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2-12 18:06
[N.Learning] 우로보러스 신화와 경영학적 상상력 사업이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인가?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08  

우로보러스 신화와 경영학적 상상력
사업이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인가?
가끔 전문 경영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는 아니지만 대다수가 경영을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 근무 중에도 파생상품과 공매도 주식거래 창을 띄워 놓고 일하는 경영자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경영자조차 시장에서 자유 경쟁을 통해 얻어진 성공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서 개인에게 돌려 이들을 서열화하고 우상화하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미신에 몰입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70년대까지 풍미했던 케인즈 이론에 따라 정부의 개입에 의해 경제를 이끄는 것의 한계점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아닌 민간 주체에 의한 민영화를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이론적으로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와 개인의 책임, 시장에서의 경쟁, 이것들을 촉진하는 화폐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자유주의는 80년대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보수정부가 등장하며 날개를 달았다. 이들은 IMF의 자본력을 통해 냉전 후 확장되던 세계화에 개입해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를 전파했다.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를 만난 것도 1997년 IMF 통화위기를 통해서였다. IMF는 구제금융을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대한민국의 재벌 등을 이끌던 가부장적 가족주의를 해체시켰다.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라 IMF는 국가의 경제 기조와 기업의 HR 정책 등 모든 그간의 관행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공공, 금융, 노동, 기업 부문 등 모든 영역에 신자유주의의 시장논리가 무차별적으로 적용되었다. 신자유주의는 1997년부터 IMF 빚을 청산한 2001년을 넘어 지금까지 근 30여년간 대한민국의 기조와 기업가들의 정신을 장악해왔다. IMF에게 대한민국은 신자유주의의 승리의 상징이다.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조는 시카고 대학에 근거를 두고 있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두 명의 경제학자 하이에크 (Friedrich Hayek, 1899 - 1992)과 프리드만(Milton Friedman 1912-2006)이 기초했다. 연배가 앞선 하이에크가 신자유주의의 원조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현실적 전개에는 프리드만이 더 큰 영향력을 미쳤다.
신자유주의의 공과는 양면적이다. 세계화를 기조로 지구촌을 연동해 글로벌 회계 투명성을 키우고 부를 창출해 지구의 절대빈곤 문제를 해결한 측면도 있지만 그 과실을 자본가들이 과도하게 독점해 양극화로 사회를 분열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가 현실적으로 붕괴되는 조짐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초 자본가의 탐욕이 버블 형태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런 탐욕의 버블이 커져 신자유주의의 심장이었던 월가의 파산을 이끈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탐욕의 버블이 꺼지는 것과 독립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유엔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가 이끄는 경제가 생태계, 사회적 공동체, 기업의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를 준 주범으로 지목되어 ESG 중심의 지속가능성 운동에 불을 붙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자유주의는 경기가 붐을 일으키는 성장 기조에서만 작동된다. 경기의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지금처럼 신자유주의가 일으킨 버블이 꺼지고 기업을 부양하는 토양자체가 산성화된 L자 불경기인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방식은 생존의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호황기에 숨겨져 있던 반기업 정서를 키운다. 성장에 대한 전망이 우세해 미래가 낙관으로 차 있을 때 신자유주의는 추동을 이끄는 엔진으로 추앙되나 경기가 어려울 때 신자유주의는 부자들의 갑질로 자본주의 몰락을 자초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된다.
유엔의 ESG 지속가능성 운동과 경제 위기의 주범에 대한 양동작전이 주효해 미국의 전경련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은 2019년 8월 19일 공식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는 백기를 들었다. 자본주의 자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폭탄이 터질 위기를 직감한 미국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재빠르게 기업의 존재이유를 주주의 이윤극대화가 아닌 이해관계자의 번성으로 바꿨다. 또한 기업다운 기업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인 목적을 세우고 이윤은 이 목적을 실현한 결과로 따라오게 하는 기업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었던 월가는 신자유주의를 왜곡시킬대로 시켰다. 이들은 금융공학과 파생상품 기법을 이용해 경영이란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고착시켰다. 세계의 금융위기로 고통을 당했던 지금도 이런 미신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미신으로 믿는 수준을 떠나 미국의 극보수주의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자본을 보유한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에게 ESG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라는 미신이 지금과 같은 L자 불경기로 위기가 상수화된 초뷰카 시대 기업을 어떻게 망가트릴까?
첫째, 초단기주의로 망가트린다. 비즈니스모형에 돈을 투입해 비즈니스를 돌리고 결과적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짧은 시간에 돈 공장을 돌리는 것이다. 당연히 시간은 돈이라고 생각하고 초단기주의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업을 장악한 빨리 빨리와 초단기주의는 비즈니스는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둘째, 기업을 시시포스 돌굴리기의 주체로 만든다. 비즈니스는 초단기적 성과를 매개로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을 반복한다. 마치 도박장에서 앞의 게임이 뒤의 게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매번 리셋되는 것처럼 초단기주의 비즈니스는 회사를 시시포스 돌굴리기를 하는 회사로 만든다. 여기에 돈을 주고 동원된 구성원들도 처음 몇 번은 견디지만 결국 어느 순간 시시포스 쳇바퀴의 돌 무게에 눌려 모두 번 아웃된다.
셋째, 회사에서 번 아웃된 구성원이 일을 마치고 가족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상처를 가족 구성원들에게 전염시킨다.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한 청소년들은 부모가 전염시킨 문제를 학교로 가지고 와서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에게 전염시키는 숙주로 작용한다. 회사, 가족, 학교, 사회를 병들게 한다.
넷째, 신뢰잔고를 고갈시킨다. 신자유주의가 신봉하는 거버넌스 이론인 대리인 이론이 초래한 문제다. 대리인 이론은 회사에 운명을 건 사람들은 많으나 이 사람들의 노고는 돈으로 평가되어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동원되는 모든 사람들은 자본금을 대고 이 결과로 막대한 돈을 다시 가져가는 주주를 위해서 비즈니스 수단으로 동원한다. 신뢰의 부재를 의미하는 돈과 계산기만 믿은 텅 빈 회사로 전락한다.
대리인 이론은 주주가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나 관리자 등 대리인들을 고용해서 구성원이 놀고 먹지 못하도록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관행을 정착시켰다. 이런 전형적인 X이론은 회사의 구성원들 사이에 생성되어야 하는 신뢰자본을 고갈시킨다. 신뢰는 서로가 미래를 위해 손해볼 수 있는 개연성을 인정할 때에만 생성된다. 신뢰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법을 가르쳐 신뢰잔고를 갈가 먹는다.
다섯째,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감춰가며 서로를 믿지 못하고 월급 받고 주주들의 돈 버는 기계로 동원된 사람들이 인간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돈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개연성은 없다. 가성비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미래가 보이고 회사의 지속가능성도 담보됨에도 비즈니스가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래가치를 죽이는 도구로 전락한다.
여섯째, 점점 쪼그라드는 비즈니스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최악의 선택을 한다. 돈으로 환산된 성과에 쪼들리기 시작하면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믿었던 비즈니스의 배를 갈라서 자신의 생존이라도 보존해야 한다고 계산한다. 비즈니스의 배를 갈라서 자신이 감춰놓은 황금알을 가지고 마지막 각자도생의 최후 통첩 게임을 시작한다. 회사의 운명은 여기까지다.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라는 금융자본주의자들의 한계는 다단계 폰지 사기를 벌이는 사기꾼들이 동원하는 논리적 순환론이다. 돈이라는 원인이 돈이라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들이 개입하는 순간 중간의 매개체인 비즈니스를 돈을 세탁하는 장소 쯤으로 격하시킨다. 이들의 마지막 종착지는 희랍신화에도 등장하고 현실 세계에서도 목격하는 마치 배고픈 뱀이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우로보러스 (ουροβóρος)다. 돈을 이입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기업가의 자격이 없는 유사 기업가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순환론적 폰지 사기로 더 많은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를 붕괴시킨다.
경영학적 상상력이란 건강한 비즈니스를 생성하고 개입시켜 뱀이 뱀을 먹고 있는 자기공멸의 고리를 끊어내는 힘을 실현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존재이유는 부자들의 돈을 세탁하는 통로로서가 아니라 땀의 노력을 투입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더 고귀한 가치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를 고객이 생각하는 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 고객의 고통도 해결하고 기업의 번성도 보전하는 행위를 할 수 있을 때 경영학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기업가가 발휘하는 경영학적 상상력이란 기업활동을 통해 다양한 땀의 가치를 산출하고 이런 가치를 통해 세상의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학적 상상력이 있는 사업가란 경제가 어려울 때는 우산을 햇빛이 너무 강할 때는 양산을 제공해 상황에 상관없이 구성원 모두가 우산과 양산 속에서 안심하고 기업이 정한 목적을 향해 협업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100기업이 시간의 검증을 넘어서 번성을 누릴 수 있었던 원리가 여기에 있다. 경영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양산과 우산을 받쳐 쓴 비즈니스 모형이 제공한 심리적 안정지대라는 일관성이 100년 기업의 비밀이다. 양산과 우산으로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통찰력은 기업의 존재이유를 경영학적 상상력으로 실현할 수 있는 혁신적 기업가들만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도 우산의 논리를 앞세운 좌파와 양산의 논리를 주장하는 우파의 정치 싸움이 대한민국을 자신의 꼬리를 먹는 뱀으로 몰아 세운다는 것을 각성하고 새로운 경영학적 상상력으로 우파 좌파를 직조해 구성원 모두가 생생지락할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 플랫폼을 건설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몰아주어야 할 시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존재목적에 대한 의도를 상실한 신자유주의 경영전략 기법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해체시키고 경영학적 상상력이 있는 다윗들에게 신자유주의가 산성화 시킨 세상을 복원하도록 힘을 몰아주어야 할 시점이다.