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all Collins가 <Built to Last>에서 기업(company)을 운영하는 기업가나 벤처 사업가들에게 제안했던 상상적 실험이 있다. 이 상상적 실험에서는 조만간 지구가 멸망에 가까워졌다고 가정한다. 다행히 지구를 탈출해서 화성까지 가는 우주선에 비행사인 자신을 빼고 다섯 자리가 남았다. 실험은 이 다섯 자리에 누구를 초대할 것인가? 이다. 우주선의 미션은 화성에 가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한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내고 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멸망한 지구에 다시 돌아와서 성공해낸 공동체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번성하는 지구를 다시 건설해내는 일이다. 우리가 우주선의 파일럿이고 남은 다섯 자리를 위해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다면 이 여정에 누구를 동행으로 초대할 것인가?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사람들이 초대되어야 하는가?

시뮬레이션은 주로 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나 CEO를 위한 것이지만 우리 일반 사람들도 쉽게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따지고 보면 기업가들과 다르지 않다. 인간은 그냥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넘어서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죽는 날까지 자신의 삶을 제대로 경영해서 기업(Inheritance)를 남긴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번성을 누릴 수 있었다.

인간 개인에게 기업(Inheritance)이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세상을 다녀갔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깨끗해지게 만드는 약속에서 시작된다.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시점에 이 약속이 지켜졌는지를 정산한 것이 기업(Inheritance)다. 누군가가 이런 기업을 유산으로 남기면 후세는 이 유산을 날줄로 자신 삶의 씨줄에 걸어서 다시 부활시킨다. 인류의 역사는 이런 부활과 부활을 통해 씨줄과 날줄이 만들어진 태피스트리다.

우리를 지금부터 약속을 정산하는 죽음의 시점까지 여정을 진행하는 승합차의 운전수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에 다섯 자리가 비어 있다면 누구를 이 빈자리의 동행으로 초대할 것인가는 콜린스가 제기했던 상상적 실험과 같은 실험이다. 이들을 초대하기 위해 제시해야 할 공동의 사명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요즈음에 한 유명인이 사용해서 회자가 되고 있는 단어가 동료시민이란 말이다. 동료(Fellow)는 친구와 달리 미래에 지향하는 공유된 가치가 있어서 이것을 실현하는 협업을 위해 한 배에 탄 크루들을 지칭한다. "같이" 지향하는 "가치"가 없다면 Friendship을 만들 수 있어도 Fellowship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Fellowship은 공동의 가치와 존재목적이 사명으로 설정되어 이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협업할 때에 발현된다. 혈연 지연 학연 카르텔이 아니라 공유된 가치인 사명을 모든 분쟁에서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이를 위해 협업으로 제심합력할 수 있을 때에만 Fellowship이 작동된다. 혈연, 지연, 학연, 남성, 여성, 세대, 지역과 같은 유전자 복권을 정치공학적으로 엮는 방식으로는 견고한 카르텔 집단을 만들 수 있어도 절대적으로 Fellowship을 산출해내지 못한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 학회에서는 이런 Fellowship을 공유해가며 존재목적을 향한 진북(True North) 여정을 같이 하는 구성원을 진성 도반(True North Fellowship)이라고 부른다. 도반인 이유는 가치의 내용은 각자가 다르지만 이 가치가 지향하는 목적에 대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 서로 공동의 배를 타고 협업하기 때문이다. 진성도반(True North Fellowship)은 같은 운명의 배를 타고 여행을 같이 하는 크루들이다.

누구를 자신의 여정에 동행으로 초대할 것인지는 여정을 진행하는 운전 과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만약에 중요한 인물을 동행으로 모시고 있다면 운전하는 태도가 바뀐다. 이 분이 나의 운전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혼자 운전할 때의 난폭 운전도 자제할 것이다. 삶의 목적을 정산하는 지점까지 같이 동행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탑승했다면 이들이 평소 중요시하는 가치가 운전의 방식에도 작용해서 이런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운전의 습관이 다시 고쳐질 것이다. 난폭 운전을 통한 사고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결국 이들과의 동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탈로하거나 탈선하지 않고 힘들지만 목적지까지 성공적으로 도달할 수 밖에 없는 여정을 이끌어준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조언의 의미다.

내가 운전하는 승합차에 태울 도반은 어떤 사람일까? 나는 세상에 대한 개입이 끝난 순간에 약속한 사명을 실현한 기업(Inheritance)를 유산으로 남길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누구와 <같이> 동행하는지의 Fellowship의 문제다. 펠로우십은 도반들이 같이와 가치를 직조해 만들어낸 진북으로의 여행자 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