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료 도반과 최근 개봉한 <덤 머니 Dumb money>를 관람했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가격의 정점에 있을 때 비싸게 팔아 현금화하고 기다렸다 주식 가격이 폭락하면 다시 사들여서 차액을 남긴 후 다시 사들인 주식으로 빌렸던 주식을 반납하는 공매도 기법에 관해 다룬 영화다.

공매도는 각종 고급정보를 동원해 대단위 투자를 집행하는 스마트 머니의 대명사인 기관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방식이다. 기관 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대량 매집했다는 소문을 듣고 뛰어들어 같이 주식을 매집하는 개미는 이들 스마트 머니 골리앗들의 희생양이다. 기관투자자들은 개미군단이 투자한 돈을 덤 머니(멍청한 돈)라고 부른다.

덤 머니는 실제 3년 전에 미국 자본시장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영화한 것이다. 주인공 길 뿐만 아니라 게임 스탑 공매도를 주도하다가 무너진 멜빈 캐피털 데이브 플롯킨(세스 로건), 주식 어플인 로빈 후드를 만들었다 기관투자자의 압력에 굴복해 개인 매수를 정지시켰던 블라드 테네브(세바스찬 스탠), 개인 투자자 편에서 참전했던 일론 머스크까지 모두 실제 인물들이다.

덤머니의 주인공 개미 투자자들이 월가의 공매도 기관투자자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개미 투자자들을 한 곳으로 묶어주는 공동의 신조가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월가를 전복하라>는 깃발을 들었던 세력이다. 월가가 탐욕으로 뭉쳐진 괴물이라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월가의 공매도 기관 투자자들을 그대로 놔두면 또 다른 금융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공매도 세력인 기관투자자를 공공의 적으로 삼아서 일사분란하게 공매도 세력과 싸우는 집단운동에 성공했다. 이들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공의로운 세상을 지켜내야 한다는 개미들의 믿음이 있었고 이런 신념을 앞세워 개전투에 개미군단을 집단 협업으로 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는 두 번째 자본주의 시장 게임에 관한 영화는 브래드 핏이 주연, 버넷 밀러가 메가폰을 쥐고 만든 머니 볼(Money Ball 2011년)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 관한 영화다. 구단은 2002년 시즌을 앞두고 간판 선수들을 양키 구단을 비롯해 돈 많은 구단들에 빼앗겼다. 총 연봉은 양키스의 3분의1 수준에 그쳤지만 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놀라운 성적을 올린다.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초로 20연승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 리그 최다승(103승)을 올렸다.

머니볼은 통계와 데이터로 팀을 혁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존의 구단들이 우수선수 평가를 위한 KPI를 타율이나 홈런과 같은 것으로 잘못 집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KPI를 게임의 승리에 더 직접적인 출루율로 설정해 이를 최적화 시킬 수 있는 싼 연봉의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런 혁신은 경영학에 나누고 다시 조합하는 decoupling이라는 용어를 유행 시켰고, 이런 디커플링 기법은 다양한 파생상품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었다.

목적을 상실한 복잡한 파생상품은 결국 돈 놓고 돈 먹기 도박으로 치닫게 되고 잘못 조합된 파생 상품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머니볼은 돈을 벌고 게임에서 이기는 것만이 모든 것의 목적이 되어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생산하지 못할 때 어떤 비극과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지를 경고하지 못했다. 목적이 없어도 게임 전략과 통계에 능수능란한 사람들의 잘못된 세상을 조장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비슷한 결의 마지막 영화는 우리나라에 IMF라는 고통이 시작된 1996년에 개봉된 톰 크루즈 주연 제리 맥과이어다. 제리는 역시 돈으로 유명 선수를 사고파는 스포츠 에이전시 직원이다. 회사가 선수를 이윤과 돈으로 취급하는데 신물이 나서 워크샵에서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제안하는 미션을 발표했다가 결국 회사에서 해고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회사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결국에는 성공한다. 제리 맥과이어 영화는 제대로 된 회사라면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약속을 미션으로 정하고 이것을 실행해야 되지만 산성화된 조직에 이런 섣부른 미션은 바위에 계란던지기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영화다. 이 영화는 <Show me the money> <You complete me> <Help me, hep you>등등 많은 유행어를 남겼다.

이 세 영화가 가르치고 있는 공통점은 자본주의 시장 게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문제점이다. 사는데 경제적 가치가 중요한 가치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의 잣대로 환산해서 획일화 시킬 때 사회와 국가와 기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제대로 된 건강한 국가, 사회, 기업은 오직 자신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할 가치를 존재 목적의 드라이브로 걸고 이것을 실현한 결과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돌려받는 거버넌스를 운영할 때이다. 가치를 추구한 결과 돈이 따라오는 거버넌스가 아니라 돈을 앞에 걸고 오직 돈을 위해 달리게 만드는 거버넌스가 구성원들을 시시포스 돌굴리기로 혹사시키고 결국 이런 순환적 거버넌스가 사회와 국가와 기업을 붕괴시키는 주범이라는 교훈을 가르쳐 준다.

자신이 드라이브로 내 걸 가치를 만들어 팔아 돈으로 바꾸는 거버넌스 구조가 아니라 돈 놓고 돈 먹기 구조라면 결국 망할 운명을 담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