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간, 자연 등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n번의 재탄생을 통해 삶의 목적을 공진화시키고 결국은 목적에 대한 약속을 완성해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새롭게 쓴 사람들의 삶은 공통의 플롯을 가지고 있다. 역사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삶의 플롯은 초반에는 미천하고 죄인으로 살았다 하더라도 삶의 마지막 국면에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 이 미천하고 죄가 많은 자신을 구원해 낸 <레 미제라블>에 나오는 장발장 같은 삶이다. 기업가로서 이런 삶의 플롯을 남긴 사람은 카네기와 록펠러다. 이들은 젊었을 때 아주 악명높은 악덕 기업주였다. 하지만 지금 누구도 록펠러와 카네기를 악덕 기업주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 삶이 미숙했고 실수로 점철되었다는 점을 먼저 자복하고 과거를 넘어서는 삶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구 선생님도 젊었을 때는 살인을 했고, 간디도 젊었을 때는 헛바람이 든 변호사였었다. 하지만 이들은 삶의 마지막 국면에 자신이 세상에 온 이유를 각성해 목적을 깨달았다. 목적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전의 삶의 미숙에 대해 자복했다. 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해 자신에 대한 유산을 남겼다.

평생을 남아공의 인종차별과 맞서 싸웠던 만델라는 진정한 성인군자는 "학습하는 죄인"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끊임없이 반성해가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n번의 탄생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성숙한 사람으로 학습된다고 보았다. 학습하는 죄인이라면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인간이 성인군자로 완성되었는지는 죽는 순간에 남긴 유산을 보고 후세만 판별할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는 결국 되어감만이 존재한다. 되어감이 멈춘 순간 존재이유가 훼손되기 시작한다. 남들과의 비교가 시작되고 시샘이 시작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출해가며 자신의 플롯을 만들어가며 좀 더 매력적인 다른 사람과 성공을 공유할 수 있는 확장되어가는 자신을 체험하는 것이 되어감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순간마다 "그래 바로 그게 너답게 사는 거야"라고 즐거움의 "유레카"를 외쳐갈 수 있는 사람들만이 존재이유를 증명한 것이다.

중용 23장을 보면 이런 되어감을 치곡(致曲)으로 묘사하고 있다. 치곡의 치致는 도달함을 뜻하고 곡曲은 굽을 곡이다. 일반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직선을 이어 만든 선형적 시각이다. 하지만 이 자신의 숨겨진 내면과 연결해보면 모든 것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인간사의 모든 진실은 외면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 선형적 시각 아래 내면의 마음속 곡선으로 이어져 있다. 자신의 이득(선형)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곡선이 보이지 않는다. 곡선으로 굽혀져 있는 작은 것을 제대로 보고 이것을 펴나가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때 진실의 씨앗은 되어감이라는 진실을 만든다.

중용 23장의 내용을 이렇다.

숨겨진 진실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

진심을 다하면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형태가 만들어지고,

형태가 만들어지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명백해지고,

명백해지면 남을 감동시킨다.

남을 감동시키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되어진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其次는 致曲 曲能有誠이니, 誠則形하고, 形則著하고, 著則明하고, 明則動하고, 動則變하고 變則化니, 唯天下至誠이아 爲能化니라)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자복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작은 진실의 씨앗을 찾아서 길러내는 과정이 되어감이다. 씨앗이 열매를 맺는 나무로 커가는 과정과도 같다. 숨겨진 진실에 진심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되고 정성이 가해지면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씨앗이 썩어서 뿌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뿌리에서 묘목이 나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나는 과정으로, 충분히 자라나 꽃이 피는 과정이 명백해지는 과정이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이 열매를 직접 맛보게 되면 맛에 감동한다. 감동한 사람은 같은 씨앗을 얻어서 같은 과일나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동참한다. 변화를 만든다. 이런 변화의 과정이 반복되어가며 공진화하는 과정이 되어감(Becoming)이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은 허위의 가면에 숨겨졌던 작은 진실이 씨앗으로 심어져 실현된 것을 의미한다. 이 진실은 생명력을 가지고 되어감을 만들어 공진화하는 생태계를 만든다.

삶에서 되어감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되어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계점과 변곡점을 거쳐야 한다. 씨앗에서 시작해서 발아하는 변곡을, 발아에서 묘목으로 성장하는 변곡, 묘목에서 다시 발화하는 변곡, 발화에서 결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은 임계점까지의 축적과 변곡의 반복이다. 혼돈이론 Chaos theory에서는 이런 모든 과정을 형태(프랙탈)가 형성되고 이 형태가 임계점과 변곡을 거쳐 창발되는 과정으로 묘사할 것이다.

진실의 씨앗(曲)은 세상을 이득과 계산의 직선형의 관점을 벗어나 자신의 사람들 마음속에 숨겨진 아픔을 긍휼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만 찾을 수 있다. 이 아픔을 씨앗으로 품고 이것을 발아시키는 사람들만 제대로 된 진실과 조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