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간의_울림 #빛공간 #마음의_공간은_소리의_공간이다

#귀인의_원리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중국 소설가 위화의 소설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소년 위화는 태양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날이 언제인가를 놓고 친구와 1년 가까이 논쟁을 벌였다. 이 지루한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 위화는 문화혁명 당시 사람들에게 정치가이자 선동가인 모택동의 이야기는 믿지 않아도 이 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믿었던 루신을 인용했다. 루신도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인용한 것이다. 친구도 루신도 똑 같이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날부터 위화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루신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아큐장전과 광인일기의 저자이다.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제목은 사람들에게 말로 전해지는 스토리는 투명한 물리적 공간을 제외하고 통과하지 못하는 빛과는 달리 사람 마음의 울림을 통해서 더 멀리 전달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살려냈다. 울림만 만들 수 있다면 빛보다 이야기를 사방팔방으로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이 분주했던 당시 중국 사람들은 모택동이 문화혁명을 기치로 낸 소리가 피리 소리였음에도 나팔소리로 받아들였다. 루신이 낸 아큐장전과 광인일기 이야기는 시대의 나팔소리였음에도 피리소리로 받아들였다. 지금 우리는 누가 나팔소리와 피리소리의 진짜 주인공이었는지를 잘 안다.

진실한 스토리는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마음의 공간을 통과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 속으로 파장을 만들어가며 100년 만년 멀리 전달된다. 텅 빈 투명한 공간을 통과하다 장벽이 생기면 통과하지 못하는 빛과는 달리 소리는 그 내용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 만든 마음 공간을 잇는 파장과 울림을 통해 역사와 유산과 문명의 토대를 만들었다.

빛의 공간과 달리 소리의 공간인 마음 공간에서는 사람들은 삶에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이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 마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지에 따라 차별적 영향력을 획득한다. 마음 공간에서는 울림(파장)을 창출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다면 이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해 데시빌을 높여가며 크게 소리칠 필요도 없다.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 스토리는 필요한 사람들 마음과 마음을 거쳐 필요한 사람들에게 조용하게 전달된다.

간디도 자신의 삶을 다 분해해보니 마음 공간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스토리(기억) 만 남았다고 고백한다. 각자의 스토리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지에 따라 울림의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삶에 진실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소리 높여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스토리가 일으키는 메시지의 파장(울림)에 따라 같은 톤으로 이야기 했음에도 어떤 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리 소리로 또 다른 스토리는 나팔 소리로 어떤 사람에게는 징소리로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일깨우쳐주었다.

문제는 삶의 스토리가 없는 사람들이 발화자가 되면 나팔소리 수준으로 질러 대지만 듣는 사람들에게는 시끄러운 소음 공해이거나 피리 소리가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종편방송이 질러대는 소리와 유튜브로 방송되는 대부분, 피리소리다. 현 정부는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소통에 장애가 생기자 민생토론회라는 확성기를 만들어 틀고 있지만 실제 여기에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시끄러운 피리 소리로 들을 것이다.

소리에 담긴 스토리도 시대에 맞춰 공진화 시키지 못하면 울림이 사라진다. 20세기 초에 종교가 냈던 소리는 대부분 징소리였지만, 지금은 나팔소리로 전락했다. 서울역에 가면 "불신지옥" "전도폭발"을 외치거나 "도를 아시나요" 등등 종교꾼들이 활동하는데 이들의 목소리는 그냥 시끄러운 피리 소리일 뿐이다.

나의 경우도 학생들에게 평소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면 조용한 톤으로 말하는 편이지만 메시지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목소리 데시빌을 높이는 실수를 범한다. 목소리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스토리 안에 메시지가 담기지 못했음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하는 실수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에 대한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의 플롯 상자를 가지고 있다. 삶이 어떤 플롯 상자로 구성되어 있는 지에 따라 피리소리, 나발소리, 징소리를 낸다. 어떤 때는 진부하고 시끄러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신선하고 감동적이고 빛보다 멀리 가는 여운이 남는 파장을 만들기도 한다.

세상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만든 울림판인 셈이다. 미래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만의 목적의 징채로 진정성의 울림을 만들었을 때이다. 이들이 만든 울림이 진정성의 공명을 만들었을 때 기적은 잠에서 깨어난다. 마음이 사심과 사욕으로 가득해 매번 피리 소리나 꽹과리 소리를 듣고 징소리라고 판단한다면 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적이 찾아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이 된다. 이들에게는 천둥 번개로 울리는 존재목적에 대한 소리가 조용한 빗소리로 들린다. 삶의 진정성을 상실하여 마음의 나팔관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세상이 마음과 마음을 엮어서 만들어낸 큰 울림판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사람들에게 징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사람들에게 징소리를 들려주면 기적은 사방팔방에서 귀인이 되어 찾아온다. 누구의 이야기가 징소리인지 피리소리인지를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귀인처럼 찾아오는 기적은 그냥 남의 이야기다. 귀인이 찾아오지 않은 것은 자신 삶의 스토리가 울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진실성은 목소리의 톤과 울림 속에 담겨져 있다.

공자가 학이 편에서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와 주는 것을 즐거움으로 언급했는데 친구가 찾아오는 이유는 친구가 그리워서라기보다는 친구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에 끌려 찾아온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도이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란 말도 있다. "좋은 복숭아와 오얏나무 과수원을 일구었다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은 없던 길도 만들어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과수원에 대한 이야기가 울림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에 귀인들이 스스로 길을 만들어 찾아온 것이다.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공유된 울림판에 진정성의 공명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우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피리소리인가? 나발소리인가? 아니면 징소리인가? 울림조차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