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 중 하나는 평소 건강함을 유지하여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공룡처럼 크고 힘이 장사라 하더라도 기저질환이 있다면 아주 작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에도 속수무책 당한다.

기저질환은 어떻게 생기는가?

허준의 동의보감에 보면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通)이라는 말이 나온다. "잘 통하면 아프지 않고 잘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말이다. 내재되어 있던 모든 병이 표출되는 상태인 통증은 결석이 생겨 혈액순환이나 기가 통하지 않음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상태란 막힌 곳 즉 결석이 없는 상태이다. 결국 막힌 것이 해결 안되어 염증이 생기고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심장, 담도, 요로 결석이 되어 통증의 기반이 된다. 결석이 제거되지 못하면 몸은 순환계 이상으로 고혈압, 당뇨, 비만이라는 기저질환의 온상이 된다. 기저질환이란 몸에 결석이 생겨 필요한 것들의 순환을 막아서 몸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조직의 기와 혈이 막히지 않은 문제는 소통으로 측정된다. 소통이 원활해 필요한 정보가 필요한 곳에서 더 필요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통하는 조직이 가장 건강한 조직이다. 필요한 정보가 더 필요한 곳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건강한 조직을 무경계조직(boundaryless organization)이라고 칭한다. 우리 조직이 무경계조직인지는 상하간 소통이나 기능간 수평적 소통, 조직과 고객과의 소통이 얼마나 유연하게 막힘이 없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진단해보면 된다. 제대로 된 소통의 부재는 모든 조직 통증과 기저질환의 원천이다.

소통을 막는 것은 조직 내 힘 있는 특정사람이 조직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터 챙기려는 조직정치 때문에 생긴다. 충돌하는 개인적 욕심을 조직목적으로 교묘하게 포장해 실현시키는 사람이 조직정치의 대가들이다. 이들 중 힘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조직정치가 발원하면 순환을 방해하는 결석이 생기기 시작한다. 조직정치가 커지면 이 사람 중심으로 파벌과 혈연 지연의 사일로가 생기고 이 통로를 제외한 다른 소통의 통로는 막히기 시작한다. 조직이 아니라 이 힘 있는 개인의 이득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유통된다. 조직정치에 의해서 소통이 막혀가기 시작하면 조직에 결석이 생기고 이 결석은 조직의 기저질환으로 전환되어 지금처럼 위기에 닥치면 조직이 쉽게 무너진다.

조직이 이미 기저질환에 걸려 있을 때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조직이 잃었던 긍휼감(compassion)을 다시 복원하는 방법 말고는 답이 없다. 긍휼감은 구성원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내재화 해서 이것을 행동으로 풀어주는 성향을 말한다. 소통이 막혀서 실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내부 구성원들과 약속했던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성능 대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고객의 고통을 인지하고 이것을 혁신적 행동으로 풀어가려는 긍휼감을 이해하는 회사만이 문제를 근원적 수준에서 해결해 지속가능한 번성을 구가한다. 이런 회사만이 결석 때문에 생긴 고통의 문제를 직접적이고 혁신적으로 개입해서 소통을 복원할 수 있다.

고객, 구성원, 경영진들이 가진 아픔에 긍휼감을 가지고 왜 자신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지의 이유가 조직의 사명이자 존재목적이다.

조직의 사명과 존재 목적은 조직이 가진 나침반의 플러스 극이고, 모든 구성원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긍휼은 나침반의 마이너스 극이다. 건강한 조직이란 나침반의 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이 만들어낸 에너지 장에 가치의 울타리를 두르고 전문가들의 놀이터이자 운동장을 만들어 낸 회사다.

나침반을 멋지게 묘사해 놓은 회사의 홈페이지에 보면 나침반의 플러스 극에 해당하는 목적, 사명, 비전 등은 있으나 회사가 고객과 구성원의 어떤 아픔을 어떻게 혁신적으로 해결해서 목적에서 약속한 상태에 도달할 것인지 긍휼감에 대한 내용과 이것을 연결시키는 고유한 비즈니스 알고리즘이 없다. 회사의 홈페이지가 플라스틱 비전과 목적으로 이미 죽어 있었음을 스스로 광고한 것이다.

목적의 플러스 극만 있고 긍휼감의 마이너스 극이 작동하지 못하는 나침반은 가짜 나침반이다. 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이 서로에게 작동해 필요한 에너지의 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침반 compass의 어원이 나침반의 플러스 극인 목적(purpose) 보다는 마이너스 극인 긍휼(compassion)에서 빌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긍휼감(Compassion)은 Passion을 같이(Com) 나눈다는 뜻이다. Passion의 원래 뜻은 고통이다. 고통이 해결되어 드러난 최종적 목적 상태를 체험하는 것이 열정이다. 공동의 고통을 협업으로 해결해서 구성원 모두가 집단적 희열을 느끼는 상태가 compassion이다. 긍휼감이 작동되고 있는 조직만 모든 구성원들이 집단적 협업으로 일에 대한 희열과 삶이 고양되는 종업원 체험을 하게 된다.

요즈음 회사에는 회사가 부과하는 문제(목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이미 쓰러져 전의를 상실한 종업원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보고되는 통계를 보면 한국 기업의 경우 오랫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스트레스가 고통으로 전환된 경계성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50-6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있다. 지속되는 불경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고통 상태를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고통의 문제가 스스로 해결해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무기력감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직장인이 많아져 회사의 일과가 끝난 시간에 정신과 진료 약속을 잡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도 모르게 소진되어가는 부상병인 구성원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전쟁터로 내모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회사가 될 방법이 없다.

존재목적과 긍휼이 살아 있고 이 둘을 연결시키는 회사만의 비즈니스 알고리즘을 구축한 회사만 고객과 구성원의 고통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일에 모두가 무경계적 협업으로 나서는 조건을 만들어 낸다.

우리 회사는 고객과 구성원들을 아픈 손가락으로 인정하는 긍휼감을 가지고 있나? 경영자는 이런 아픔을 우리 회사가 나서서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인 존재목적을 가지고 있나? 이 아픔의 문제를 고식적 처방을 넘어 목적 지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행동을 보이는가? 아니면 우리 회사는 아프게 된 이유를 각자 구성원이 스스로를 잘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해가며 각자도생을 추구하는 회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