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완벽(perfection)과 수월(excellence) 사이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완벽과 수월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완벽은 신의 속성이지 인간의 속성은 아니다. 우리 인간들은 수월성을 추구하다 보면 수월성에 맞는 수준의 완벽이 따라온다. 신이 아닌 인간에게 수월성 알고리즘의 기반이 없는 완벽은 허구다. 신을 흉내 내가며 수월성 없이 완벽만을 추구하는 삶은 역설적으로 완벽을 전복하고 좌절시킨다.

완벽성(Perfection)은 결점이 없는 완벽한 최종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완벽성이라는 이상적 상태는 신의 속성이지 인간의 속성은 아니다. 신의 속성인 완벽성에 대응하는 인간의 속성은 수월성(Excellence)이다. 완벽성이 결점이 없는 마지막 상태를 강조한다면 수월성은 인간으로서 이 마지막 상태에 도달하는 태도와 과정인 되어감 Becoming을 의미한다. 궁극적 행복의 상태인 Eudemonia는 각자가 자신이 설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수월성을 직면할 때 체험할 수 있다.

완벽성과 달리 수월성만이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칭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의 상태인 아레테 혹은 아르테 (Arete)에 도달하게 한다. 희랍의 철학자들이 규정하는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상태는 수월성에 대한 태도를 견지해가며 하루 하루가 더 성숙해지고 더 나아지는 삶을 사는 사람들 속에 숨겨져 있다. 아름다움의 극치인 아르테의 상태란 인간으로 자신이 설정한 어떤 목적에 점점 가까워 짐에 대한 체험과 이에 대한 태도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내 삶의 궁극적 목적이 도보로 10만 km의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어서 어제 10km의 여정을 시작했다면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10km의 여정을 완수해서 자기 근력을 길러내고 있다면 수월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된다. 수월성에 도달하는 과정은 점점 더 나아지고 통제 가능한 상태가 되는 학습 과정이어서 실수와 실패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되면 적극적으로 수용된다. 학습과 실수를 통해 어제보다는 목적지에 더 다다르고 있다면 여전히 수월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수월성을 통해 자신에 대한 근력이 확보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전문적 알고리즘이 만들어진다.

아르테를 의미하는 한글인 "아름답다"는 "아(我)답다"는 뜻이다. 목적에 도달하는 자신만의 근력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만났을 때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놓고 아름답다고 감탄한 것도 한글의 완벽성보다는 조선만의 고유한 소통의 알고리즘을 드디어 마련했기 때문이었다.

완벽성은 무결점의 상태를 말한다. 물론 무결점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실수를 한다면 완벽성은 무너진다. 결국 완벽성은 실수하지 않음에 대한 편집증을 키워서 결국 실수로 무너지게 만든다. 실수가 없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실수에 대한 강박관념, 낮은 자긍심, 중독,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보고된다. 이런 속성들은 마지막에 이들의 성공을 가로 막는 큰 장애 요인이다.

수월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실수와 죄를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이유는 실수나 죄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이를 통해 도달해야 할 더 큰 목적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실수와 죄는 인간으로서 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사다리이다. 이들이 성장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것도 실수와 죄를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의 징검다리로 인정하고 이들을 목적에 정렬시키기 때문이다.

수월성을 통해 아르테에 도달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상상적 실험이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하는 의식이다. 최고의 아르테에 도달한 사람들은 내일이 생의 마지막 날이어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다. 또한 이들은 내가 오늘 죽었다 살아나도 어제 계속하던 그 일을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런 죽음과 부활이 교차되는 상상적 실험 속에서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답은 자신 삶의 존재목적이 지정하는 실체에 도달하게 한다. 결국 죽음과 부활에 대한 상상적 실험을 통해 발견한 존재목적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정하고 실제로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지점까지 약속을 실현하여 유산(inheritance)을 남길 수 있을 때 세상을 하직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사는 것이 "아름다웠다"고 자신만의 아르테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 바울도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한다는 일신우일신 日新又日新의 상상적 실험을 통해 기독교의 수월성을 정초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누구든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날마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날마다 새로운 태어남을 체험할 수 있고 이런 삶을 지속할 수 있을 때에만 마지막 죽은 순간에도 예수의 제자이자 진실한 크리스찬으로 이 세상에 온 위업(Inheritance)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기독교인에게 부활이란 몸의 부활을 넘어서 예수의 삶을 자신의 삶 속에 존재목적의 씨앗으로 뿌려 자신의 몸과 삶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더 공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을 맞이하기 오래 전에 존재목적을 찾아내고 찾아낸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자신만의 알고리즘으로 수월성(Excellence)을 발휘한 사람들만이 마지막 순간에 목적에 대한 실현된 약속을 정산한 유산을 보고 "아름답다(Arte)"고 선언하고 눈을 감을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본 아름다움이 인간으로 체험할 수 있는 마지막 끝 간 곳에 있는 아름다움의 종착역인 셈이다.

미켈란젤로가 바위 속에 숨어 있는 천사를 발견하고 이것만 남기고 바위를 조각해서 천사상을 만들었듯이, 인간은 자신의 삶의 목적이라는 천사를 발견하고 삶이라는 바위 덩어리를 조각해서 천사를 유산으로 남기고 세상을 하직한다. 자신의 내면의 천사를 발견해서 천사상을 기억(museum)의 조각상으로 남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마도 자신의 천사 조각상을 보고 아름답다고 선언할 것이다. 사는 내내 우여곡절과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만든 삶이 지극히 아름다웠다고 "아르테"를 선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