 통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진리는 우리가 약속한 미래의 존재목적을 실제로 자신의 몸을 통해서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구현된다. 진리는 존재목적을 향해서 자신의 흩어진 삶을 정렬할 때 나타난다. 개인의 번성을 넘어 지금 인류가 누리는 번성은 사람들이 개인의 목적을 넘어서 사회를 더 건강하고, 더 따뜻하고,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공동 목적을 향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쏘아 올린 정렬된 빛을 상징하는 협업의 힘이 발현된 것이다. 사람들이 이 진실이 비추는 빛의 협업 행렬에 동참해 어둠을 걷어낼 때 사회적 암벽조차 뚫는 변화를 경험한다. 공동의 목적을 향한 협업을 위해 같은 장소에 모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업과 삶을 통해서 같은 공동의 목적을 향해 빛을 정렬시키면 어둠이 걷어지고 진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은 태우는 불이 만들어낸 효율성의 에너지를 통해 기술적 진보를 성취했고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보여준 진실의 빛을 통해 인간이 기술적 진보를 넘어서서 인간으로서의 존재이유를 구현할 수 있는 문화을 만들어냈다. 결국 우리가 지금과 같은 삶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를 태워서 만드는 불을 정렬시켜 만든 기술적 진보라는 날줄에 어둠을 밝히는 진실을 구현하는 빛을 정렬시켜 만든 씨줄을 제대로 직조해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날줄과 문화라는 씨줄의 직조에 성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번성을 누릴 수 있었다.

인류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공진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다. 태우는 불의 에너지를 정렬시켜 만든 기술적 진보의 날줄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 이것을 이용해 인간존재의 진실을 구현하는 씨줄도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둘이 더 높은 곳에서 제대로 직조되어 새로운 운동장이 만들어져야 모두가 염원하는 번성을 구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동의 대부분은 기술적 진보의 날줄에 맞는 진실의 씨줄이 공진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돈과 무질서는 효율성과 경쟁우위의 함정에 빠져 존재우위라는 씨줄을 잃어버린 문제다.

초뷰카 세상에서 지속가능성을 누린다는 것은 기술적 진보를 이끌 수 있는 초격차가 아닌 기술적 진보를 통해 인간의 존재우위 구현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씨줄의 문제이다.

프로메데우스 불의 위력에 취해 우리는 목적을 정렬시켜 만들어낸 진실을 밝히는 떨기나무 불이 꺼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종교가 더 이상 이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해가며 넋 놓고 울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프로메데우스 불의 수준에 걸 맞는 떨기나무의 불을 다시 살려내 인간으로서의 존재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초뷰카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부과된 가장 중요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