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휼감(compassion)이란 서로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과 같이 생각하고 이것을 근원적 원인의 수준에서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주인이 되어 혁신적 협업으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긍휼은 좋은 것 매력적인 것만 골라서 사랑하는 사랑의 편애와는 다른 개념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편견이 가해지지 않은 가장 지고지순한 사랑이 긍휼이다.

지금까지 조직의 긍휼에 대한 조직행동론 연구를 종합해보면 긍휼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12가지의 종업원 체험을 구현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첫째, 긍휼감은 신뢰의 원천이다. 긍휼감이 있다는 것은 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인간인 이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상처 받고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서로가 상처 받고 손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신뢰다. 특히 리더가 나서서 솔선수범해가며 상처받을 개연성을 인정하는 조직은 구성원들도 상처 받을 개연성을 인정하게 된다.

둘째, 서로가 인정하는 상처 받을 용기를 통해 만들어낸 상호신뢰는 조직의 심리적 안정지대를 만들어낸다. 조직에 심리적 안정지대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험실로 작동하여 미래를 만들어낸다. 또한 심리적 안정지대가 있어서 구성원은 안심하고 자신이 본 위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 열린 소통이 위험의 단서를 파악하게 하여 안전사고를 막아준다.

셋째, 진정한 팀워크와 협업이 가능해진다. 고통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이유를 공동의 목적으로 세우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아픔을 공유한 사람이 팀으로 일한다. 이들은 목적을 중재자로 삼아서 협업을 일상화 한다. 목적을 중재로 협업하는 과정에서 소통, 의사결정이 활성화되어 팀워크가 저절로 강화된다,

넷째, 긍휼이 넘치는 조직은 고통에 대해 반창고를 붙여주거나 진통제를 주는 고식적 처방에 만족하지 않는다. 고통의 원인에 대해 근원적으로 이해하여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한다. 긍휼감이 있는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혁신의 선봉에 선다.

다섯째, 고객을 돈을 벌어주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제공해주는 서비스와 제품으로 고객의 아픔을 치유하고 환대해준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고객과의 관계가 근원적으로 개선된다. 이들은 고객의 아픔을 위로하는 척하는 감성 팔이 광고로 고객을 현혹해서 이들의 주머니를 털지 않는다.

여섯째, 고객, 동료, 회사가 가진 아픔을 해결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일에 남을 대신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체가 되어 나서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긍휼이 넘치는 조직은 주인의식이 고양된다. 이들 회사에서는 모두가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주치의다.

일곱째, 고객, 동료, 자신의 아픔을 나서서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일에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가 구성원의 회복탄력성의 원천이 된다. 이런 회사의 구성원은 문제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높고 구성원 도 병에 대한 면역력도 높다.

여덟째, 아픔을 직시하고 환대하고 치유하는 신성한 사명에 대한 생각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득과 부서의 이득을 앞세워서 정치하고 갈등하는 일에 적다. 긍휼감이 넘치는 회사에서는 갈등이 생산적으로 관리되고, 조직정치가 사라진다.

아홉째, 긍휼감이 넘치는 리더와 문화에 대한 소문이 생기면 이런 리더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재능과 긍휼이 넘치는 인재들이 몰려온다. 직원의 이직율도 현격하게 감소한다.

열째, 고객, 동료의 아픔을 손해와 아픔을 주는 비윤리적 의사결정은 금도를 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남에게 아픔을 주지 않는다는 관행을 만든다. 이런 의사결정의 범위가 자연으로 확대되어 자연에 대한 침해가 사라진다. 고객과 협력업체, 경쟁사, 커뮤니티에 확장되어 이들에 대한 위해가 사라지고, 동료에 위해가 사라진다. 온전하게 ESG를 구현하는 회사로 거듭난다.

열 한 번째, 고객, 동료, 사회, 자연의 아픔을 자신의 서비스와 혁신적 제품으로 치유하는 회사라는 명성이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신장해준다.

열두 번째, 회사는 결과적으로 지속 가능한 번성을 누리는 회사가 된다. 시간의 검증을 넘어서 100년 기업의 반열에 오른다.

조직에 긍휼이 복원이 된다면 연구로 확립된 12가지 조직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다. 연구로 밝혀지지 않은 문제까지 포함하면 사실 긍휼감이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조직의 리더가 긍휼감을 복원하지 못하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빙산과 같다. 빙산의 윗동은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형이지만, 아랫동은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은 종업원, 고객, 자연을 치유하는 환대의 공동체이자 환대의 한방 병원이다. 빙산의 아랫동이 충분하게 부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점진적으로 침몰한다. 아픈 환자의 상처를 외면해가며 이들을 전쟁터에 내몰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회사가 된다는 것은 구성원의 아픔을 환대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공동체가 존재하는지의 문제다.

어려운 경기를 넘어야 하는 회사가 부여한 과도한 목표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에 경계성 정신질환에 처한 직장인들이 50-60%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있다. 이들 때문에 퇴근 후 정신과 예약을 따는 일이 하늘에 별따기라는 소문도 있다. 요즈음 코칭 산업이 붐을 일으키는 이유도 코치분들이 직장인들의 아픔과 상처에 책임 소재를 묻지 않고 묵묵하게 들어주는 치유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회사 HR의 사명은 구성원과 고객의 아픔을 직시하고 이들을 사랑으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자신이 먼저 긍휼로 무장하고 최소한 12가지 종업원 체험을 구현해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 기적을 수행하는 책무를 가진 사람이 HR 전문가다. 긍휼은 좋은 것만 골라서 사랑하는 사랑의 편애가 극복된 가장 순수한 사랑이다.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는 긍휼의 사랑을 실천한 예수는 100마리 양 중 길 잃은 한 마리 양이 있으면 이 양을 먼저 찾아서 돌보라고 조언했다. 가장 아픈 사람을 먼저 사랑하는 긍휼의 사랑이 기독교가 율법으로 무장한 유대교와 철권통치의 로마를 극복할 수 있었던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